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진 언론노조 한겨레지부장. 사진=한겨레지부
▲ 유상진 언론노조 한겨레지부장. 사진=한겨레지부

지난 1월10일 제34대 한겨레 노조위원장에 유상진 광고사업본부 부국장이 선출됐다. 당시 유상진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장은 “지난 1년 한겨레에는 한겨레 존재의 이유를 묻게 한 심각한 일들이 있었는데 새 경영진을 포함한 우리는 1년 내내 위기를 말하면서 무엇이 위기인지, 어떻게 극복할지는 말하지 않았다”며 “노조를 바로 세우는 것이 그 첫 걸음이고 경영진에게 쓴 소리도 하고 설득도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초 석진환 기자가 김만배씨와 9억 원의 비정상적 거래를 한 사실이 밝혀져 해고됐고, 당시 경영진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새 사장이 선출되자마자 사퇴했다. 지난해 2월 최우성 사장은 사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정식 취임(3월27일) 전부터 업무를 시작해야 했다. 한겨레 노조도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초부터 당시 지부장이 노조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 해 4월 자진 사퇴했다. 8개월 넘게 비상대책위원회가 노조 업무를 대신하다 유상진 지부장이 선출됐다. 

유 지부장은 투명성 강화 등 노조 혁신, 급여인상과 정년연장 논의 시작, 전 구성원 주 4.5일제 정착, 대표이사 공약 점검, 대표이사 선출 방안 제도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 지부장은 지난 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겨레에 가장 시급한 문제로 “경영 안정”을 말했다. 그는 “사내의 다양한 갈등도 결국 급여가 적어서 더 커지는 문제로 급여가 모든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라며 “경영 위기가 있으면 출장가는 것도 제한하고 스스로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 핵심 역량은 인재인데 연수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건 R&D 예산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경영 위기에 대해 냉정하게 지적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 지부장과 일문일답. 

-광고국 부국장이면 관리자 위치다. 물론 조합원 누구나 출마할 수 있지만 이례적이긴 한데, 왜 노조위원장에 출마했나? 

“결정하기 힘들었다. 데스크 놓고 어딜 가냐고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 내 기억엔 나이로 보면 지정구 전 지부장(현 한겨레 감사)에 이어 두 번째고, 직급으로는 가장 높은 것 같다. 지부장을 관행적으로 기수별로 맡아왔다. 그러다 그마저도 몇 년 전부터 끊어졌다. 최근 4~5년을 보면 공석(비대위) 기간이 절반 가까이 된다. 또 적당한 후배를 불러 권유하는 게 맞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전임 노조가 상처(횡령 사건)를 크게 주면서 위축돼있다. 노조 공백도 길어지기도 했고, 지금 사장께서 잘했으면 나왔겠나.(웃음)”

-전임 노조지부장이 노조비 횡령으로 그만뒀다.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웠나?

“노조지부장 선거 공약에도 회계 투명화를 말했다. 매달 감사를 받고 언제든지 조합원이 돈을 어떻게 썼는지 요청하면 공개한다. 일부 규정이 미비한 것도 있어서 다듬고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못하게 정비하고 있다.”

-노조위원장 임기를 2년으로 하자고 공약했는데, 추진 중인가?

“대의원회의를 통해 결정하면 되는데 일부 반대 의견이 있다. 지금 위원장 임기가 1년인데도 이렇게 후보자 찾기가 어려운데 2년으로 하면 더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2년으로 늘리자고 한 이유는 뭔가? 

“언론노조 표준안도 2년이다. 2년으로 늘리자고 한 건 경영진과 대화할 때 협상력이 떨어져서다. 최근 임금인상을 5% 이상 한 적이 별로 없다. 물가인상률 이상으로 임금을 올려야 한다. 한겨레가 법적 형태는 주식회사지만 운영형태는 협동조합에 가까워 노동자들이 주인으로서 책임감이 크다. 회사가 적자났다고 하면 경영진에게 면죄부를 주고 경영진은 게을러진다. 한겨레 사장 선거에는 6~7명씩 나오는데 노조위원장 선거는 왜 이렇게 후보가 안 나오는가. 왜 한겨레 대표는 영광스러운 자리이고 노조위원장은 그렇지 않은가. 사외이사들도 지적하는 문제인데 한겨레 매출이 10년 넘게 제자리다. 우리가 일을 안한 것도 아니지 않나. 경영진의 무능 때문이다.” 

-신문이 사양산업이고 광고시장도 축소되는 것도 경영 위기의 원인 아닌가.

“몇 년째 호황인 곳들도 많다. 신문시장이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라 경영진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주주들도 ‘한겨레 왜 돈을 못 버냐’, ‘배당은 왜 안하냐’며 가슴 아프다고 말하는 분들 많다. 대표가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과거 삼성 비자금 사건을 보도하고 3년간 광고 못 받아서 직원들이 무급휴직을 가는 등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고광헌 사장이 급여를 안 받겠다고 했다. 경영진이면 그 정도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한다.”

