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도 중앙일보·JTBC 부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현대 한겨레 사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성기홍 연합뉴스·연합뉴스TV 사장 등 언론사 대표들의 2023년 신년사에는 공통으로 ‘유료화’ 키워드가 있었다. 언론계는 ‘탈포털’ ‘전면적 아웃링크’ ‘유료화’라는 큰 틀을 기반으로 굴러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인링크(포털 사이트 내 뉴스)로 뉴스를 서비스하는 포털은 절충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가 오는 4월 언론사 구독판에 한해 언론사 선택에 따라 아웃링크(기사 클릭 시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를 도입할 계획이다. 카카오에선 아웃링크 실험을 하는 언론사가 초기보다 2배가량 늘어나는 등 아웃링크 실험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반면 인링크 서비스의 수익성이 큰 네이버의 경우 아웃링크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두 포털의 아웃링크 서비스에 관해 언론사 관계자들의 전략을 들었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연합뉴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연합뉴스.

다음뉴스 개편 직후인 지난해 8월 언론사 27곳이 아웃링크를 선택했다. 9대 종합일간지 중에서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등만 아웃링크를 채택했다.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채널 중에선 디지털 전략에 발 빠른 SBS와 JTBC가 아웃링크를 선택했다. 연합뉴스와 뉴시스, 뉴스1 등 통신사도 아웃링크를 선택했다. 머니투데이그룹(머니투데이, 뉴시스, 뉴스1, 머니S, 지디넷코리아 등)의 경우 계열사들이 일제히 아웃링크를 채택했다.

5개월(1월22일 기준) 후 아웃링크를 선택한 언론사는 2배가량 늘어난 48곳이다. 개편 초기와 달리 9대 종합일간지 중에서는 서울신문을 제외하고 모두 아웃링크를 선택했다. 인링크로 전환한 서울신문은 아웃링크 유입 독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아 인링크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한국경제와 매일경제, 이데일리, 조선비즈, 파이낸셜뉴스 등 경제지도 아웃링크를 선택했다. 지역 언론 중에선 아웃링크를 선택한 곳이 없었다.

▲다음뉴스 개편 직후인 지난해 8월 언론사 27곳이 아웃링크를 선택했다. 5개월(1월22일 기준) 후 아웃링크를 선택한 언론사는 2배가량 늘어난 48곳이다.
▲다음뉴스 개편 직후인 지난해 8월 언론사 27곳이 아웃링크를 선택했다. 5개월(1월22일 기준) 후 아웃링크를 선택한 언론사는 2배가량 늘어난 48곳이다.

언론계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포털 다음을 통한 홈페이지 유입 비율이 한 자릿수이고 수익 배분 비중도 크지 않아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선에서 실험이 가능했다.

개편 초기부터 아웃링크를 유지하고 있는 A종합일간지 미디어전략 담당자는 “언론계 전반적으로 로그인월 도입 후 페이월을 한다는 게 어느 정도 합의가 있는 상태다. 포털이 아웃링크를 도입한다고 해서 (아웃링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 건 아니다”면서도 “카카오 아웃링크 도입 후 상승작용이 일어난 것 같다. 포털도 정책이 변화한다고 하니 전면 아웃링크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링크를 선택했다 아웃링크로 전환한 B종합일간지 디지털전략 담당자는 “포털이 아웃링크를 한다고 해서 (홈페이지 유입 전략을) 계획한 건 아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면서도 “포털에서 아웃링크를 실험적으로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 판을 이용해 어느 정도까지 자체 홈페이지로 독자가 유입되는지 보고 싶었다. 솔직히 두려움이 있었는데, 장을 마련해줬으니 쉽게 실험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C종합일간지 뉴미디어 담당자도 “실험의 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론이 이율배반적이다. 포털 때문에 숨이 막히는 상황이면서 수익은 내고 싶어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든 변화를 주는 게 맞다. 포털이 부분 아웃링크를 도입하지 않았으면 아마 시도도 못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계는 네이버 아웃링크 선택에는 좀 더 신중한 분위기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회장 하영춘 한경닷컴 대표) 회원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온신협은 네이버 아웃링크 도입과 관련해 논의했다. 대체로 아웃링크를 하지 않거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온라인신문협회는 10대 종합일간지와 9개 경제매체, 2개 IT매체 등 총 21개 회원사로 구성됐다.

