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은 지나치다 못해 부적절하다. 이 같은 대통령실 해명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언론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14일 도이치모터스 판결문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자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김(건희) 여사의 구체적인 가담 사실을 특정할 내용이 전혀 없어 공소사실을 작성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한 입장문을 냈다.

특히 대통령실은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거나 “큰손 투자자 B씨(손아무개씨)의 경우에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논리라면 ‘3일 매수’로 주가조작 관여 사실이 인정될 리 없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나서 김건희 여사의 죄가 없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대통령실 입장문은 판결문의 중요 사실을 빼고 김건희 여사의 무고를 주장하면서 검찰의 수사 공정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가이드라인 논란이 일었다.

▲ 2021년 10월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이날 도이치모터스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내부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모습. ⓒ 연합뉴스
▲ 2021년 10월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이날 도이치모터스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내부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모습. ⓒ 연합뉴스

엄밀히 따지면 김 여사를 상대로 한 검찰 조사가 전무했고 이에 재판에서도 관련 내용이 다뤄지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실은 손씨의 무죄 선고와 연결해 김 여사의 죄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판결문을 보면 손씨가 ‘작전’을 인지하고 주식을 매수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계좌가 활용당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매수 기간이 짧아 주가조작 관여로 볼 수 없다고 했지만 판결문엔 유죄 거래 건수가 48건에 이르고 김건희 여사 이름이 37회 등장한다.

대통령실의 입장은 지난 1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몇 년이 넘도록 제 처와 처가에 대한 전방위적으로 뭐라도 잡아내기 위해 수사지휘권 배제라는 식의 망신까지 줘가면서 수사를 진행했다”라며 불만을 털어놓은 것과 꽤를 같이 한다. 윤 대통령이 더 이상 김건희 여사를 건들지 마라고 하고, 대통령실이 나서 김건희 여사의 무죄를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잣대가 매섭지 않다. 대통령실 해명에 판결문을 재차 분석해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 묻는 보도도 있었지만 대통령실 해명을 단순 실어 전달하는 수준의 보도도 적지 않았다. 그 흔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도 없었던 상황에서 최고 권력기구가 대통령 영부인에 대해 무죄라고 선을 긋는 것은 다분히 위험하고 불공정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일임에도 할 수 있는 듯한 해명으로 받아들인 것부터 뒤돌아볼 일이다. 김건희 여사 조사 필요성조차도 대통령실이 아예 부정함으로써 어느 검사가 김 여사 수사를 하겠다고 나서겠느냐고 반문해야 한다.

더욱이 영부인이 되기 전 법적 문제를 대통령실이 대응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것이다. 전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던 50억 클럽 곽상도 전 의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재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하고서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선 유독 발빠르게 입장문을 내고 있다는 지적도 눈여겨봐야 한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변호인인양 입장을 내는 문제는 검찰 수사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내로남불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의제다.

20일 더팩트가 “아무런 법적 지위가 없는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과 결혼하기도 전에 있었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며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당사자는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기존 청와대에서 여사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이행했다. 즉, 공식적으로 현재 대통령실에서 여사와 관련한 업무를 전담하는 공식 조직 및 인력도 없다”고 보도한 것은 무게감이 크다.

▲ 2월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해 합장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월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대한민국 불교도 신년대법회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해 합장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실의 김건희 여사 법적 대응에 말이 많다. 한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주가조작을 비롯해 논문 학위 논란, 허위경력 등 김건희 리스크에서 벗어나고자 영부인을 폐지하겠다고 했고 제2부속실도 폐지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며 “지금은 여사 담당 공식 부서도 없는 상태인데도 자연인 시절 의혹에 대응하면서 변호인처럼 구는 건 이치에 맞지도 않고 법적 근거도 불분명하다. 대통령실 차원의 법적 대응이나 의혹 해명, 입장 표명 등 행위는 결과적으로 공적 자원이 동원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영부인 관리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 신설에 대해선 아직도 부정적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이런 식으로 대통령 영부인의 법적 문제에 대응한다면 차라리 영부인 법률지원팀을 공식적으로 만드는 게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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