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아침 종합 신문 조선, 중앙, 동아일보, 매일경제를 보면 고뇌(?)가 느껴질 만했다. 저축은행 사태를 둘러싼 이들 언론사들의 보도를 두고 한 말이다.

금융당국이 4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및 경영개선 명령을 내렸다. 특히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고객돈 200억 원을 빼돌려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가 붙잡히는 등 바닥에 떨어진 저축은행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겹치면서 저축은행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를 포함해 모든 언론들이 7일 저축은행 사태 관련 소식을 1면에 싣고 이번 저축은행 사태의 핵심은 부실 경영이라고 분석했다. 굳게 닫힌 저축은행 앞에서 서민들이 통곡하는 사진도 배치됐다.
 

저축은행 사태는 피해 규모, 책임 소재, 정부의 미비한 대책을 놓고 봤을 때 1면 톱을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 미래, 한주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 미만이었고 솔로몬 저축은행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했다. 영업정지를 당한 4개 저축은행의 예금은 총 7조 4400억 원이고, 예금자는 36만800여명에 이른다. 바꿔 말하면 피해액과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의 규모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내놓은 공통적인 분석이다.

조선일보 종합 2면 <솔로몬, 불과 석달 전엔 +745억 공시…금감원 조사해보니 -3623억>, 중앙일보 종합 2면 <저축은행 사들여 1위로 키워…'금융 칭기즈칸' 임석의 몰락>, 동아일보 종합 3면 <솔로몬-한국, PF대출로 몸집 키웠다가 ‘부메랑’>이라는 기사에서도 이번 부실 경영은 무리한 PF대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PF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로 꼽히는 대표적 상품인데, 저축은행들이 PF대출로 몸집을 키웠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맞으면서 부메랑을 맞았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저축은행 부실이 PF대출 규제를 완화시켰던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데도 큰 이견은 없다. 지난 2006년 금융당국이 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 이하 여신 8% 이하에 해당하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80억 이상 대출 금지 규제를 푼 것이 대표적이다. 2000년 중반 부실 저축은행을 우량 저축은행에 떠넘긴 정책 실패에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언론보도에서 드러난 공통적인 분석이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이 있다. 저축은행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무분별한 PF대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 따른 정책 실패 등이 부실 경영으로 나타났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면 저축은행이 종합편성채널에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는 뉴스는 매우 상징성이 큰 뉴스로 볼 수 있다.

경향신문, 한국일보, 국민일보 등이 부실경영으로 회생불가능한 저축은행들이 빚더미 속에서도 종편에 수십억원을  투자한 것을 두고 압력에 의한  울며먹기식 투자, 보험용이라는 비판을 쏟아낸 이유다.

반면, 조선, 중앙, 동아가 저축은행 사태를 상세히 분석해놓고도 종편에 대한 투자가 곧 부실경영의 한 단면이라는 뉴스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을 감았다.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이들 언론사들은 미래은행 김찬경 회장의 밀항 시도와 서울법대생 사칭 문제, 고객 돈을 빼내 개인리조트를 구입한 문제, 주가 조작으로 드러난 CNK 투자 문제,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에 대한 우려, 예금자 보호 및 소액 주주 피해 문제 등을 보도했지만 종편의 '종'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종편이 0%대 시청률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인해 수익과 투자액이 줄고 있는 가운데 종편을 소유한 입장에서는 이같은 뉴스가 이미지만 떨어뜨리고 제살 깎아먹기라는 판단이 섰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지면에서 모든 결과의 원인과 현상을 담아낼 수 없다고 토로할지도 모른다. 취재한 모든 팩트를 제한된 지면에 쏟아내지 못하는 조건이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조건을 명분으로 해서 보도 가치가 있는 팩트에 눈을 감는 것은 엄연히 말하면 ‘은폐’에 가깝다.

이런 점에서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된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의 오늘 아침자 신문 보도는 ‘은폐’를 시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막대한 적자를 내고 문을 닫을 정도의 위기 상황에서 당시 전망이 어두웠던 종편사에 수십원억 원을 투자한 것 자체가 부실 경영의 상징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은폐가 눈에 뻔히 보인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만 키우는 결과만 가져왔다.

7일 한때 ‘종편 투자’라는 검색어는 트위터 상위 검색어에 오르면서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조선, 중앙, 동아일보, 매일경제에 찾아볼 수 없다며” 경향신문, 한국일보의 보도를 링크에 걸어두기도 했다.
 

트위터리안 '은빛물결'은 단적으로 “암환자가 신장을 떼어준 격”이라고 한탄했고, 허재현 한겨레 기자는 자신의 트윗에서 “서민들은 돈 모아서 저축은행 예금하고 저축은행은 그 돈 모아 종편에 투자하고 저축은행은 경영악화로 문닫고 서민들에게 남은 건 사라진 예금과 케이블 채널 4개. 우린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만약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가 저축은행의 종편 투자 소식을 전하기라도 했다면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자살골’ 아니면 ‘선긋기’라는 분석과 평가가 나왔을까? 최소한 독자들은 이들 언론사들의 양심에 주목하지 않았을까?

엉뚱한 상상을 뒤로하고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들이 전날 아침 신문을 낼 때 이같은 뉴스를 실을지 고민이라도 했을까라는 의문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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