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도 하나의 산업일 뿐이니 시장논리에 따라 각자도생해야 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지역언론을 지역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요소로 보고 정부에서 지원책을 고민해야 할까?

지난 27일 우석대에서 개최된 한국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바른지역언론연대, 지역신문발전기금 주간지 우선지원선정사협의회, 한국언론정보학회 공동주최)에서 천현진 건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 선임연구원(전 지발위 전문위원)은 ‘지속가능한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지원정책 방향 모색’을 주제로 해외에서 지역언론에 대해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천 연구원은 미국 노스캐롤리나대학 허스먼저널리즘스쿨에서 내놓은 뉴스사막화 관련 보고서 내용을 먼저 소개했는데 2005년부터 2020년 사이 문닫은 지역신문이 2200여개로 전체 지역신문의 4분의1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2020년에만 100개 이상이 폐간했고 3만7000명의 언론인이 해고·무급휴직·급여삭감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는데 이는 석탄·철강 산업 붕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지역언론의 위기 상황에서 미국 전체 카운티(군) 3400여개 중 지역신문이 없는 카운티가 200개 이상이고 매주 하나의 신문만 발생하는 카운티도 1630개에 이른다고 했다. 또 미국에서는 헤지펀드나 거대 미디어 체인이 소유한 지역신문이 늘면서 지역내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전국 뉴스가 유통되거나 수익만 추구하는 뉴스가 늘고 있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2018년 대형금융자본이 소유한 신문사가 1102개로 일간신문 발행부수의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특히 Gannett, Journal Register, Media News Group 등 3개 미디어그룹이 425개 신문을 소유하고 있다. 

▲ 천현진 전 지발위 전문위원이 27일 세미나에서 발제하는 모습. 사진=바른지역언론연대 유튜브 갈무리
▲ 천현진 전 지발위 전문위원이 27일 세미나에서 발제하는 모습. 사진=바른지역언론연대 유튜브 갈무리

 

미국의 다양한 지역언론 지원책을 소개하며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지역언론을 ‘사회 인프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신문을 수요와 공급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시장으로 보고 지역과 유대관계가 없는 거대 자본이 편집 등을 결정하면서 포용성·다양성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했다. 경제학자들은 저널리즘을 ‘공익’으로 정의하고 지역신문 구조를 커뮤니티 기반의 시민 가치를 제공할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있다. 

천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사회는 지역 뉴스를 재건하기 위한 정책방향은 △내용 중립적, 비정파적, 편집 독립성 보장 △미래지향적이고 기존 지역언론사와 새로운 혁신 기업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 △플랫폼 중립적, 지역 뉴스 조직이 지속가능한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 △지역에 기반을 둔 다양성 또는 비영리 미디어 지원 △지역사회에 더 많은 지역 기자 양성 등 5가지다. 

지역언론사에 광고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세금 공제 혜택제도는 연방의 ‘지역 저널리즘 지속가능성법’을 기준으로 6000달러 광고 집행시 3000달러를 환급해준다. 위스콘신, 콜로라도, 메릴랜드 주에서도 관련 제도가 있다. 광고주(중소기업)가 직접 보조금 지급 대상(지역언론사)를 결정할 수 있고 지원 이후에도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 유지가 가능하지만 커뮤니티 내에서 편중돼 분배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지역기자 고용시 세금을 공제하는 제도도 있는데 연방의 ‘지역 저널리즘 지속가능성법’과 뉴욕주 발의안이 있다. 언론사 고용하락을 해결하기 위한 직접 지원책이란 장점이 있지만 정부가 결정 과정에 개입하게 되고 정상적 언론으로 가장한 위장 매체인 ‘핑크 슬라임’ 매체가 지원을 받을 수도 있어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구독이나 후원을 하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식도 있다. 연방의 ‘지역 저널리즘 지속가능성법’이나 매사추세츠에서 운영하는 방식인데 연방 기준으로 250달러까지 세금 공제를 해준다. 장점은 미래 지속가능성의 핵심인 디지털 구독 개발에 도움을 주고 단점으로는 소득이 높은 구독자에게 세금혜택이 집중될 우려가 있는 부분이다. 시애틀에서는 ‘민주주의 바우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시의원 선거 공적 자금 지원 제도로 시민들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기부하는 방식이다. 이를 ‘지역 뉴스 바우처’ 시스템으로 언론에 기부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다. 

지역언론사에 정부 광고 집행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뉴욕시, 시카고, 코네티컷 등에서 시행하는데 정부가 광고 예산 일부를 지역언론사에 집중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코네티컷에선 광고지출의 50%를 지역미디어에 할당하도록 한다. 

신문의 지역 소유권을 유지하거나 회복하기 위해 지역사회단체에 세금 인센티브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지역신문을 지역사회(주민) 소유로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지역신문 통폐합을 방지할 수 있다. 다만 공적자금이 대기업으로 지원될 가능성이 있다. 

▲ 기사와 무관한 사진. 미국에선 지역언론을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 인식하고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pixabay
▲ 기사와 무관한 사진. 미국에선 지역언론을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 인식하고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pixabay

 

추가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에선 현재 하원에서만 통과된 법안이 있는데 지역언론을 ‘사회적 인프라’로 인식하고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 ‘더 나은 재건 법안’이 발의돼 있다. 지역언론사에 2만5000달러, 지역언론인에 4년간 1만5000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을 포함하고 있다. 

그 외에도 INN이란 캠페인을 통해 지역언론에 대해 독자가 1달러를 기부하면 정부에서 1달러를 매칭해 지원금을 두배로 늘려주는 주정부 기금이 있는데 이를 독자 1달러당 정부 2달러로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지역언론사에 무이자 또는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제도, 공공 언론인 대출 상환 면제 제도 등도 고민할 수 있다. 

영국에서도 하원에서 지난 1월 7번째로 ‘지속가능한 지역 저널리즘’이란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여기서도 정부가 직접 지원하지 않으면 지역 저널리즘을 살릴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로 보고 정부와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고 커뮤니티 결속력을 유지하며 지역경제 활동 지원과 지억으로서 저널리즘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22일 영국 뉴스미디어협회는 지역신문에 게재하는 수많은 고시·공고를 한데 모은 온라인 플랫폼인 공보 포털을 출시했다.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에서 100만 파운드를 지원 받아 만들었는데 지역에서 알아야 할 공고 소식을 안내하는 포털로 지역뉴스 혁신사례다. 지역신문에 연간 4000만 파운드가 지급되는데 이중 1000만 파운드가 행정 공고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교통, 도로공사, 인허가 변경 등 다른 유형의 공고로 채워진다. 

프랑스에서도 생애 최초로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면 최초 1년간 50유로(45파운드) 세금을 공제해주고 캐나다에서는 디지털 뉴스 구독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 제도가 있다. 

천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의 관점대로 지역언론이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인식의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국가에서 이끌어줘서 인프라로 키워야 한다는 정책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이번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에서도 국정과제에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이야기는 있지만 이에 필수 요소인 지역미디어 정책은 항상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미디어 정책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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