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배의 의결권을 주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국회에서 신설되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주주평등 원칙’에 따라 본인이 보유한 주식수 만큼의 의결권을 갖는 것이 주식회사의 본질이다. 최소한 지난달 국회에서 복수의결권 주식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창업자에게 최대 10배의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투자받아서 주식이 희석되면 창업자의 지배력이 약화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복수의결권이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복수의결권 제도도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장점은 벤처 창업자가 지분이 희석돼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점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창업자가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제도의 단점이다. 창업과 수성은 다르다. 혁신가가 창업하고 전문경영자에게 기업을 넘기고(엑시트) 그 돈으로 또다시 새로운 벤처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혁신가인 창업자의 능력과 경영 능력은 별개기 때문이다.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복수의결권 주식 허용 추진 규탄 및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2월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복수의결권 주식 허용 추진 규탄 및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정책이기에 국회 통과 과정에서 많은 논의와 진통이 있었다. 실제로 2020년, 이 법이 발의된 지 3년 만에 통과되었다. 많은 찬성과 반대 의견을 뚫고 올라온 법사위에서도 1년 넘게 논의하였다. 그리고 본회의에서도 여러 찬성토론 및 반대토론이 있었다. 민주당 이용우, 오기형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반대토론을 하고 민주당 김병욱, 김경만 의원, 국민의 힘 최형두, 한무경 의원이 찬성토론을 했다. 본회의에서 무려 8명의 의원이 찬반 토론을 하는 일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결국 260명 재석 인원 중, 찬성 173인으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되었다.

요는 복수의결권 제도는 장단점이 모두 있기에 국회에서 매우 치열하게 논의가 되었고 가까스로 통과되었다. 그렇다면 이를 전하는 언론도 찬성의견과 반대의견이 적당히 나와야 정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를 전하는 언론들의 논조를 보면  거의 대부분 찬성 일색이다. 이렇게 찬반양론이 뚜렷하게 갈리는 사안에 대해 유독 언론은 한쪽 의견만 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언론 환경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실감하게 해준다.

▲ ‘복수의결권’ 관련 기사 갈무리.
▲ ‘복수의결권’ 관련 기사 갈무리.

시장은 기업과 다르다. 시장을 구성하는 것은 기업, 노동자, 투자자, 등 다양하다.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같을 때도 있지만 다를 때도 많다. 친기업 정책이 반시장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과 지배주주의 이해관계도 다를 수 있다. 기업의 재산과 사업 기회를 지배주주가 편취하는 사례도 많이 목격했다. 삼성생명의 가치를 낮춰서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사례를 보면, 삼성생명이라는 기업의 이익과 삼성생명 지배주주의 이익은 다를 때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삼성생명 주식은 폭락하고 기업 이미지만 나빠졌다. 합병 이익은 삼성이라는 기업이 아니라 재벌 3세 단 한 명이 초대형 그룹집단 전체를 수월하게 지배할 수 있는 이득을 얻었을 뿐이다. 즉, 친시장을 추구하는 언론이라면, 시장의 효율성을 줄이면서 특정 기업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정책에는 우려를 제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친기업을 추구하는 언론이라면, 기업의 부가가치를 줄이면서 지배주주의 이익(지배력)을 강화하는 정책의 단점도 지적해야 한다.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창업자가 지분이 희석되어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투자유치 성공은 벤처기업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투자자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투자자는 혁신적이고 능력 있는 지배주주가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마련이다.  현 지배주주가 경영을 잘해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를 바란다. 다만, 보험은 필요하다. 지배주주가 초심을 잃고 기업의 이익 대신 지배주주 개인의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다. 또는 투자자의 경영 판단과 다른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이때, 투자자는 이사 한 두명을 선임해서 자신의 의견을 내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복수의결권으로 정상적인 주주권 행사까지 할 수 없다면, 투자자는 오히려 벤처투자를 꺼릴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복수의결권 도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사실 적대적 M&A(인수, 합병)사례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적대적 M&A 사례로 인식되는 사례의 대부분은 대부분 주주권 행사에 불과하다. 특정 경영 판단에 다른 주주가 동의하지 않거나, 이사나 감사 한 두명을 선임하고자 표대결을 하는 일일 뿐이다. 이 정도의 주주권 행사조차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벤처투자를 얼마나 증대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 3월31일 오전 KT 주주들이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위 사진은 이 칼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 3월31일 오전 KT 주주들이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위 사진은 이 칼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물론, 복수의결권은 장단점이 있는 제도다. 장점을 전하는 기사도 필요하고 단점도 전하는 기사도 필요하다. 다만, GDP가 0.63% 증가한다는 논리는 지나친 감이 있다. 외부 기관의 연구를 인용하는 기사기는 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가정을 통한 의도적인 결론을 보여주는 연구가 십수개의 언론에 소개될 만큼 가치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우려되는 기사는 ”복수의결권… 상장사에도 적용 서둘러야”라는 한국경제 사설이다. 처음에는 복수의결권이 비상장 벤처기업에만 도입되더라도 상장기업에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국회에서의 주요 반대 논리였다. 그 우려가 곧바로 현실화하였다. 끝으로 가장 재미있는 기사는 “복수의결권… 국익 외치며 설득한 최형두”라는 매일경제 기사다. 최형두 의원은 복수의결권 발의자도 아니고 단순히 찬성토론을 했을 뿐이다. 찬성토론 정도의 역할에 커다란 사진까지 달아서 제목에 의원 이름을 넣고 칭찬하는 기사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그러나 매일경제 기사 내용을 보면 왜 복수의결권 통과 기사에 ‘최형두’라는 의원 이름을 달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최형두 의원은 매일경제 27일자 신문을 들고 설득에 나섰다.” 의원님들께 꿀팁하나 제공한다. 국회 토론시에 특정 언론을 흔들고 얘기를 하면, 해당 언론이 제목에까지 의원님 의름을 달아줄 수 있다는 꿀팁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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