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차기대표 선임을 앞둔 한겨레가 지난 1일 후보자 5인 경영 부문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간 한겨레의 경영 성과와 통합마케팅, 방송채널진출 등 각 후보 공약에 대한 집중 토의가 진행됐다. 투표는 8일 18시 마감되며 과반 득표자 부재 시 한 시간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대표 후보(기호순)로는 장덕남 광고국 부국장, 안재승 경영담당상무, 최우성 미디어전략실장, 유강문 제작국장, 박찬수 대기자가 출마했다.

[관련 기사 : 한겨레 사장 후보 5인이 밝힌 '김만배 돈거래' 해결책은]

▲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광고 매출 급감, 신뢰도 추락… 머리 발언 엇갈려

머리 발언은 각 후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장덕남 광고국 부국장은 “올해는 혹독한 시련의 한 해가 될 것이다. 1월 광고 매출이 마감됐는데, 작년 1월 대비 28%가 빠졌다. 2000년대 들어서 가장 줄어든 수치”라며 “삼성그룹을 포함해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광고비 감액을 예고하고 있다. 경영전문가가 대표이사가 되는 것이 위기를 맞이한 한겨레에 가장 큰 혁신이자 변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재승 경영담당상무는 ‘김만배 돈거래’ 사건 관련 “사전에 막을 수 없었는지, 앞으로 유사한 일이 재발될 가능성은 없는지 조직 전체 성찰이 요구된다”며 “대표이사가 되면 경영진, 노동조합, 우리사주조합이 함께 하는 한겨레 신뢰회복위원회 만들겠다. 일상적 경영활동과는 별개로 신뢰회복 프로젝트를 다각도로 수립해 시행하고 무엇보다 윤리강령을 원칙대로 적용하고 위반 행위 책임을 철저하고 엄격히 묻겠다”고 말했다.

최우성 미디어전략실장은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최 실장은 “더 이상 신문사가 아니라 신문을 내는 미디어 기업이 되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방향에 혼선을 겪으면서 많은 오류와 좌절을 겪었다”며 “디지털 전환만 주장하기 위해 출마한 건 아니고 디지털 전환을 못해서 뒤진 것도 아니지만 지지부진한 이 상태를 반드시 이겨내보고 싶다”고 했다.

유강문 제작국장은 “편집국 간부가 돈을 받았다. 그것을 배태한 무엇인가가 우리에게 있을 것이다. 그 하나의 비밀을 찾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은 한겨레 저널리즘”이라며 “정작 두려운 것은 그 다음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나아 갈 것인가. 한 발짝 앞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찬수 대기자는 “전임 경영진들이 실패한 부분을 보면 핵심적인 원인이 거의 인사에 있다. 대표이사가 되면 정말 능력 있고 신망 얻는 분들을 국실장에 기용하겠다”며 “국실장 계획과 보고를 검토하고 그것을 CEO 참모 조직인 경영기획실과 함께 검토한 다음 최종적인 판단과 결정을 내려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길은 콘텐츠”라며 “사람에 투자하자고 강조하는 이유다. 임기 3년 동안 임금 1000만 원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사업 치밀하지 못해… 이전 경영진 공약 미실행”

그간 한겨레의 경영 부문에서 공약이 잘 지켜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후원제, 방송 진출 등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 아픈 지점이었다. 특히 지난해 9월 개최한 발라드 페스티벌(발라당)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 제1회 발라드페스티벌 ‘발라당 2022’ 포스터. 한겨레 홈페이지 갈무리.
▲ 제1회 발라드페스티벌 ‘발라당 2022’ 포스터. 한겨레 홈페이지 갈무리.

장덕남 부국장은 “김현대 대표 3년 공과가 있었다. 코로나19로 매출은 많이 감소했지만 나름 기민하게 대응해서 영업이익이 났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사업국 행사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상황에선 집합금지 등 여러 제한이 많았는데 거액이 들어가는 게티 이미지 전시, 발라드 페스티벌 등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해 많은 적자가 났다”고 했다.

