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가 ‘김어준의 뉴스공장’ 법정제재 근거가 된 ‘공정성’ 기준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유선영 전 TBS 이사장은 공정성 기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끝내 법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TBS는 지난달 17일 제35차 이사회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기각에 따른 헌법소원’ 안건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 TBS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방송의 공정성’ 기준이 모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TBS는 행정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인용하면 헌법재판소에서 방송심의제도 위헌성 여부를 가릴 예정이었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하지만 올해 4월 서울행정법원이 TBS의 제청을 기각했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제재 처분 취소 소송도 기각했다. 이에 TBS가 이사회를 열고 헌법소원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이다. 이사회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이사회에 올라온 방안은 △헌법소원 심판을 예정대로 제기해 위헌여부 확인 △위헌성 제기를 장기 검토과제로 전환해 헌법소원 심판 미제기 등 2개다. 김희경 이사(성균관대 사회과학대학 연구교수)와 양승창 노동이사는 1안에 찬성했다.

하지만 정태익 대표, 최수묵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최원석 서울시 홍보기획관, 조미숙 서울시 재정기획관, 이강훈 노동이사, 송재헌 전 KBS 미디어 부사장은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말자는 의견을 냈고, 이 방안이 이사회를 통과했다. 이사회 이후 양승창 노동이사는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미디어오늘은 TBS 측에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공정성 기준 문제 제기를 이어온 유선영 전 이사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 이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이 종합된 결정일 것”이라면서 “(과거 법적 대응 논의를 진행한) 이사회와는 멤버가 달랐다. 같은 사안에 대해 두 이사회가 다르게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성 기준을 통해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진행자·기자가 불공정하다면서 민원을 제기하고 보도가 위축되는 악순환을 제거하려면 기본적으로 공정성 개념을 방송심의에서 빼고, (방송사가)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취지)”이라면서 “공정성 주장에 대한 문제 제기는 나만의 독단적인 생각이 아니다. 헌법학자·언론학자들도 많은 지적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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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계 뜨거운 감자였던 ‘공정성’ 심의기준

실제 TBS의 헌법소원 제기 여부와는 별개로 ‘공정성’ 기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정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심의 잣대가 심의기구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 방송통신심의위원인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던 2009년 <방송의 공정성에 관한 법적 개념과 규제 범위> 논문에서 “국내 공정성 심의규정은 명확성의 원칙, 과잉 제한 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성이 높다”고 했다.

윤 교수는 “현행 공정성 조항은 논쟁적인 사안을 다룰 때 공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방송사가 논쟁적인 사안을 회피할 경우 제재할 방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결국 지금과 같은 방송의 공정성 판단은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책임 있게 적극적으로 사안의 진실을 밝힌 방송은 제재할 수 있으면서도 제재가 두려워 회피함으로써 불공정을 야기한 방송은 제재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오미영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011년 11월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상 및 방향성’ 토론회에서 “(방송통신)심의위에서는 그간 방송의 공정성 침해 문제를 부각시켜온 경향이 크다”며 “(공정성 심의는) 궁극적으로 언론자유에 상충하는 위험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를 낳을 수 있으므로 누가 보아도 가장 보편적이고 타당한 심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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