핵심은 콘텐츠제휴(CP)사들의 수익이다.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에 인링크로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는 많게는 연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 네이버 아웃링크를 선택할 경우 네이버로부터 받는 수익 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윤대섭 네이버 미디어코웍운영 리더는 ‘2022 미디어 커넥트데이’ 행사에서 “아웃링크 선택 시 개별 언론사 홈 영역의 광고 수익은 받을 수 있지만, 해당 언론사의 수익 기여도를 산정하기 어려운 언론사 편집판 메인화면과 기사 본문 영역의 수익은 지급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홈페이지의 과도한 광고 등을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B종합일간지 담당자 역시 “네이버 쪽에서 받는 금액이 크다. 선택을 잘못했다가 6개월이 잘못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네이버는 광고 단가도 세고 광고 영업을 잘하고 있다. 자체 홈페이지 광고 수익으로 커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에서는 인링크를 하든 아웃링크를 하든 별 상관없더라”라고 말했다.

C종합일간지 담당자도 “저희는 솔직히 인링크로 갈 거다. 수익 문제가 크다. 사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뉴스를 읽기에 포털 뉴스페이지가 잘 정제됐다고 할 수 있다. 대형언론사도 네이버 같은 뉴스페이지를 서비스할 인적자원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며 “카카오는 한 달 단위로 선택하는데, 6개월 내내 아웃링크를 해야 하는 부분이 걸린다. 언론사들 입장에서 6개월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6개월 단위로 아웃링크 여부를 변경할 수 있게 했다.

D경제매체 디지털전략 관계자는 “네이버로부터 배분받던 광고 수익의 감소분 이상을 자체 사이트 광고에서 벌어야 한다. 네이버는 다음과 비교해 수익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4월까지는 결정을 유보하고 검토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경제매체 관계자 역시 “페이월이나 로그인월을 검토하는 언론사들은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어 수익 감소를 각오하는 거고, 저희는 초석을 다지는 단계라 네이버 아웃링크 도입은 쉽지 않다. 카카오는 사실 수익 측면에서 이익이 미미하다”고 했다.

포털과 언론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유료화를 추진 중인 일부 대형언론사 위주로 네이버 아웃링크를 검토하고 있고, 관련 문의도 했다. 그러나 네이버 아웃링크 도입을 할 것으로 거론되는 언론사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서비스 방식과 조건에 대한 네이버 측의 발표가 아직 없어 현재로선 신중하게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수익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아웃링크를 요구해온 근본적인 목적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F종합일간지 담당자는 “닷컴 수익보다 로그인 독자 정보 확보 때문에 아웃링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수익의 관점으로 아웃링크를 받아들이면 저널리즘 환경을 안 좋게 만드는 것이고 (여러 광고가 홈페이지에 붙어) 사용자 편의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저널리즘의 측면, 닷컴 및 플랫폼을 강화하자는 쪽에서 봤을 땐 앞뒤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수익은 다음 문제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순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부소장은 “정보생산자인 언론사의 독자 기반 수익모델 전략이 정립돼 있지 않으면 얕은 단위의 수익화 즉, 트래픽 기반의 광고 유치에 한정되며 이를 위해 선정성(옐로우 저널리즘) 등 저널리즘 황폐화로 흐를 수 있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소장은 이어 “국내 뉴스 이용자의 포털중심 뉴스 소비 경향이 아웃링크 이후 언론사중심 뉴스 소비로 전환되지 않고 포털-언론 채널 사이를 표류, 부유하는 ‘유목형 소비’에 머무를 경우 단순 뉴스 소비는 물론 뉴스참여(댓글 작성·기사 공유 등) 같은 뉴스 생태계의 활력 즉, 사회적 역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예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25일부터 언론사들이 포털 내 구독 페이지에 한해 한 달 단위로 아웃링크, 인링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부분 아웃링크를 도입했다. 네이버도 지난해 11월17일 ‘2022년 미디어 커넥트데이’ 행사에서 구독판에 한해 6개월 단위로 언론사 선택이 가능한 아웃링크 제도를 오는 4월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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