안재승 상무는 “ERP·CRM 도입, 후원제 등 여러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성과를 아직 뚜렷하게 내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제 스타트를 했으니까 연착륙 시키면서 열심히 달려가는 일들이 남았다고 본다”며 “발라드 페스티벌 등의 사업들에서 뼈아픈 손실을 본 것들도 반성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경영진 성과를 우리가 이어가고 실패를 반성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될 것”이라고 했다.

최우성 실장은 “김현대 대표가 3년 전에 공약으로 내걸었던 게 세 가지였다. 방송진출, 후원제, 경제매체 창간 등 돌아보면 후원제만 실행됐다”며 “후원제 자체가 새로운 수익모델이 됐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전체적인 회사 틀을 바꾸거나 꼴을 바꾸려고 했던 부분은 좀 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표이사가 되면 디지털 전환이라고 하는 것을 단순히 편집국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본질을 바꾸는 데 조금 더 무게를 두겠다”고 했다.

유강문 국장은 “지금 경영진의 가장 큰 문제는 한겨레가 어떤 조직이고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이 매우 빈약했다”며 “대표이사 선출 과정은 매우 민주적이지만 의사결정은 독재적이다. 의사결정이 조금 더 합리적이고 똑똑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한과 책임이 명확한 분권형 조직을 만들고 직접 토론해 답을 같이 공유하겠다”고 했다.

박찬수 대기자는 “김현대 대표 체제에서 사내 갈등 같은 것들이 예전보다는 조금 더 완화되고 급격하게 표출되는 것은 좀 줄어들었다”면서도 “인사 특히 편집국 같은 경우는 김 대표 역시 특정 부서 출신을 중용하면서 자기 사람을 썼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것들이 지금 편집국 간부 돈거래 사건 대응 과정에서 굉장히 잘못된 대응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한겨레신문 신뢰도는 최저치다. 김현대 대표이사의 목표와 방향은 맞는데 거기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정확하게 구성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방송채널사업(PP) 진출 가능성은?

방송채널사업(PP) 등 영상 진출은 한겨레 숙원 사업 중 하나다. 대표 후보자들의 방송채널 관련 공약이 이어졌지만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이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유강문 국장은 “돈을 써야 할 때는 써야 한다. 앞으로 뉴스룸을 구성할 때 많은 부분이 동영상 콘텐츠일 것이다. 뉴스룸의 총량이 커져야 한다”며 “유튜브 기반 콘텐츠는 수익기반이 매우 취약하지만 영상조직 폐쇄보다는 가능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유튜브 기반해서 새로운 PP, 이른바 채널 사업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방향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 한겨레TV 갈무리.
▲ 한겨레TV 갈무리.

최우성 실장은 “방송 관련 고민이 많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굳이 공약하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 방송 자체도 올드 미디어라 한겨레가 많은 모험을 해서 지금의 패러다임에 진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영상 뉴스를 강화하고 영상사업 쪽의 새로운 수익모델 찾은 뒤 제작 역량이 충분해지면 어떤 식으로든 방송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와 PP는 다르기 때문에 유튜브를 아무리 한다고 해도 (방송) 역량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승 상무는 “유튜브 선호도가 젊은 층에 높기 때문에 우리 외연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동영상을 지금보다 강화하고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본다”며 “보도채널 진출은 당장은 어렵지만 일반전문PP는 어렵지 않다. 우리보다 규모 작은 경제지도 일반전문PP를 하고 있고 우리도 괜찮은 일반전문PP를 인수하거나 진출해서 제대로 공급하면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보도채널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덕남 부국장은 “다른 후보들도 방송유선사업 진출이나 케이블TV 진출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직접 재무제표를 보니 (비용이) 어마어마해서 저는 접었다. 아직 그 정도의 여력은 없다”며 “지금 하고 있는 여러 버티컬 채널을 더 확대·강화하고 새로운 버티컬 채널을 신설하려고 한다. MZ세대와 여성이 주목하는 게임과 뷰티, 그리고 여행같은 것들을 더 많이 만들고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 지금은 생존이 화두”라고 밝혔다.

