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제주 4·3,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에 관해 일반 인식과 동떨어진 발언을 쏟아온 인물이다. 진보진영 일각에선 ‘극우 인사’로 규정하는 인물이다.

최근에는 6·25 민간인 학살에 대한 피해 보상이 ‘심각한 부정의(不正義)’라는 취지로 주장했다가 유족회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침략자에 맞서 전쟁 상태를 평화 상태로 만들기 위해 군인과 경찰이 초래한 피해에 대해 1인당 1억3200만 원의 보상을 해주고 있다”는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 3월에는 국회에서 “북한이 5·18 민주화운동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야당과 시민사회 반발을 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김 위원장을 임명할 때부터 예고된 갈등이었다.

김 위원장 주요 이력 가운데 하나는 9년 동안 지킨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직이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MBC 사장 임면권을 갖고 있으며 주요 임원을 임명한다. 공영방송 운영에 있어 인사라는 핵심 카드를 쥐고 있다.

MB 최측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2009년 8월 그를 3년 임기의 8기 방문진 이사에 임명한 후 두 번 연임해 2018년 7월까지 임기를 채웠다. 2008년엔 뉴라이트 계열의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방송 및 저널리즘 문외한인 그의 전문 분야는 한국 반도체 산업 연구다.

▲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2011년 모습(왼쪽)과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연합뉴스, 진실화해위원회
▲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2011년 모습(왼쪽)과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연합뉴스, 진실화해위원회

김 위원장과 같이 보수색 짙은 비전문가를 방문진 이사로 추천한 인물이 바로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현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이다. 이 특보는 동아일보 정치부장 시절 ‘뉴라이트’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인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0일 통화에서 “2009년 당시 이동관 특보가 (방문진)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내게 제안했다”며 “그땐 이동관이라는 사람의 이름조차 몰랐다”고 술회했다. 이어 “나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정무분과위 전문위원을 지냈는데 그때 그가 내 존재를 알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방문진 이사직을 내게 권유하면서) 특별히 언급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MBC가 콘텐츠로 세계를 주도하는 문화자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방문진 이사를 맡게 된 것인데, 방문진에 와서 보니 국내 정치 상황을 놓고 여야가 다투는 싸움의 장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국내 현안에만 관심을 가질 뿐 미디어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이 특보 방통위원장 임명설을 둘러싼 언론계 비판에 “이동관이 아닌 누가 와도 (윤석열 정부 인사라면) 미리 결론을 내고 비난할 것 아닌가”라며 “KBS, MBC 우리 공영방송들이 현재 편향적인지 아닌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MBC를 ‘이념과 진영의 전장’으로 퇴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MBC PD·사장을 지낸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김광동씨를 포함한 뉴라이트 인사들은 MBC를 운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 끊임없이 흔들었다. MBC를 자신들의 진영과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으로 변질시키기 위함이었다”며 “물론 그 이전에도 방문진 내에서 여·야 이사들이 이견을 보인 적 있었지만, 방문진을 장악한 뉴라이트 인사들은 ‘MBC는 노영방송’ 프레임으로 전투적 갈등을 일으키는 데 주력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8기 방문진 이사회는 2010년 김재철 MBC 사장을 선임하는데, 김우룡 이사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 “큰집에서 김재철 MBC 사장을 불러 조인트를 깠다”고 주장하는 등 MB 청와대의 MBC 장악은 노골적이었다. 2009년 당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을 지낸 이근행 MBC PD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연주 KBS 사장 해임, 낙하산 사장에 반대했던 YTN 기자들의 해고 사태가 이어졌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MBC를 장악할 수 있는 인사들이 방문진에 투하될 것이라 예측했다”며 “MB 정권 초부터 뉴라이트 인사들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김광동 방문진 이사 임명은 본격적 방송 장악을 알리는 신호 정도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특보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되면 이사 임명권을 통해 과거처럼 방문진을 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특보는 MBC와 방문진 장악을 ‘우호적 언론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6월 채널A 시사토크 프로그램 ‘외부자들’에 출연해 “(정권이) 우호적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다 하도록 돼 있다”며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MB정부는) 불법적으로 일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큰집에서 김재철 MBC 사장을 불러 조인트를 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연배도 한참 위인 그분(김재철 사장)의 조인트를 내가 어떻게 까겠느냐”며 “방송사 안에서 주요 보직을 거쳐 성장한 분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누구는 이렇게, 저렇게 (인사)하라는 관여를 (청와대에서)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우호적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그 자리에 또 가게 되면 우호적 언론 환경을 조성하겠느냐’는 물음에 “누구든 해야 한다. 하지만 다시는 그 자리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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