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과 법조인이 100억 원 이상의 사기행각을 벌인 김태우 씨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의‘가짜 수산업자’ 사건 재판이 본격화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된 언론인과 법조인에 대한 공판을 진행 중이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언론인 중 현직에 남아있는 사람은 엄성섭 TV조선 해설위원이 유일하다. 엄 위원은 검찰에 기소됐지만 TV조선은 별도의 사과나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엄성섭 TV조선 위원은 현재 심의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등 별도 인사 조처는 없었다고 한다. 당초 TV조선 측은 미디어오늘에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TV조선 사옥.
▲서울 중구에 위치한 TV조선 사옥.

엄성섭 위원은 ‘보도본부 핫라인’ 프로그램을 수년간 진행해왔으나 사건이 불거지자 돌연 하차했으며 TV조선은 엄 위원 하차 이유를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TV조선 시청자 상담센터에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매달 엄 위원과 관련된 문의가 들어왔다. 특히 2021년 7월1일 하루에만 20여 건의 문의가 접수됐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된 언론인들 중 언론사에 남아있는 이는 엄성섭 위원 뿐이다. 이가영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021년 연말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정아무개 TV조선 기자는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조선일보를 떠난 상황이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 윤석열 선거캠프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미디어오늘에 “본인의 입장이 있겠지만, 검찰이 기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TV조선이 기소된 현직 언론인에 대해 인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내부에서 어느 정도의 조치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신 처장은 엄 위원이 심의실에 간 것에 대해 “심의는 언론사의 1차적 자율규제인데, 적절하진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엄성섭 위원이 TV조선에서 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김창룡 당시 방통위 상임위원은 TV조선의 재승인 조건·권고사항 이행실적 보고에 엄 위원에 대한 내용이 없다면서 “TV조선 전 앵커는 아직도 현역으로 근무하고 있고 조치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현 상임위원 역시 “영향력 있는 진행자가 방송인 품격을 저해한 행위에 대해 TV조선이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 부분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TV조선에 엄성섭 위원 인사조치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엄 위원은 “더 드릴 말이 없다”며 “오보들이 게속 나오고 있다. 나중에 공식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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