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가 퓰리처상을 다수 수상한 스포츠부를 폐지하고 작년 인수한 ‘디애슬레틱’에 섹션을 맡기자 NYT 기자들이 “노조 없는 자회사에 하청 맡기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외주화에 나선 NYT뿐 아니라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올해 1억 달러 손실이 예상되면서 거대 글로벌 미디어조차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위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NYT는 애슬레틱을 활용한 번들링 전략, WP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대규모 투자로 사업 활로를 찾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퓰리처상 다수 NYT 스포츠부 폐지에 구성원 “수치스럽다”

▲ NYT는 지난 10일 35명 안팎 규모의 스포츠부서를 폐지하고 해당 기자들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혔다. 설즈버그 CEO가 사내에 올린 글 갈무리.
▲ NYT는 지난 10일 35명 안팎 규모의 스포츠부서를 폐지하고 해당 기자들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혔다. 설즈버그 CEO가 사내에 올린 글.

NYT는 지난 10일 35명 안팎 규모의 스포츠부서를 폐지하고 해당 기자들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혔다. 설즈버거 NYT 회장은 사내에 “이들 중 상당수는 새로운 부서에서 스포츠와 관련된 비즈니스, 문화, 권력 구조를 탐구하는 저널리즘을 계속 생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 스포츠부는 단순 가십이나 경기 결과가 아닌, 스포츠 분야의 ‘저널리즘’을 구현한 부서다. 뇌진탕, 도핑 등 중요한 스포츠 이슈를 발굴했고, 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팀 성폭행 파문 등을 집중 보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존 브랜치 스포츠부 기자는 2013년 워싱턴주 눈사태 ‘스노폴’(Snow Fall)로 퓰리처상을 받았고 이외에도 아서 데일리, 레드 스미스, 데이브 앤더슨 등의 칼럼니스트가 스포츠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 NYT 노동조합은 10일 공식 반발 성명을 냈다.
▲ NYT 노동조합은 10일 스포츠부 폐지에 대한 공식 반발 성명을 냈다.

유서 깊은 부서의 갑작스러운 폐지에 기자들은 분노했다. 과정에 대해 구성원 공유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NYT 노동조합은 10일 성명을 내고 “당황스럽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번 발표는 동료들과 NYT 가치에 대한 심각한 배신”이라며 “많은 구성원은 부서 해체를 알리기 위해 소집된 회의 몇 분 전에, 핸드폰에 뜬 NYT 뉴스 알람을 보고 회사 결정을 알게 됐다”고 했다. WP에 따르면, 몇몇 스포츠부 구성원들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눈물을 흘리며 ‘이 과정이 수치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 작년에 뉴욕타임스에 인수된 디애슬레틱.
▲ 작년에 뉴욕타임스에 인수된 디애슬레틱.

NYT는 스포츠면을 작년 5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한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으로 채운다. 기사 이름은 NYT로 나가지만, 내용은 애슬레틱에 ‘외주’를 주겠다는 것. 결국 비용 절감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NYT와 달리 애슬레틱은 현재 노조가 없다. NYT 노조는 “경영진은 NYT가 스포츠 보도를 ‘하청계약’(subcontract)할 수 있다는 논리로 노조가 없는 자회사에 ‘아웃소싱’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널리즘 돈 될까’ 적자 시름에 고민 깊은 외신들

400여 명의 기자와 매일 150개의 기사를 발행하는 애슬레틱은 NYT처럼 ‘고품격’을 추구하는 매체다. 2016년 설립된 미디어 스타트업이지만 양질의 콘텐츠로 광고보다는 유료구독 모델을 통해 입지를 키워 왔다. NYT가 구현해온 ‘스포츠 저널리즘’의 위상이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이 있는 이유다. 하지만 애슬레틱 역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 NYT 인수 이후 구독자 수가 330만 명으로 늘었지만 올해 1분기 800만 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 워싱턴포스트 본사. 사진=워싱턴포스트
▲ 워싱턴포스트 본사. 사진=워싱턴포스트

애슬레틱뿐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에 안착하는 것처럼 보였던 WP는 올해 약 1억 달러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유료구독자 수도 2020년 대통령 선거 때 300만 명에서 현재 250만 명으로 줄었다. NYT에 따르면, WP는 2022년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디지털 광고 수익이 7천만 달러로 15% 감소했고, 올해 1월엔 구조조정으로 온라인 게임 섹션과 아동용 섹션 발행을 중단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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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다고 여겨졌던 매체들에게도 ‘미디어 비즈니스’는 어려운 과제다. 대형 매체들도 각종 비용으로 부서를 폐지하거나 적자를 면치 못해 ‘좋은 저널리즘’과 ‘수익성’의 순환 구조에 의문을 품게 된다. 매년 최소 10억 달러 이상을 올리던 CNN 뉴스 역시 수익이 지난해 7억 5000만 달러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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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신문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 전망한 페니 애버나시 노스웨스턴대학 교수는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은 이미 규모의 경제에 다다랐기 때문에 디지털 광고 가격을 매우 낮게 책정한다. 언론은 그걸 감당할 수 없다. 크기가 크든 작든 마찬가지”라며 “신문은 대략 3분의 1 정도를 디지털 수입으로 얻고 있는데, 이 정도로는 좋은 뉴스 조직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 뉴욕타임스 구독 페이지. NYT 갈무리
▲ 뉴욕타임스 구독 페이지. NYT 갈무리

글로벌 미디어들은 비즈니스 활로를 찾을 수 있을까. NYT는 디애슬레틱의 스포츠부 대체를 ‘번들링 전략’의 하나로 보고 있다. NYT는 구독 홍보창에서 ‘NYT를 구독하면 기존 뉴스와 함께 게임, 요리, 제품 리뷰 서비스를 함께 즐길 수 있다’고 광고한다. 여기에 ‘디애슬레틱’(The Athletic)이 추가된 것이다. 앞서 십자말풀이 게임 ‘워들’, 제품리뷰매체 ‘와이어커터’ 등을 인수한 데 이어 스포츠부 폐지를 주도한 데이비드 퍼피치 NYT 이사 및 애슬레틱 발행인은 “매체가 아닌 팬덤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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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이조스 CEO는 WP에 대규모 투자를 할 예정이다. 공식 입장이 나오진 않았지만 NYT가 지난 2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내부 관계자가 “2023년을 ‘투자의 해’로 계획했다”고 밝혔다. NYT는 “최근 베이조스 CEO는 뉴스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몇 달동안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비즈니스가 어려움을 겪자 워싱턴포스트 운영에 더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WP는 미국 전역의 독자들이 자신의 의견과 논평을 제출할 수 있는 오피니언 섹션을 기획하고 있다. 베이조스 CEO 역시 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4년 넘게 유지된 스타일의 섹션들 역시 9월 개편을 계획 중이다. NYT는 “온라인 홈페이지 개편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WP 대변인은 “제프 베이조스의 두 번째 10년은 훨씬 더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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