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스사막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올해 들어 미국 지역언론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역신문이 한 개도 없는 카운티(한국의 군에 해당)는 204곳이며, 지역신문이 한 개만 있는 카운티는 1562곳이었다. 카운티 226곳은 지역신문 종말 위기에 처해있다.

노스웨스턴대학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3년 미국 지역언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신문사가 일주일에 2곳씩 폐간됐으며, 이 중 다수는 지역 주간신문이었다. 지난해 폐간·합병된 신문사는 131곳이다. 보고서는 “현재 신문사는 6000곳에 불과하며, 이 중 일간지는 1200개고 주간지가 4792개”라고 설명했다.

미국 3100개 카운티 중 절반 이상은 지역신문이 없거나, 단 하나의 매체만 소유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이들 지역에 대해 “주민들이 풀뿌리 민주주의와 사회적 결속을 육성하는 중요한 뉴스와 정보에 대한 접근이 매우 제한된 커뮤니티”라고 설명하면서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 말까지 미국은 지역언론 3분의 1(2005년 기준)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신문이 한 개만 있는 카운티 1562곳 중 226곳은 마지막 지역신문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노스웨스턴대학은 이들 지역을 ‘감시 목록’에 포함시켰다. 보고서는 “이들 카운티에 거주하는 200만 명의 주민들은 신문이 하나도 없는 204개 카운티의 주민들보다 훨씬 더 가난한 경향이 있다”며 “상당수는 소수 민족이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 미국 지역언론 보고서 중 뉴스사막화 지도.
▲2023 미국 지역언론 보고서 중 뉴스사막화 지도.

지역신문이 한 곳도 없는 204개 카운티의 빈곤율은 17%로, 미국 평균(12%)보다 높다. 보고서는 “(지역신문이 없는) 카운티는 주로 시골 지역이고 인구가 희박하며 주민들은 케이블이나 안정적인 초고속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주 및 지역 뉴스 네트워크에서 단절된 그들은 휴대폰에 의존하여 전국 뉴스는 물론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를 많이 제공한다”고 했다. 신문 기자들도 줄어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신문기자 숫자는 4만3000명 줄었다.

미국 지역미디어협회 CEO 낸시 레인은 보고서에서 “광고 수익이 붕괴함에 따라 대부분의 소규모 신문은 구독자나 지역 광고주로부터 충분한 디지털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됐다”며 “수백 개의 신문과 오랜 역사를 지닌 소수 민족 관련 사이트가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폐쇄됐다”고 설명했다. 낸시 레인은 “공영 방송, 특히 NPR(미국 공영라디오)은 지역뉴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기자를 고용하려고 시도했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기술적으로 진보된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할 때 자금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미국 지역신문 중 다수는 대형 뉴스체인에 소속됐다. 미국 일간지 절반 이상, 지역 주간지 25% 이상이 대형 뉴스체인 소속이다. 보고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대규모 뉴스체인은 대부분의 언론인을 해고했으며 소규모 일간지와 주간지를 폐쇄하고 병합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뉴스체인 가넷은 오하이오 콜럼버스 지역 16개 지역신문 발행을 중단시켰다. 또 가넷은 보스턴 지역 100개 이상 주간지의 인쇄물 발행을 중단하고, ‘Wicked Local’ 웹사이트에 뉴스를 게시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지역언론을 살리기 위한 프로그램에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미국 22개 자선단체는 지역뉴스를 지원하기 위해 5년간 5억 달러(6482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맥아더 재단이 주요 후원자다. 낸시 레인은 “그 어느 때보다 지역 저널리즘 프로젝트에 많은 예산이 할당되고 있다”며 “많은 언론사가 수년 만에 기자를 추가 채용할 수 있게 됐다.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겼다. 이 프로그램은 20년 동안 불거진 지역뉴스의 쇠퇴를 저지하고 지역 저널리즘 부활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은 디지털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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