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있는 대학생들이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써붙였다. 이들은 “아들의 학폭 문제를 덮고 이명박 정권에서 언론 장악 중심에 있었던 이동관은 방통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방통위원장 내정 취소를 요구했다. 윤석열 정권이 본인의 입맛대로 언론을 통제하려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고려대, 경북대, 아주대, 한국외대, 강원대, 충남대, 부산대 등 전국 11개 대학에는 지난 12일부터 이 특보를 방통위원장에 내정하면 안 된다는 대자보가 붙었다. 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의 각 대학 지부에서 작성해 부착한 것으로, 지난해 10월29일 만들어진 이 단체는 촛불집회 등에 참여하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춘천 강원대학교에 붙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 취소 대자보. 사진=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 제공.
▲ 춘천 강원대학교에 붙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 취소 대자보. 사진=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 제공.

이들은 과거 이명박 정권에서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내며 언론 탄압을 자행한 이 특보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되면 또다시 언론 탄압에 앞장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인사는 방송과 언론을 장악해 윤 정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라고도 비판했다. 

경북대에선 “이동관은 지난 이명박 정권 시절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면서 언론 장악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라며 “이런 자를 ‘방송·통신’ 위원장으로 올려놓겠다는 건 앞으로 언론탄압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선언”이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강원대에 붙은 대자보는 “(이동관은) 이명박 정권 당시 ‘공영방송 장악’과 ‘종편출범’을 추진했던 핵심인물”이라며 “농지법을 위반하고도 관련 사안을 보도하려던 언론사에 압력을 넣었던 경력도 있다. 이런 사람이 방송의 공공성과 자유를 책임지는 총괄자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라고 했다. 부경대에도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들에는 고소남발로 언론에 재갈을 물렸고, 공영방송 사장을 마음대로 해임시킨 후 낙하산 사장선임, 언론인 해직사태 등을 주도한 것이 이 특보의 작품”이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 대구 경북대학교에 붙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 취소 대자보. 사진=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 제공.
▲ 대구 경북대학교에 붙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 취소 대자보. 사진=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 제공.

특히, 이들은 이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과 은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4년 전 JTBC <전용우의 뉴스ON>에 출연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를 두고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고 말한 이 특보의 발언도 언급됐다.  

강원대에는 “그의 아들이 저지른 학폭으로 인한 피해자만 최소 4명”이라며 “사소한 말다툼이나 째려만 봐도 열리던 하나고등학교 학폭위는 정확히 이동관의 아들만 피해간 것”이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아주대에는 “자식의 학폭 문제를 덮어준 논란이 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이명박 정부 밑에서 언론 장악 중심에 있었다는 이동관은 방통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우연이 아닌 계속해서 인사참사를 만드는 윤석열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담긴 대자보가 붙었다. 

경북대에는 “(이동관 아들의 학교폭력은) 정순신 아들의 경우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수준”이라며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이동관이 시사프로그램에 나와서 했던 말이다. 이동관 아들의 학교폭력과 이동관의 언론탄압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자들을 비호하며 권력을 주려하는 윤석열 역시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마땅하다”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부경대에 붙은 대자보에도 “당시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이동관 특보는 학교 이사장에게 자녀 학폭 문제로 전화했다. 권력을 가진 자가 전화를 넣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외압’이라 할 수 있다”며 “제2의 정순신 사태”라는 비판이 담겼다. 

▲ 경기도 수원 아주대학교에 붙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 취소 대자보. 사진=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 제공.
▲ 경기도 수원 아주대학교에 붙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 취소 대자보. 사진=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 제공.

조안정은 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 집행위원장(성공회대 재학)은 20일 미디어오늘에 “이명박 정권 당시 언론 탄압에 앞장섰던 사람이 다시 한 번 비슷한 직위에 오른다는 건 결국 또다시 윤 정권 아래에서 언론 탄압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라며 “아들이 학교 폭력 가해자인데, 당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알리지 않았던 사람이 과연 공직자에 올라서 어떤 사회의 정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정권의 언론관에 대해서도 “윤 정권은 언론을 탄압으로써 본인들이 알리고싶은 내용만 전달하며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결국 자신의 입맛에 맞게만 국가를 운영함으로써 독재정권을 만들기 위한 시작이지 않을까 위기의식을 느낀다. 나라가 전반적으로 후퇴하는 모습은 국민들이 1년도 안돼서 윤석열 퇴진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선 이유다. 대학생들도 요즘 촛불시위 현장에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소원 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 서울지역본부장은(백성예술대 재학)은 “반성과 사죄 없이 감싸주기식으로 아들의 학교 폭력을 덮은 모습이 공정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언론을 탄압했던 사람을 다시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한다는 것 자체에 언론에 대한 가치관이 투영돼있다. 자질을 검증해 적합한 지 판단해야하는데, 이동관이라는 사람을 옆에 두고 본인 입맛대로 언론을 다스리겠다는 수법으로 보인다. 독재를 저지르려 하는 정부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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