-한겨레가 제일 시급하게 해결할 문제는 뭐라고 보는가?

“경영 위기다. 대표이사 선출 방법부터 문제가 있다. 지금 선출방식(직선제)대로면 계속 아마추어 사장을 뽑을 수밖에 없다. 한겨레가 실은 엽관제(선거에 기여한 사람이 주요 보직에 임명)다. 임기동안 경영 실험만 하다가 끝날 수 있다. 한겨레가 10년간 적자를 낸 적이 거의 없다. 비용통제로 새는 돈을 막는 관리경영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코로나로 취재비도 아꼈고, 신문유가부수와 발행부수가 감소하면서 재료비가 줄고 선배들 퇴직하면서 자연감소분이 많았다. 매출이 늘어야 하는데 통제만 하니 위축된다. 한계가 뚜렷하다.”

▲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노조위원장 선거에 나오면서 대표이사 선출방안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노조가 지배구조에 대해 공약에서 거론한 이유는 이 모든 위기가 경영의 위기, 대표이사 선출방법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기투표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사업력 부재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뽑아야 하나?

“노조가 특정한 방식을 제안하긴 어렵다. 워낙 민감한 문제다. 구성원들이 직선제 포기에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관련 논의는 시작해야 한다.”

-노조 출마할 때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전 구성원 4.5일제 정착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경영기획실에서는 공식적으로 주 4.5일제를 실시하고 있고, 그 외 부서들은 재량껏 하고 있다. 반응도 괜찮다. 19일부터 하는 임단협에서 주 4.5일제와 재택근무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자고 요구하겠다. 재택근무제의 경우 어디서 기사를 쓰든 똑같지 않나. 일만 하면 된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은 지면을 주5일 발행한다. 한겨레도 토요판을 없애자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할지도 논의해서 명확히 결정했으면 좋겠다.”

-올해 임단협에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임금인상이다. 10% 인상을 요구할 거다. 현 사장 선거 공약을 보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임금인상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노조가 없어 임협을 못했으니 합쳐서 물가상승률보다 높여야 한다.”

-정년연장도 요구할 예정인가.

“선배들이 해마다 20여명 퇴직하는데 일부는 재계약을 한다. 사회적으로 정년연장 논의가 나오기 때문에 한겨레가 앞장 설 필요도 있다고 본다. 한겨레는 항상 진보적 이슈를 가지고 앞서갔다.”

-세대 갈등 요소도 있지 않나. 

“모든 사람은 늙는다. 아이 낳을 때 지원하는 제도는 국가소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한겨레가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국가 차원에서 얘기해 볼 수 있다.”

-최우성 사장 취임 1년이 지났다. 평가를 해보면? 

“평가할 게 없다. 아직 자신만의 그림을 보여준 게 없다. 로그인 월, 유료화 등은 몇 년 전부터 나오던 얘기다. 디지털 전환은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

▲ 한겨레가 ‘로그인 월’ 도입에 앞서 전체 기자들 사진을 새로 찍어 사옥에 전시한 모습. ⓒ한겨레
▲ 한겨레가 ‘로그인 월’ 도입에 앞서 전체 기자들 사진을 새로 찍어 사옥에 전시한 모습. ⓒ한겨레

-한겨레가 연초 누리집을 개편했다. 자체CMS도 개발 중이다. 오는 2025년 기사에 돈을 지불하는 ‘페이월’을 계획하며 로그인월을 도입하기 전 최근 연령·성별로 분류한 5개 그룹의 독자를 만나 심층적으로 인터뷰도 진행했다. 

“디지털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다. 남들 안 하는 걸 하는 게 혁신이다. 디지털 전환은 혁신으로 보긴 어렵다. 독자와 대화는 사실 상시적으로 해야한다. 목적이 있을 때만 할 게 아니라 수시로 소통해야 한다. 후원제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권에 따라 후원자가 크게 늘었다가 빠지기도 해 예측이 힘들다. 한겨레는 후원으로 굴러갈 수 있는 구조를 넘어섰다.”

-그래도 후원 비율이 늘었다고 한다. 후원자는 한겨레 브랜드 가치를 응원하는 독자들인데. 

“몇 배 늘었는지 로 데이터(Raw data)를 우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반대로 로그인 월을 하면서 페이지뷰가 빠지는 콘텐츠도 있는데 그런 면도 봐야 한다. 후원제나 로그인월을 대단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올해 한겨레21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한겨레 탐사보도팀과 한겨레21을 합치면서 기존 탐사보도팀장이었던 이재훈 기자가 편집장을 맡게 됐다.

“한겨레21이 침체돼있다. 회사가 한겨레21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현상 유지를 하는지 아니면 탐사보도 전문매체로 가는 건지 한겨레21에 대한 계획을 확실히 밝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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