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간부 A씨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9억 원을 빌려 논란인 가운데,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연일 한겨레 소식을 전하고 있다. 언론사 간 비평·비판이 활발해지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포항 가짜 수산업자’ 사건 당시 볼 수 없었던 행태다. 조선일보·TV조선은 자사와 관련된 사건이 불거지자 관련 언급을 최소화한 바 있다.

김만배 씨가 언론사 간부들과 금전 거래를 했다는 소식은 지난 5일과 6일 SBS·조선일보·국민일보·서울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SBS·국민일보·서울신문은 간부들의 소속을 ‘중앙일간지’라고 했지만, 조선일보는 간부들이 속해있는 언론사명을 공개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이후 다른 언론들 역시 언론사명을 적시하고 있다.

▲1월6일~10일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한겨레 관련 기사 갈무리.
▲1월6일~10일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한겨레 관련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한겨레 상황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9일 8면 ‘김만배측, 한겨레 기자에 3억원 추가 전달 드러나’ 보도를 통해 “검찰이 한겨레신문 간부 A씨가 김만배씨 측과 했던 돈거래가 지금까지 알려진 6억원 이외에 3억원이 더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또 조선일보는 10일 10면 ‘편집국 간부, 김만배 9억 돈거래에 한겨레신문 사장 “물러나겠다”’ 보도에서 “김현대 한겨레신문 사장을 비롯해 전무와 편집인, 편집국장이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한겨레의 후속 조치를 전했다.

이밖에 조선일보는 7일 사설 ‘대장동 핵심과 기자들의 수억대 돈거래’를 통해 김만배 씨와 금전 거래를 한 언론사 간부들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차용증도 없이 6억원을 빌려준다는 것은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김씨와 돈거래를 한 기자들은 김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지만 빌려줬다고 보기엔 액수가 상식 밖으로 크다”, “김씨가 대장동 사건으로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 관련 보도를 막기 위한 입막음용으로 거액을 건넨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월6일 TV조선 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1월6일 TV조선 뉴스9 방송화면 갈무리.

TV조선 역시 한겨레에 대한 소식을 상세히 알렸다. TV조선은 6일 ‘[단독] “한겨레 간부가 9억 요구”… ‘대가성’ 의심’ 보도를 통해 A씨가 아파트 분양금 때문에 김만배 씨에게 돈을 빌린 것이라고 밝혔다. 또 TV조선은 한겨레 편집국장 사퇴, 경영진 사퇴, A씨 해고 소식을 전했다. TV조선은 6일부터 현재까지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한겨레 관련 기사를 7건 냈다.

조선·TV조선,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선 소극적 태도 보여

이처럼 언론계 사고에 적극적인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최근 있었던 ‘가짜 수산업자’ 사건 보도를 최소화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는 엄성섭 TV조선 기자,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연루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엄성섭 기자는 가짜 수산업자에게 유흥접대를 제공받고 차량을 무상 이용했으며,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골프채와 수산물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가짜 수산업자에게 수산물을 받고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했지만, 엄성섭 기자·이동훈 전 논설위원에 대한 언급은 2021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4차례에 그쳤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15일 검찰 기소 소식을 전하면서 엄성섭 기자의 이름을 ‘엄모 기자’로 가려주기도 했다.

TV조선은 지난해 11월14일 가짜 수산업자 관련자들이 기소되자 ‘檢, ‘포르쉐 렌터카 지원 의혹’ 박영수 前특검 불구속 기소’ 보도를 했다. TV조선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이방현 검사가 금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소식을 전하면서 엄성섭 기자는 거론하지 않았다.

시청자와 독자에 대한 사과 역시 없었다. TV조선은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불거진 2021년 7월 방송에서 “본사 기자가 경찰에 입건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당국의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절차에 따라 조처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과 없이 유감 표명만 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아직까지도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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