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오보사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공동주관하고 김상희·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31일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선 2020년 윤미향 민주당 의원(당시 더불어시민당 당선자 신분)의 당선 직후 언론 보도를 ‘정의연 오보사태’로 규정했다. 당시 윤 의원과 정의연에 대한 의혹 상당수가 사실과 다르고 윤 의원에 대한 혐의 역시 대부분 불기소·무죄로 결론났다는 이유에서다. 

조선희 민언련 활동가는 발제에서 논란이 됐던 기사 10개를 분석했다. 조선일보 4건, 중앙일보 3건, 한국일보 2건, 한국경제 1건으로 △국세청 공시를 보니 기부금 운영에 문제가 있다 △윤 의원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다 △보조금·기부금 모금에 문제가 있다는 등 크게 3가지 종류의 의혹을 제기한 보도였다. 10건은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불기소 또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 정의기억연대 의혹 별 문제제기 보도한 언론사와 기사 내용, 출처, 문제제기 결과. 자료=민언련
▲ 정의기억연대 의혹 별 문제제기 보도한 언론사와 기사 내용, 출처, 문제제기 결과. 자료=민언련

조 활동가는 “10개 의혹의 출처를 살펴보면 검찰, 정치권처럼 특정한 곳에 쏠리지 않고 언론사가 자체 취재한 것도 있다”며 “언론의 이런 취재·보도 행태는 이용수 선생 기자회견 요지에 부합하는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방향성을 제고하고 시민사회단체 운동 방법에 대한 성찰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로 접근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검찰이나 의원실 발 자료를 받아쓰는 것을 넘어 언론사들이 의혹 제기에 적극 나섰으나 ‘오보 사태’가 빚어졌다는 비판이다. 

해당 10개 기사를 포함해 당시 윤 의원과 정의연 등에 대한 의혹 보도의 언론 윤리 문제도 지적됐다. 

첫째 해명·반론이 있어도 의혹을 부풀린 보도로 한국경제 <[단독] 하룻밤 3300만 원 사용…정의연의 수상한 ‘술값’>에서는 정의연 측의 “2018년 디오브루잉에 기부된 3339만 원은 옥토버훼스트에서 열린 후원의 날 행사에서 쓴 비용”, “옥토버훼스트 외에 다른 곳에서 쓴 비용도 포함돼 있다”라는 해명이 있다. 즉 정의연 해명에도 보도 방향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 기사는 한경에서 사내 이달의 기자상과 중앙대언론동문회에서 ‘제8회 의혈언론인상’을 받았다. 이 기사는 3300만 원이 술값으로 사용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는다고 정정됐다. 

둘째로는 자극적 제목을 단 받아쓰기 기사들이다. 한경 보도를 받아쓴 기사를 보면 중앙일보 <정의연 참 희한한 기부…3300만 원 지출 사용처는 맥줏집>, UPI뉴스 <“비용 부풀렸나”…정의기억연대 행사비용 3300만 원의 의혹>, 조선일보 <“술집서 하루 3300만 원” 위안부 단체, 이상한 장부> 등이다.

세 번째로는 해명과 반론을 무시하고 의혹을 반복적으로 제기한 기사다. 정의연 해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의혹 제기 방식으로 비판 보도가 이어지면서 ‘오보 사태’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넷째는 사실 확인이 부족한 무차별 의혹 제기다. 조 활동가는 “윤 의원 개인의 재산 형성 과정 문제와 기부금을 유용하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사실 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모니터링 결과) 기사에서는 그런 사실 관계들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부실한 기사였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무더기 정정보도에도 ‘받아쓰기 오보’는 남았다는 부분이다. 조 활동가는 “정의연은 언론중재위원회에 9개 언론사 13개 기사를 대상으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기사 11건은 삭제되거나 제목이 수정됐고 정정·반론보도가 실렸다”며 “확인되지 않거나 왜곡에 가까운 사실을 ‘단독’이라고 내면 여기저기서 받아쓴 당시를 떠올려볼 때 수많은 어뷰징 기사와 사실 확인 없이 받아쓴 기사 모두 정정하거나 반론을 싣거나 삭제해야 하지만 받아쓴 기사들은 정정·반론 없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란 정의기억연대 연대운동국장에 따르면 언론중재위에서 조정이 안 된 기사는 조선일보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께 사과…기부금 사용내역은 공개 못해”>, 신동아 <위안부 비극을 돈과 권력으로 맞바꾼 정의연 파탄記> 등 두 건이다. 정의연은 여기에 몇 가지 기사를 추가해 TV조선, 조선일보, 채널A, 신동아 등을 상대로 지난 2020년 9월8일 서울중앙지법에 총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서도 다뤘다. 방통심의위에 총 13개 방송 클립을 제소했고 3건에 대해 권고가 내려졌다.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당선자 신분)이 2020년 5월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당선자 신분)이 2020년 5월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월 윤 의원의 8개 혐의(사건별 구분 시 14개 혐의)와 관련한 재판 결과를 전하는 언론 보도 문제점도 다뤘다. 윤 의원은 13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고 횡령 혐의에 한해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2011~2020년 1억여 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가운데 1718만 원만 윤 의원이 개인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조 활동가는 이 사실에 관해 조선일보가 13건으로 보도량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기사 <윤미향 1심서 벌금형…법조계 “납득 어려워”>에서 ‘법조계’와 ‘한 현직 판사’ 등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 “법률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도했는데 조 활동가는 조선일보가 성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일보가 사설에서 “언론은 무분별한 받아쓰기로 일조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볼 일”이라고만 언급한 것에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번 오보 사태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폄훼하는 분위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는 “2010년 중후반부터 한국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조차 부정하고 혐오로 공격했던, 특히 ‘반일 종족주의’ 출판 직후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무대로 암약해왔던 뉴라이트들, 여기에 전직 외교·안보 관료들의 의도와 기획들이 뒤섞이면서 이용수 기자회견을 이용해 윤 의원과 정의연을 집중적으로 때리고 그들 사이를 갈라치고 대립시키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이 세력은 이 사태를 ‘윤미향 사태’ 또는 ‘정의연 사태’로 명명했고 그에 대한 진영화된 반발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이 음모론적으로 기자회견 배후설을 제기하면서 발생한 ‘이용수 사태’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용수씨의 2020년 5월7일 기자회견 다음날 윤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총선 때 시민당 공천에서 탈락한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공동대표를 만난 뒤 이씨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주장했고, 김어준씨는 ‘뉴스공장’에서 이씨의 기자회견문이 “할머니의 문장이 아니다”라며 ‘최 대표 배후설’을 확대 재생산했다. 윤 의원, 정의연을 비난하는 보수 언론과 이에 음모론으로 맞선 진보진영의 스피커 김어준씨 방송 등으로 ‘윤 의원은 진보 매체, 이씨는 보수 매체’라는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오태규 전 한겨레 기자는 정의연과 윤 의원에게 반성할 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보도 사태의 시발점이 위안부 피해 당사자의 문제 제기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은 정의연 쪽에 매우 아픈 대목”이라며 “위안부 운동 내부에 균열이 벌어진 주된 원인은 운동 세력 안에서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이 특정인을 국회로 진출시킨 섣부른 정치 세력화에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 운동 세력의 대표가 정치권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운동 내부에서 이견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합의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사태는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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