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를 계획해놓고 감사원이 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경향신문 보도에 감사원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현 정부에 부담 주지 않기 위해 ‘몰래 감사’를 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반박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감사원의 ‘정치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 17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17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지난 17일 기사 <감사원, ‘이태원 참사 감사’ 의결해놓고 언론엔 “계획 없다” 거짓말>에서 “감사원이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재난 대응의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들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중 감사를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 1일 상반기 감사계획을 발표하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와 관련해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했다”며 “감사원이 이태원 감사 건이 이슈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거짓 브리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12일 열린 감사위원회에서 감사위원 전원 동의를 얻어 이태원 참사 관련 기관을 감사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경향신문은 “다만 감사위원들은 감사계획에 담는 표현에서 ‘이태원’이라는 명칭은 직접 쓰지 않기로 조정했다. 이는 올해 감사계획에서 ‘사회적 재난의 대비체계’를 감사하겠다는 내용으로 반영됐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를 시행키로 한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토하지 않는다’는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며 “다수 언론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용산구는 감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감사계획은 전무’ 등의 보도를 쏟아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언론의 오보를 유도하고 묵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감사위원들이 공식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에 “이태원 참사에 대해 감사를 한다는 것은 독립된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왜 공식 브리핑에서 거짓말을 했느냐”고 항의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 감사원. ⓒ연합뉴스
▲ 감사원. ⓒ연합뉴스

감사원은 보도 당일 즉각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감사원은 “감사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계획을 의결한 바 없다”며 “이태원 참사를 포함한 다양한 재난예방시스템에 관한 감사의 필요성이 논의되기는 하였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는 최종 업무계획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감사위원들이 감사원장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를 배제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보도자료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감사원은 국회 국정조사 시정·처리요구사항(독립적 진상기구 설치, 재발방지대책 및 피해자·유가족에 대한 후속대책) 및 후속조치 사항(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선TF 등), 검찰·경찰의 수사 경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소추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일 브리핑 당시 쏟아졌던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 계획 전무’ 등의 보도와는 뉘앙스가 다른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주목받지 않기 위해 감사원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보도자료에 언급하지 않았다.

▲ 17일자 경향신문 6면 기사.
▲ 17일자 경향신문 6면 기사.

지난해 최재해 감사원장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하는 등 감사원엔 ‘정치편향’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와 코로나19 백신 수급 지연 사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관련 통계조작 논란 등 전 정부 활동을 주로 겨냥한 데 이어 방송통신위원회 정기감사, 국민권익위원회 특별감사 등 전 정부 인사가 기관장으로 남아 있는 부처에 힘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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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 8월 감사원이 ‘2020년 상반기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 중 일부가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정황이 있다며 조사를 벌이자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지역언론학회 등 언론학계는 감사원이 외부 인사이자 민간인인 전 심사위원을 상대로 무리한 조사를 하고 있다며 “학회와 시민단체가 추천한 학자 및 전문인들에 대한 조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향후 해당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감사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을 감사해달라는 국민감사 청구를 감사원이 거부했고, 이것이 위헌이라며 지난 2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이 참여연대의 청구 중 의사결정 과정의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 건축공사 계약체결 과정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만 감사하고 이전 비용 추계·책정 관련 불법성 및 재정 낭비 의혹, 대통령실 공무원 채용 과정의 적법성 여부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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