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회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후임 이사로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과 차기환 변호사를 추천하기로 하자 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야권 성향 이사, 이사장은 무자비하게 해임하고 방송장악 전력 등을 가진 이를 기용하겠다는 것은 공영방송을 극우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오전 27차 회의에서 결원이 발생한 한국방송공사(KBS) 이사회의 보궐이사로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하기로 의결했고, MBC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로 차기환 변호사를 임명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두 이사추천자의 임기만료일은 각각 2024년 8월31일과 같은해 8월12일이다.

이를 두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245호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KBS 이사회 서기석 전 헌재재판관을, MBC 방문진 이사엔 차기환 이사를 임명하겠다는 보도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서 전 재판관을 두고 “삼성 관리판사로 지목 받은 인물이며,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헌재 재판관이었고 조선일보 방일영 장학회에 장학금을 받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차기환 변호사에 대해선 “이미 방문진 이사 두차례 KBS 이사 한 차례를 지내면서 언론현업단체들로부터 공영방송 파괴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고, 5‧18 역사를 왜곡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는 등 극우 편향적 시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라고 했다.

고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방송 정상화는 방송 장악의 다른 이름이고, 결국 공영방송을 극우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언론장악 의도가 없다면 절차를 무시하고 멋대로 해임과 임명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 지금이라도 임명시도를 중단하고 공모를 통해 적합한 인사를 선임”하라고 촉구했다. 고 의원은 “윤 대통령과 그에 충성하는 방통위원들 그에 혈안이 되어 있는 극우 인사들을 보니 방송법 통과를 반드시 이뤄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며 “언론장악 폭주를 하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과, 방송법을 반대하는 모습이 왜 국민들 눈에 똑같아 보이는지 정부 여당은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본관 245호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KBS 보궐이사와 방문진 보궐이사에 각각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과 차기환 변호사를 추천(임명)한다는 소식에 눈을 의심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본관 245호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KBS 보궐이사와 방문진 보궐이사에 각각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과 차기환 변호사를 추천(임명)한다는 소식에 눈을 의심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고 의원은 남영진 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시도에 대해서도 “무자비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KBS 남영진 이사장 해임사유로 제시한 ‘방만경영’, ‘윤석년 해임건의안 부결’, ‘법인카드 사용 등 도덕성 결여’를 두고 “2022년 10월부터 7개월에 걸친 감사원 감사결과 지적사항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고, 윤석년 이사는 아직 법정에서 아무런 판결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일 뿐 아니라 법인카드 사용은 권익위의 조사도 끝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두고 고 의원은 “MBC의 자료를 방문진이 대신 받아주지 않았다고 해임시키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EBS 정미정 이사도 MBC 김기중 이사도 모두 해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야권성향 이사는 모조리 도려내겠다는 심산이다. 최소한의 요건이라도 갖춰야 하거늘 윤석열 스타일대로 법이고 원칙이고 없이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르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9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방통위와 감사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권 이사장은 지난 7일 해임처분 사전 통지서를 받고 “정말 무도하기가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절차도 근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나오는 대사인 ‘내가 너를 깡패라고 그러면 깡패다’라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지금 꼭 그런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권 이사장은 “저에 대한 해임 요건이라고 해임의 사유라고 들어놓은 것들이 제가 이사장으로 재임할 때 이루어진 일들이 아니고 그 이전에 이루어진 일들, 제가 이사장이 되어서는 그것을 수정하거나 또 고치도록 했고 보완한 그런 일들을 주로 얘기를 했더라”라며 “과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바로 잡는 게 어떻게 경영감독 부실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권 이사장은 감사원의 감사를 두고도 “현재 추진하는 국민감사를 실시하려면 부패방지법 72조에 따라 공공기관의 업무 처리가 불법이거나 부패행위로 공익을 현저히 해한 경우여야 하는데, 무슨 불법과 부패가 있느냐고 묻자 답이 없고 제대로 답을 못한다”면서 “부패행위가 있었다는 게 아니라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는 식으로 답해서 기본 요건이 안 됐는데 감사를 실시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태선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9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자신을 사전해임 처분한 방통위와, 감사원이 법적 절차와 근거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KBS 최강시사 영상 갈무리
▲권태선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9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자신을 사전해임 처분한 방통위와, 감사원이 법적 절차와 근거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KBS 최강시사 영상 갈무리

 

감사원이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방문진의 감사방해 주장을 두고 권 이사장은 “참 황당한 주장”이라며 “방문진이 MBC 자료를 대신 내주지 않는다는 걸 가지고 감사를 방해했다고 한다”고 반론했다. 권 이사장은 “방문진과 MBC는 별도의 법인”이라며 “감사원이 이미 MBC와 관계사에 자료 제출을 하라고 다 요구했다. 그러면 됐지 왜 저희한테 감사방해라고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공영방송 정상화,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대로 돌려놔야 한다는 정부 여당 주장에 권 이사장은 “여당 쪽에서 주장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그 반대의 상태가 계속되어 온 것이 한국 언론의 현실”이라며 “그나마 그것을 바로 잡는, 조금이라도 덜 기울어지게 만든 것이 현재의 공영방송들이 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KBS MBC 이사장 해임을 하려는 목표를 두고 권 이사장은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것을 넘어서 이 정부의 목표는 공영방송 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사영화 하는 쪽으로 가려고 하는 거 아닌가”라며 “KBS2도 민영화, MBC도 민영화 하겠다는 얘기도 있고. KBS의 경우 수신료를 없애서 취약하게 만들어 미국 PBS처럼 공영방송이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공영방송을 만들려는 것이 목표”라는 생각이 든다고 내다봤다. 아무도 안 보는 방송으로 만들려는거냐고 묻자 권 이사장은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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