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종합편성채널 주주 명단이 공개되고 있다. 종편 주주 명단은 출범 당시인 2013년 공개된 후 10년 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제조·금융·제약·자동차 등 다양한 기업이 종편 주식을 갖고 있었다. 이들이 종편 주식을 구입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리스크 대비를 위한 ‘보험’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투명성을 위해 종편 스스로 주주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실위는 TV조선·채널A·MBN 주주 명단을 공개했다. JTBC 주주 명단은 분석 중이다.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TV조선·채널A·MBN 주주는 총 147개다. 이 중 자사주라고 할 수 있는 신문사와 계열사 숫자는 11개다. 136개 기업이 종편 주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감사·사업 보고서가 발행되지 않아 종편 주식 보유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소규모 기업, 개인을 합치면 주주 수는 더 많을 것으로 풀이된다.

▲ 종합편성채널(JTBC, MBN, 채널A, TV조선) 로고
▲ 종합편성채널(JTBC, MBN, 채널A, TV조선) 로고

복수 종편 투자한 기업 다수…제약사 종편 지분참여 ‘활발’

종편 3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업종별로 분류하면 △제조업 38개 △자동차 산업 16개 △금융·제약·식품 12개 △건설업 9개 △IT·조선업·학원 6개 △에너지 5개 등이다. 이들 기업은 종편 출범 당시 주식을 매입했다. 금속·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 기업이 종편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태경산업·알루코·주성엔지니어링·에이텍·메타바이오메드 등은 채널A와 MBN 지분을 갖고 있었다.

제약사도 종편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녹십자·유한양행은 TV조선·채널A·MBN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녹십자는 각사당 20억 원, 유한양행은 각사당 10억 원을 들여 주식을 매입했다. 이밖에 동아에스티·삼천당제약은 TV조선, 종근당·셀트리온·유나이티드·한미약품은 MBN 주주였다.

▲ TV조선, 채널A, MBN 주주 구성. 자료=민주언론실천위원회, 디자인=안혜나 기자
▲ TV조선, 채널A, MBN 주주 구성. 자료=민주언론실천위원회, 디자인=안혜나 기자

종편 출범 당시부터 제약사의 투자 참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약업신문의 2011년 1월17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전문의약품 대중광고가 허용될 수 있다는 논의가 나오면서 제약사들이 종편 투자를 고심하게 됐다. 제약업계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편 사업자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했지만,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에 대비한 투자라는 것이 당시 미디어 업계의 분석이었다. 현재 전문의약품 방송광고는 금지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는 2011년 9월22일 사설 <제약회사들은 왜 종편에 출자했을까>에서 “제약회사들이 처음부터 종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나섰을리는 만무하다”며 “결국 종편사업자들이 이들에게 출자를 강요하고 대신 의약품 광고규제 완화 등을 미끼로 던지는 식의 온갖 검은 뒷거래가 판을 쳤을 것이라는 심증이 굳어지는 이유”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종편 출자에 대한 편법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 종편의 주주명단이다. 무엇이 두려워 공개를 못하나”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중견기업의 지분 투자도 눈에 띈다. 대한제당은 TV조선, KCC·KT·현대삼호중공업·현대엘리베이터·한국공항은 채널A, 크라운해태·현대미포조선·동원F&B·샘표는 MBN 주주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채널A와 MBN 지분을 모두 갖고 있었다. SPC는 샤니, 파리크라상, 삼립 등 계열사를 통해 종편 주식 투자를 했다. 2013년 8월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당시 한성대 교수)은 한진·현대·코오롱 등 대기업이 종편 투자에 나선 것을 두고 “종편이라는 언론사의 주주로서 뭔가 기댈 곳을 마련하고자 하는 뜻을 갖고 있지 않았는가 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 TV조선 CI, TV조선 주주 구성. 자료=민주언론실천위원회,  디자인=안혜나 기자
▲ TV조선 CI, TV조선 주주 구성. 자료=민주언론실천위원회, 디자인=안혜나 기자

다수 대학교가 종편에 투자했다. 두원공과대는 채널A 주식 20만 주(0.25%), MBN 주식 5만7242주(0.109%)를 가졌다. 두원공과대는 채널A 주식가치를 5억8020만 원으로 추산했다. 유한양행은 두원공과대와 같은 규모의 주식을 10억 원에 매입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일가가 운영하는 동서대학교가 TV조선 주식을 갖고 있으며 세종대학교도 TV조선 주주였다. 영산대학교는 MBN 주주다. 조선일보와 사돈 관계인 수원대학교는 TV조선에 50억 원을 출자했으나 2013년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종편사들이 대학교에 먼저 투자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의 2011년 1월7일 <제약사는 ‘약물 오남용 조장’ 대학은 불투명 사업 ‘위험한 투자’> 보도에서 서울시내 대학 관계자는 “종편 언론사들이 서울지역의 거의 모든 사립대에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려대, 단국대, 세종대, 한국외대, 성신여대, 영진전문대, 극동대, 이화여대 등이 종편 출범 당시 투자를 신청했다.

