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조사로 다시 문재인 정부가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이전 정부 때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급된 기금 5824억 원이 부실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선 1차 조사 때 2616억 원의 부당 집행이 적발된 것으로 고려하면 총 80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다수 아침신문이 이를 1면에 보도하는 동시에 경향신문은 1면에 감사원을 겨냥한 기사를 내고 “총선 염두한 정치 감사”라며 “전 정부 사업에 관여한 공직자들을 집중 검증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고 했다.

▲ 4일자 아침신문 1면.
▲ 4일자 아침신문 1면.

부실 집행이 드러난 기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전기요금에 3.7%를 부가해 조성된다. 정부는 이 가운데 404억 원은 환수 요구하고 626건은 수사 의뢰, 85건에 대해선 관계자 문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부정 집행이 이뤄진 곳은 주로 대출 등 금융 지원 과정에서 발생했다. 설비 투자 비용을 크게 책정해 사업비를 부풀리거나 세금 계산서를 축소했다. 편집 프로그램으로 가짜 세금 계산서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 4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4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4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 4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해당 이슈로 총 5개의 기사를 내며 이전 정부의 정책 전반을 비판했다. 1면에 <신재생 비리로 샌 전력기금 8440억> 기사를 냈고 3면에도 <가짜 세금 계산서로 대출받고, 버섯농장이 태양광 둔갑> 기사를 배치했다. 3면 <취약층 지원하라고 만든 전력기금, 탈원전·한전공대로 빼갔다> 기사에선 전력산업기반기금 자체를 놓고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쌈짓돈’, ‘눈먼 돈’”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는 기금을 정권 입맛에 맞는 용도에 사용하는 현상이 가속됐다”고 비판했다.

▲ 4일자 조선일보 33면 기사.
▲ 4일자 조선일보 33면 기사.
▲ 4일자 조선일보 사설.
▲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 33면에선 ‘독자마당’을 통해 “전임 정부에서 친환경 미래형 에너지라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부작용”이라며 “탈원전 찬성론자들이 정부 요직과 에너지 관련 공기업·단체의 장이 되었다”고 했다. 사설 <국민이 쌓은 전력기금이 태양광 업자와 한전공대의 ‘봉’ 됐다>에선 “‘문재인 공대’로 불리는 한전공대도 이 돈(전력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문제는 지난 정부가 탈원전의 문제를 메운다고 체계적 전략도 없이 신재생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라고 했다.

▲ 4일자 한겨레 8면 기사.
▲ 4일자 한겨레 8면 기사.

한겨레는 국무조정실 조사 이후 신재생에너지의 사업 비중 자체가 줄 것을 우려했다. 전력기금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기금 구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RE100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늘리면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인데, 신재생에너지 금융 지원을 축소하게 될 경우 초기 비용 부담이 큰 소규모 사업자들의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보급은 줄고 가격은 내려가지 않아서)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에너지 전문가 발언을 인용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재생에너지 산업 자체는 계속 키워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태양광과 풍력은 기후위기를 막고 선진국들의 탄소 감축 압박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적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고 일부 품목의 경우 우리도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3%로 늘리겠다고 했다. 원자력과 신재생의 청정에너지 조합이 적절히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위축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30일 오전 전북 군산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30일 오전 전북 군산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소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향 “감사원, 이태원 감사 의도적 늦춰… 의지 보이지 않는다”

경향신문은 1면에 감사원을 겨냥해 “‘정치 감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력기금 부실 집행은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이지만, 감사원을 놓고도 “전 정부에 대해선 유례없이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감사를 벌인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겨레는 감사원 증원을 놓고 “공직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 4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4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이태원’ 연말 감사… ‘총선 염두한 정치 감사’ 의혹>에서 “감사원이 올해 연말에야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에 착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감사 결과가 내년 4월 총선 전에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감사 착수 시기를 늦췄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이마저도 각종 재난 관련 대응체계 전반을 살펴보겠다며 이태원 참사를 중점적으로 감사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과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 감사를 놓고 수차례 진실공방을 벌인 바 있다.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 감사를 의결해놓고 ‘계획 없다’며 거짓말했다는 지난 2월 경향신문 보도에 감사원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보도자료를 냈고, 경향신문은 지난달 ‘허위보도자료’라고 재반박했다. 경향신문이 회의록을 입수한 결과 감사계획에 이태원 참사가 포함돼 첫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에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최고 감사기구로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결국 처음 경향신문 보도대로 이태원 참사 감사를 진행하는 모양새다.

