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수십 명 규모의 대대적 인사개편에 이어 TBS 노동이사였던 양승창 PD와 이강훈 기자가 사퇴하면서 이강택 전 TBS 대표 시절 인사가 모두 교체되는 모양새다. 유선영 전 이사장을 포함해 다른 이사 2명이 앞서 사퇴를 밝힌 바 있어 TBS 이사회는 현재 감사 포함 12명 중 7명만 남았다. ‘제작비 0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 추경 편성을 기다리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쇄신을 보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2021년 2월부터 TBS 제1대 노동이사를 역임한 양승창 PD와 이강훈 기자는 임기를 1년가량 앞둔 가운데 지난 19일 구성원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두 이사는 사내 공유한 입장문에서 “마지막 사명은 현재 이렇다 할 돌파구가 안 보이는 회사 상황을 타개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방법을 찾는 것이라 판단하고 전례 없는 TBS의 쇄신과 혁신, 이를 이끌 새로운 TBS 이사회 구성을 위해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서울시의 추경 편성이 간절한 상황에서 전 ‘김어준의 뉴스공장’ PD였던 양 PD와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장 출신인 이 기자가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은 그간 뉴스공장 제작진과 언론노조 TBS지부를 겨냥해 편향됐다며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울 펴왔다.

[관련 기사 : 국힘 시의원 "TBS 노조 징계해야" 발언에 "헌법 파괴" 반발]

두 이사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도 부탁드린다”며 “‘33년의 역사’의 서울지역 대표 공영방송 TBS가 서둘러 안정 운영돼 시민을 위한 사명 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적극 나서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지난 2일 대대적 인사개편에 이어 노동이사마저 사퇴하면서 TBS 이사회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인사가 모두 물갈이됐다. 지난해 이강택 전 대표가 사퇴한 데 이어 유선영 전 TBS 이사장이 지난 2월 사퇴했고 기존 이사 4명도 지난 2월 임기가 만료됐다.

[관련 기사 : 추경 간절한 TBS… 서울시장 면담 이후 대대적 인사개편]

TBS 이사회는 본래 12명으로 구성된다. 이사장과 대표이사를 포함해, 방송통신위원장 추천 2명, 서울시 공무원 2명, 노동이사 2명이 당연직 이사고 일반 이사 3명, 감사 1명이 추가로 있다. 지난 2월 새로 선임된 이사 중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현경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이 지난달 사퇴하면서 현재 이사회는 12명 중 7명만이 남은 상태다.

2019년 미디어재단으로 독립했지만 상업광고영업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여전히 재원을 서울시에 의존하고 있는 TBS로선 행정기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TBS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2년 연속 예산이 삭감돼 ‘제작비 0원’을 호소하고 있고, 2024년부로는 서울시 출연금이 아예 끊기는 ‘TBS 조례 폐지안’ 통과로 존폐 기로에 선 상태다.

정태익 TBS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6월 이후 예산이 모두 비는 상황”이라며 “송신소, 임차료, 전용 회선 사용료 그리고 한글과컴퓨터 같은 상용 소프트에 대한 구입 비용이 없게 된다”며 추경을 호소했다. 내부에선 빠르면 이번주 서울시의 추경 편성 여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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