박찬수 대기자는 “현재 가장 대표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공덕포차’같은 프로그램은 당연히 강화해야 한다. 또 편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날것의 현장을 빨리 찍어 빨리 편집해 올리는 것이 조회수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며 “독자적으로 PP나 보도채널에 진출하기 위해 자체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스튜디오H’ 같은 역할을 준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보도채널에 진출하는 게 영향력 강화하고 신뢰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뜨거운 ‘단일호봉제’ 논쟁, 가치냐 현실이냐

▲ 한겨레 CI. 사진=한겨레
▲ 한겨레 CI. 사진=한겨레

이후 이어진 현장 질의에선 한겨레의 ‘단일호봉제’가 주제로 나왔다. “한겨레는 창간 때부터 구성원들에 차별 없는 단일 호봉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성, 노동 강도, 성과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보완점을 준비하고 있나”라는 질문이다.

유강문 국장은 “단일호봉제는 모든 노동 가치가 동등하다는 것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변하고 있다”며 “이미 내부에서도 단일호봉제로 포섭할 수 없는 다양한 직군과 연봉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단일호봉제 정신은 유지하겠지만 현실에 맞는 방식으로 임금 체계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박찬수 대기자는 “단일호봉제로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조심스럽지만 연봉제로 가는 게 시대적 추세고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려면 전제조건이 기본적으로 인사 평가와 직무평가 시스템이 딱 갖춰져야 한다. 우리는 그게 없는 상태다. 우선은 인사평가와 직무평가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덕남 부국장은 “단일호봉제는 한겨레 창간 이념에 결부되어 있어 어려운 문제다. 우리 핵심은 콘텐츠 회사지만 다른 곳에서 애를 쓰는 윤전, 발송, 영업, 관리 조직이 있다”며 “회사가 일 중심 평가 중심으로 가려면 직책 수당을 좀 확연하게 구분해서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될 수 있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안재승 상무는 “후배 동료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랑 그렇지 않은 사람이랑 계속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조직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 다수가 그렇게 얘기한다”며 “그렇지만 한편으로 한겨레가 창간 때부터 갖춰온 평등의 가치 또한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단일호봉제를 전체적으로 손 대기보다는 보상, 급여에 성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을 하려고 한다. 인사평가제도와 직무 평가제도 개선하면서 성과에 연동된 보상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최우성 실장은 “단일호봉제는 언젠가 반드시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시기가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공약집에 관련 부분을 넣지 않은 것은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해서다. 엄격한 직군, 직무에 대한 측정 기준이 마련돼야 하고 각자의 업무 등이 서로 공유되거나 축적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연봉제 같은 것으로 가려고 하면 저 사람이 한 업무 내용 자체가 무엇인지 모두가 다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 5인 명단(가나다순) : △박찬수 대기자(1989년 2기 입사. 워싱턴특파원,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실장 역임) △안재승 상무(1990년 3기 입사. 경제부장, 전략기획실장, 디지털부문장, 논설위원실장 역임) △유강문 제작국장(1990년 3기 입사. IT매거진 ‘닷21’ 편집장, 베이징 특파원, 편집국장, 디지털미디어사업국장, 경제사회연구원장, 경영전략과 디지털전략 담당 상무 역임) △장덕남 광고국 부국장(1995년 8기 입사. 광고1,2부장, 제25기 노조위원장, 제22기 우리사주조합장 역임) △최우성 미디어전략실장(‘이코노미21’을 거쳐 2006년 한겨레 입사. 경제부 금융팀장, 산업팀장, 경제팀장, 한겨레21 편집장, 논설위원 토요판 에디터, 산업부장, 경제산업부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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