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회도 코로나를 비껴갈 수 없었다. 감염 속도가 정점을 찍었을 때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재택근무에 돌입했었다. 한 곳으로 모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변형된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취재 현장의 경우엔 해당되지 않았다. 현장이 곧 취재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저널리즘과 현장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매의 눈으로 현장을 파헤치고 뉴스를 길어올리는 것이 취재 기자의 숙명이다.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도 현장을 지키는 기자가 있었고 그 기자로 인해 세상의 소식을 알릴 수 있었다. 미디어 소비자는 여전히 현장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상황을 취재 기자가 전해주길 원한다. 언론이 현장성을 중요시하는 이유도 저널리즘의 해답을 찾는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매체에서 현장이라는 말이 들어간 코너를 통해 고발성 내용을 터뜨리고 있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등 열악한 환경을 눈앞에 펼쳐 보여주고 여론을 형성해 개선으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도 현장 고발의 장점이다.

최근 유달리 빛이 났던 현장 취재는 지난 2일 KBS가 보도했던 <강산은 변해도 ‘알박기’는 그대로?… ‘세계 톱3’ 기업의 민낯>이라는 리포팅이었다. 관련 뉴스는 ‘현장K’라는 코너를 통해 전파를 탔는데 오랫동안 현장을 천착한 결과라는 호평을 받았다.

▲ 지난 3월2일 KBS가 보도한 ‘강산은 변해도 ‘알박기’는 그대로?… ‘세계 톱3’ 기업의 민낯’ 리포트 갈무리.
▲ 지난 3월2일 KBS가 보도한 ‘강산은 변해도 ‘알박기’는 그대로?… ‘세계 톱3’ 기업의 민낯’ 리포트 갈무리.

KBS기자는 알박기 집회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본사를 찾았다. 현장에선 정체불명의 사람이 “새로운 노사 문화”라는 캠페인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집회 신고 동행 취재를 해봤더니 현대차 측이 미리 신고를 해서 집회 장소를 현대차 측과 조정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KBS는 10년치 현대자동차 본사 인근 집회 신고 내역을 분석했다. 5000건이 넘는 집회 신고 중 87%가 현대차의 신고인 게 드러났다. 사람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대형 화분이 놓여있는 현장도 포착했다. 황현규 기자는 “1인 시위가 알박기 집회 형태로 다른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는 인권위 권고 내용과 대법원 판례를 눈여겨봤다”며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알박기 1인 시위가 진행하고 있다는 걸 파악해 현대자동차 본사 인근의 집회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했다. 통계로 확인한 후 일주일 정도 현장을 찾아 알박기 실태를 카메라에 담았다”고 말했다. 알박기 집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리포팅이었다.

반면 현장을 어떻게든 극적으로 보여주려는 강박관념 때문에 선정적인 주제로 흐르는 뉴스도 있다. 긴 시간 현장을 관찰하고 포착해야 하는데 보여주려는데만 급급해 일반 리포팅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데스크와 취재 기자 사이 소통과 조율을 통해 현장 아이템 주제를 각별히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매주 월요일 아침 청취자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는 취지로 시작한 “여러분의 일상, 안녕하십니까?”라는 코너도 기획의 힘이 돋보인다. 마트 노동자가 느끼는 물가의 체감 온도, 아이 엄마가 맞닥뜨린 소아 병원의 현실 등 기존 뉴스에서 볼 수 없는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OBS라디오는 기후변화 뉴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매일 사람들이 날씨를 찾아보는 것처럼 하겠다고 한다. 모든 공간과 일상의 현장을 기후변화와 연결시키겠다는 기획이다. 기후변화라는 주제로 일상적인 현장의 뉴스를 만드는 실험인 셈이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월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월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독 현장에서 동떨어진 분야가 노동 문제다. 노동조합을 적으로 돌려세우는 듯한 뉴스가 연일 장식하지만 정작 노동자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정치권 공방의 반대급부로써 노동계 입장을 전달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각은 캐묻지 않는다. 기자들은 현장에 답이 있다고들 한다. 그 말은 노동 문제 현장에도 해당된다. 이제 그 현장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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