▲ 채널A CI, 채널A 주주 구성. 자료=민주언론실천위원회, 디자인=안혜나 기자
▲ 채널A CI, 채널A 주주 구성. 자료=민주언론실천위원회, 디자인=안혜나 기자

종편 투자 이유 “보험든 것”… 동아·채널A 주주 비판 않기도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업들이 종편 주식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 “보험을 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순수한 투자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종편을 출범하는 신문사들이) 영향력이 큰 언론사인 만큼 지분 참여 요청을 받았을 때 여유자금이 있다면 광고하는 것처럼 이뤄지지 않았을까 한다. 또 리스크가 있는 기업의 경우 그런(보도) 것을 고려해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종편이 주주에 대한 비판기사를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도화엔지니어링과 동아미디어그룹이 대표적이다. 건설업을 하는 도화엔지니어링과 계열사는 채널A 지분을 12.03% 보유하고 있다. 도화엔지니어링 측 인사는 채널A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종편 출범 이후 채널A와 동아일보에서 도화엔지니어링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도화엔지니어링 회장은 2013년 4대강 사업 비리 수사 과정에서 횡령 혐의로 구속됐고, 이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주요 언론이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동아일보와 채널A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동아일보·채널A 홈페이지에서 ‘도화엔지니어링’을 검색하면 주로 미담 보도가 나온다.

▲ MBN CI, MBN 지배구조. 자료=민주언론실천위원회, 디자인=안혜나 기자
▲ MBN CI, MBN 지배구조. 자료=민주언론실천위원회, 디자인=안혜나 기자

주주 공개 통한 투명성 담보… “주주 공개하고 공정성 갖춰야”

김동찬 위원장은 언론사 지배구조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위원장은 “해외 언론의 경우 주요 주주 정도는 스스로 밝히고 있다”며 “언론사의 모든 주주를 공개하는 건 아니더라도, 주요 주주는 기사 작성 과정에서 스스로 공개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종편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다면 0.5%(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는 종편 스스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도할 때 공정성을 갖추겠다’고 가는 방향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주주 공개는) 기업이 투자했다고 해서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언론으로 공정한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주주 공개로 인해 지배구조에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공개하는 게 투명한 사회로 가는 방식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경·매경닷컴 소유 MBN 지분, 30% 넘어

신문사 지분은 TV조선 21.95%, MBN 27.32%, 채널A 29.32%다. 신문사 계열사 및 특수관계자 주식을 합치면 비율은 조금 더 늘어난다. 방송법에 따르면 일간신문은 종편 주식 3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

조선일보·디지틀조선·조선뉴스프레스·조선비즈·스포츠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TV조선 지분은 24.53%다. 동아일보와 김재호 사장 특수관계자가 가지고 있는 채널A 지분은 29.99%다. 김재호 사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고려중앙학원의 주식(0.67%)을 합치면 30%가 넘지만, 대법원은 지분소유 기준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삼양사(5.15%), 경방(0.49%) 등 동아일보 창업주 김성수 일가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36.24%에 달한다.MBN의 경우 매일경제와 장대환 회장 지분율이 29.27%다. 여기에 매경닷컴(1.72%) 지분을 더하면 30.99%가 된다. 매일경제와 장대환 회장의 매경닷컴 지분율은 50%를 넘지 않지만, 김정욱 매경닷컴 대표이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0.08%를 합치면 50%를 넘어선다.

(2023년 2월23일 추가 : 매일경제신문과 매경닷컴, 특수관계자가 보유하고 있는 MBN 지분은 2021년 기준 30%를 넘었습니다. 그러나 MBN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 후 주식 일부를 양수·양도했고, 2023년 2월 현재 매일경제신문·매경닷컴·특수관계자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28.02%라고 알려왔습니다. 현재 MBN은 방송법을 위반하지 않았습니다. 기사에 참고한 언론노조 민실위 보고서는 주식 양수·양도 이전 발행된 사업보고서를 참고했기 때문에 수치상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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