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전 앵커, 이가영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왼쪽부터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전 앵커, 이가영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일명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된 언론인 3명을 지난달 불구속 기소했다. 엄성섭 전 TV조선 앵커,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가영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가짜수산업자 김아무개씨는 2018년 6월 ‘선동오징어’(배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업 투자 명목으로 7명으로부터 약 116억 원을 편취해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김씨는 편취한 돈을 바탕으로 다수의 법조인, 언론인에게 고가 외제차를 무상으로 이용하게 하고, 향응, 수산물 등 각종 금품을 제공해 인맥을 키우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향응을 제공했을까. 

공소장에 의하면 엄성섭 전 앵커는 2019년 12월 20일경 포항시에 위치한 풀빌라에서 김씨 포함 남성 5명과 여성 접대원 4명과 함께 술과 유흥을 즐겼다. 여성 접대원에게는 1명당 100만 원의 봉사료를 지급했는데, 엄성섭 전 앵커를 응대한 접대원에게는 추가 비용 30만 원까지 지급했다. 이에 검찰은 11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엄성섭 전 앵커는 2019년 11월30일 김씨로부터 월간 렌트 비용 180만원의 ‘벤츠 C220’ 차량을 받아 2020년 1월31일까지 공짜로 이용했다. 이를 통해 360만 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2020년 2월2일부터는 ‘아우디 A4’ 차량을 받아 그해 8월31일까지 이용, 213만6240원 상당의 이익을 봤다. 2020년 9월1일에는 ‘K7’ 차량을 받아 2021년 3월10일까지 쓰며 206만3250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2020년 1월18일에는 40만원 상당의 수산물(대게, 고동), 같은 해 7월28일엔 12만원 상당의 수산물(독도 새우)도 받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2020년 8월15일 경 파주시 한 골프장에서 김씨로부터 305만원 상당의 ‘캘러웨이’ 골프클럽 세트를 받았다. 1월18일에는 40만원 상당의 수산물(대게, 고동)을 받았고, 7월30일에는 12만원 상당의 수산물(독도새우)을 받았다. 

▲Gettyimages.
▲Gettyimages.

이가영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019년 10월2일~7일까지 ‘포르쉐 마칸’을 타고 다니며 1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했고, 같은 해 11월9일~12일에는 ‘BMW’ 차량을 타며 3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했다. 2019년 11월28일에는 다시 ‘포르쉐 마칸’을 받아 그해 12월31일까지 이용하며 255만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2020년 9월3일에는 ‘BMW’를 받아 같은 달 13일까지 이용하며 150만 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13일 통화에서 “(김씨가) 내게 선물이라고 준 적이 없다. 한참 전에 사서 쓰던 중고 골프채를 선물로 주고 받을 수 있나”라고 되물으며 “나도 내 골프채가 있다”며 대가성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산물에 대해선 “명절이라고 보냈던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 전 논설위원은 지난해 7월 “김씨 소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 이후 창고에 아이언 세트만 보관했다. 풀세트를 선물로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엄성섭 전 앵커와 이가영 전 논설위원은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와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답했다.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016년 당시 대구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김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복역 중이던 월간조선 기자 출신 송아무개씨를 ‘감방 동기’로 만났고, 그를 통해 엄성섭 전 앵커 등을 소개받았으며, 이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측을 통해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가영 전 논설위원과 친분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형성한 그의 ‘언론계 인맥’은 사기 범행을 위해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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