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이 유료 뉴스레터 ‘월간 쏙(SO_OK)’을 다음달부터 시작한다. 통상 언론사에서 만드는 뉴스레터는 독자와 접점을 넓히기 위해 무료로 보내는 반면 옥천신문은 1년 12만원(월 1만원)으로 구독료를 책정했다. 대신 ‘월간 쏙’을 구독하면 충북 옥천군 내 정보 소외계층에게 1년간 옥천신문을 보내준다. 

‘월간 쏙’은 오는 6월15일 창간호를 보낼 예정으로 이현경 편집국장, 권오성 상임이사, 황민호 대표이사가 주도해서 만든다. 옥천신문이 취재한 내용 중 옥천 밖 독자도 이해하고 공감할 만한 내용을 뉴스레터에 담을 예정이다. 그 외에도 ‘월간 쏙’에선 매달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을 담아 제안하고, 옥천신문 청소년독자위원회가 선정한 이달의 기사도 담을 예정이다. 

▲ 오는 6월15일 창간호를 준비 중인 옥천신문 유료 뉴스레터 '월간 쏙'. 사진=옥천신문
▲ 오는 6월15일 창간호를 준비 중인 옥천신문 유료 뉴스레터 '월간 쏙'. 사진=옥천신문

 

이현경 국장은 지난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뉴스레터를 옥천 사례로 만들지만 지역소멸, 농천 고령화 등 다른 지역에도 해당하는 보편적인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며 “그동안 옥천 외부에서 옥천신문을 구독하던 분들이 기사 취지나 내용이 좋지만 옥천군에 해당하는 이야기라서 구독을 끊는 경우가 있어 특수한 사례를 보편화한 의제로 재해석해 더 많은 독자와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옥천군의 한 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는데 지역사회나 행정에서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 이 상황을 옥천신문이 보도할 수 있다. 이때 학령인구의 감소와 지역소멸로 폐교되는 문제는 옥천 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다른 지역주민들과 공유할 수 있다. 그렇게 옥천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신문이지만 옥천 밖 독자들과 접점을 만들어보려는 실험이다. 

이 국장은 “지역언론도 위기고 종이신문도 위기라서 매체를 다변화하고 유튜브 영상도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편집국 구성원들의 역량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주민과 오프라인에서 밀착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도 활발하게 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해오다 ‘월간 쏙’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뉴스레터를 통해 더 많은 독자와 밀착하려는 시도는 옥천군의 지역소멸과도 무관하지 않다. 옥천군 인구는 지난 2008년 5만5000여명 수준에서 지난달 말 기준 4만9252명으로 15년 새 약 10%(5223명)가 줄었다. 옥천 인구의 감소는 옥천신문 독자의 감소다. 같은 기간 옥천신문 독자수는 4000여명에서 2900명대로 줄었다. 

지역소멸은 역설적으로 지역신문을 필요로 한다. 풀뿌리 언론 중 독자 밀착과 기사 유료화, 다양한 매체와 사업 인큐베이팅으로 유명한 옥천신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옥천신문을 연구하거나 이 신문을 취재하는 곳도 늘었다. 

최근엔 일본 외신에서도 주목했다. 지난달 19일엔 도쿄신문에서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를 인터뷰해 <한국 농촌에서 지역 밀착 주간지가 행정을 움직여 젊은이를 불러오는 저력을 찾은 황민호 대표(韓国農村部で地域密着の週刊紙が健闘 行政を動かし、若者を呼び込む底力を探った 黄民鎬代表インタビュー詳報)>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관공서의 보도자료가 아닌 주민이 원하는 기사를 쓰며 월 1만원 구독료를 받고 지역 활성화에 대한 고민하는 신문사로 조명했다. 

▲ 일보 도쿄신문 지난달 19일자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 인터뷰 기사 갈무리
▲ 일보 도쿄신문 지난달 19일자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 인터뷰 기사 갈무리

 

이 국장은 “옥천신문 애독자들은 창간때부터 30여년을 봐준 분들인데 고령화한 주민들이 돌아가시면서 독자가 줄어들고 있다”며 “지역신문이 많이 읽히고 공론장으로 파급력이 커져야 문제해결의 시발점이 되는데 그렇다고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면 건강한 신문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고민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소외계층에게 신문 구독료를 지원하는 사업 예산이 줄었는데 신문을 받아보다가 못 보면 (세상과) 소통 창구가 없어지는 주민들이 있다”며 “이들을 어떻게 끌어안을지 고민까지 연결해서 뉴스레터를 유료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월간 쏙’은 지발위 제안사업으로 선정돼 디자인 등 비용을 충당했다. 

‘쏙(SO_OK)’은 무슨 뜻일까? 이 국장은 “옥천신문의 ‘옥(OK)’을 살리는 이름을 고민하다가 구독자 마음에 쏙 들겠다는 뜻에서 지었다”고 설명했다. 첫호로 어떤 아이템을 다룰지 준비 중인 이 국장은 “6월15일 창간호는 (형식·내용 등이 궁금하니) 무료로 풀어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그것도 같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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