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는 TBS가 “전 대표 체제와의 결별 선언”이라며 대대적 인사개편안을 내놨다. 기수 및 연차를 파괴한 파격 인사라는 평가지만 일각에선 3월 인사발령이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장 면담 이후 수십 명의 2차 개편이 이뤄진 것을 놓고 서울시를 포함한 외부 개입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지난 2일 TBS는 보도자료를 내고 전략기획실장에 차현나 PD(현 콘텐츠기획팀장), TV 제작본부장에 박은주 PD(현 제작1팀), 보도본부장에 이용철 기자(현 지역뉴스팀)를 각각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부임한 고민석 라디오본부장과 같은 날 선임된 김응석 방송 기술본부장을 포함하면 콘텐츠 담당 부서장이 모두 바뀐 것이다.

TBS는 “이강택 전 대표이사 시절 선임된 부서장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진정한 의미의 정태익 대표이사 체계가 시작됐다는 평가”라고 했고, 한 TBS 관계자는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켰던 직·간접적인 부서장들이 모두 보직 해임되면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 인사”라고 했다.

이날 선임된 부서장들은 모두 30~40대다. 일부는 팀장을 거치지 않고 본부장으로 직행해 내부에서도 기수 및 연차를 고려하지 않은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전 공지 없이 당일 공개돼 다수가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다.

이번 인사는 TBS가 추경 가능성을 꾀하며 서울시와 소통을 이어가는 흐름에서 나왔다. 지난달 17일 서울시장과 면담을 마친 정태익 TBS 대표는 지난달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정 대표는 “TBS가 알아서 좋은 방송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서울시가) 전했고, 방송 편성 얘기를 한 적은 없다. 방송 편성은 방송사 권한”이라며 “조직 개편은 준비하고 있다. 혁신을 보이기 위해 선언적 느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추경 가능성 생존 몸부림 TBS 앞에 강경한 서울시 의회]

이를 놓고 서울시 입김을 사전에 방지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략기획실장과 TV본부장 등 팀장급 인사가 3월에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장 면담 후 수십 명에 달하는 2차 개편이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서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언제라도 편향된 인사로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 TBS 정관개정 보고자리. 왼쪽이 정태익 TBS대표, 오른쪽이 이종배 시의원. 서울시의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 TBS 정관개정 보고자리. 왼쪽이 정태익 TBS대표, 오른쪽이 이종배 시의원. 서울시의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한 구성원은 미디어오늘에 “공정과 균형을 얘기했지만 100% 다 믿을 수는 없다. 특히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최근 특정 세력이 편향적이라며 징계 등 책임을 추궁했다. 그 뒤에 인사가 단행됐기 때문에 당연히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아무리 TBS가 출연금을 받는 기관이어도 언론사 중 하나다. 시의회나 서울시의 개입을 막기 위해 임명동의제, 중간평가제와 같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작년의 인건비 수준 예산으로 올해를 맞은 TBS는 제작비 ‘0원’을 호소하는 등 추경이 간절한 상황이다. 정태익 TBS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오는 6월 예산이 모두 비는 상황”이라며 “송신소, 임차료, 전용 회선 사용료 그리고 한글과컴퓨터 같은 그런 상용 소프트에 대한 구입 비용이 없게 된다. 구성원들의 존엄과 가치가 인건비에 있다고 생각해 인건비는 묶었지만 구성원들은 계속 인건비를 제작 사업비로 돌리자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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