[관련 기사 : 이태원 참사 감사 의결 놓고 경향신문-감사원 진실 공방]

[관련 기사 : 경향 "감사원, 허위보도자료 배포" 이태원참사 감사 의결 놓고 재격돌]

▲ 경향신문 3면 사진기사.
▲ 경향신문 3면 사진기사.

경향신문은 “올해 1월 연간 감사계획 수립 당시부터 감사위원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를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고 요청했음에도 감사 시기를 올해 말로 결국 미룬 것이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면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이마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2면에도 <세월호 참사 때는 13일 만에 감사… ‘의도적 미루기’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 기사를 내며 “감사원의 이 같은 태도는 과거 대형사고 발생 때와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감사원은 세월호 참사 13일 만인 4월29일 5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같은 해 7월8일 감사 중간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10월10일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및 연안 여객선 안전관리·감독실태’ 감사 최종결과를 내놨다”고 했다.

▲ 4일자 한겨레 사설.
▲ 4일자 한겨레 사설.

감사원의 감사관 50명 증원을 놓고도 비판이 나왔다. 한겨레는 사설 <감사원 불법은 모르쇠, 사정몰이만 관심 둔 윤 대통령>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맞춘 공직 감찰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윤 대통령 역시 증원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불거진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결재 조작 등 불법 의혹은 외면한 채, 감사원을 사정몰이의 첨병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만 선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집권 2년차를 맞은 윤 대통령은 연일 공직사회를 향해 강한 언사로 ‘군기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야당과의 협치 포기로 입법을 통한 정책 추진은 불가능하니, 행정부 공무원들을 확실하게 틀어쥐어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감사원의 감사관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각 부처의 상시 감찰·감사를 강화해 공직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보훈부 가짜 독립유공자 논란에 친북, 친일 갈라치기 재점화

국가보훈부가 좌익 활동이나 친북 활동 경력은 독립유공자에서 제외하고 친일 행적에 대해선 대한민국 건설 기여를 기준으로 독립유공자 검적을 재검증하겠다고 밝히자 이념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쏟아졌다.

▲ 박민식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 박민식 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3일 페이스북에 “가짜 독립유공자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며 “항일운동 했다고 무조건 오케이(OK)가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설이 아니라, 북한 김일성 정권 만드는 데 또는 공산주의 혁명에 혈안이었거나 기여한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받아들일 대한민국 국민이 누가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앞서 국가보훈부도 전날 보도자료를 내어 “친북 논란이 있음에도 독립유공자로 포상돼 서훈 적절성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 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4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이를 놓고 한겨레는 1면에 <보훈에도 ‘이념 잣대’…또 정치적 편가르기 부추기는 정부> 기사를 내 “역대 정부 움직임과 달리 독립유공자 인정 범위를 다시 좁히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며 “김일성 주석의 항일 무장투쟁만을 독립운동으로 인정하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까지 폭넓게 인정해 정통성을 넓혀왔다. 이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다양성이 기본인데, 정부가 역사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 같다. 왜 북한의 움직임을 닮아가는가”라고 말한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독립유공자, 친일은 되고 좌익활동은 안 된다는 건가>에서 “서훈이 고려될 수 있는 인사로는 일제 작위를 받았지만 임시정부에 참여한 김가진, 3·1운동에 참여했지만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 위로금을 낸 조봉암, 친일 행적으로 서훈이 박탈된 장지연·김성수 등이 거론됐다”며 “만약 김원웅 전 광복회장 부모(김근수·전월선)나 손혜원 전 의원 부친(손용우)에게 결격 사유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서훈을 취소해야 한다. 다만 그 검토가 정권의 이념 잣대에 따라 임의로 이뤄져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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