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6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의 한 대목. 
▲1월16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의 한 대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MBC 사이 첫 번째 사건은 1월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건희-서울의소리 기자 7시간 통화 녹취’ 보도를 예고한 MBC ‘스트레이트’를 상대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에 나섰다. 14일엔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20여명이 MBC에 집결, 이례적인 항의 방문을 시도하며 공개 압박했다. 이에 1월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노조)는 “떼로 몰려와 겁박에 나섰다”며 국민의힘을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1월16일, 방송은 예정대로 나갔다. 하지만 정작 방송 이후 MBC 안팎에선 ‘검증 보도로서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MBC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3월8일 “법원의 가처분 판단에 따라 제작진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문제적 발언 일부를 방송에 담을 수 없는 한계, 정파성에 대한 논란 및 녹취록 발언의 파급력에 대한 기대심리 등을 고려할 때 제작진의 고충과 고심을 이해하면서도 보도 내용에 대해선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3월9일 윤석열 후보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새 정부 임기가 시작된 5월의 마지막 금요일(27일), 윤 대통령은 이명박정부 ‘언론장악’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대통령대외협력특보(장관급)로 임명했다. 시간이 흘러 7월5일, MBC는 “대통령 나토(NATO) 순방에 민간인 동행...1호기까지 탑승?” 단독보도를 냈다. 민간인 신분으로 전용기에 탄 신아무개씨가 김건희 여사와 오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거센 비판이 나왔다. 

이후 공영방송을 향한 여당의 공세가 노골화된다. 7월14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KBS라디오 인터뷰 도중 “KBS를 비롯해서 MBC 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여당의 프레임은 향후 ‘방송장악’ 논란으로 이어질 공영방송 내부 저항을 ‘민주노총 정치투쟁’으로 이미지화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에 7월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권성동 원내대표를 형사 고소했다. 일부 여권 이사는 MBC사장 해임을 건의했으나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다수 이사 의견은 ‘해임 반대’였다.

▲정리=정철운 기자. 그래픽=안혜나 기자.
▲정리=정철운 기자. 그래픽=안혜나 기자.
▲MBC 유튜브 갈무리 
▲MBC 유튜브 갈무리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MBC가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을 9월22일 가장 먼저 보도했다. 이후 많은 언론이 MBC와 마찬가지로 ‘바이든’으로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하지만 9월26일 대통령 비서실은 MBC에만 질의서를 보내 “발음을 바이든으로 특정한 근거” 등 보도 경위를 추궁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27일 “대통령이 앞장서 좌표를 찍자 대통령실은 물론 집권 여당, 관변 단체까지 일사불란하게 MBC를 상대로 집단 겁박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라며 언론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10여명은 MBC를 항의 방문하며 “공영방송 간판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했고, 29일 국민의힘 ‘MBC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TF’는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박성제 MBC사장과 보도국장, 취재기자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런 가운데 10월11일, MBC PD수첩은 ‘논문저자 김건희’편을 방송하며 광범위한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다수 언론은 PD수첩이 김건희 여사와 닮은 대역을 쓰고 대역 고지를 하지 않았다며 이를 논란으로 키웠고, 국민의힘은 “의도적 조작”, “광우병 보도 시즌2”라며 논문 표절 문제를 물타기 했다. 방문진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10월14일 성명에서 “MBC는 민주당의 프로파간다를 위한 찌라시 보급부대”라고 맹비난했다. 

이후 MBC엔 공교롭게도 많은 일이 일어난다. 10월26일 고용노동부는 “MBC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통보했다. 10월31일 외교부는 “MBC 보도가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했다. 해당 건은 11월10일 조정 불성립되며 현재 민사소송을 앞두고 있다. 11월11일에는 국세청이 정기세무조사 결과 MBC에 유례없는 520억 추징금 부과를 통보했다. 11월17일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MBC 광고 불매운동”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광고주들을 사실상 압박하기도 했다. 

▲동남아순방에 나섰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동남아순방에 나섰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가장 상징적 사건은 11월9일 밤에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며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민간인 전용기 탑승’을 단독 보도했던 이기주 기자를 비롯한 MBC기자들의 전용기 취재가 막혔다. 명백한 언론탄압이었다. 조선일보마저 “감정적이고 단선적인 대응”이라며 대통령실을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이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 부부와 천공의 인연 △지금의 관계 등을 질의한 날이었다.

11월11일 MBC는 “언론 자유 침해”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예고했다. 11월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는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상황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11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기자회견에서 MBC를 가리켜 “동맹 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 행태를 보였다“면서 전용기 탑승 불허는 ”헌법수호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라고 강변했다. 

이에 이기주 MBC기자가 ”뭐가 악의적인가”라고 물었으나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고, 대신 “예의가 없다”며 제지에 나선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과 설전을 벌여야 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부 언론은 이 기자가 질문 당시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며 ‘무례 논란’을 만들었다. 다음날(19일)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단에 이 기자의 징계를 요청했다. 기자단은 21일 “MBC 기자가 품위를 손상했는지 여부 등은 간사단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11월20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의 한 장면.
▲11월20일 MBC '스트레이트' 방송의 한 장면.

11월20일 MBC ‘스트레이트’는 ‘천공은 누구인가?’편을 방송했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실은 바로 다음날인 21일부터 대통령 출근길 약식기자회견 종료를 통보하고 대통령 출근길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11월22일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MBC 민영화”를 공식화했고, 11월24일엔 보수단체가 감사원에 방송문화진흥회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또 다른 보수단체는 11월29일 MBC 전‧현직 임원들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11월23일과 12월5일 두 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에게 “MBC 전용기 탑승 불허 철회”와 “MBC 향한 공세와 차별 철회”를 요구했으나 대통령실의 반응은 없었다. 박성제 MBC 사장은 12월1일 창사61주년 기념사에서 “(정부 여당이) 언론자유에 대한 우리의 사명을 흔들려고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힘을 모은다면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MBC와 정부 여당 사이 갈등으로만 비친 1년이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든 MBC처럼 보도하면 MBC처럼 될 수 있다’는, 언론을 향한 정치권력의 메시지가 반복된 1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근 6개월간 MBC 메인뉴스 시청자수(닐슨코리아, 수도권 전 연령대 개인 기준)는 상승세를 보였고, 유튜브채널 ‘MBC뉴스’는 11월 전 세계 유튜브 뉴스 채널 가운데 월간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박성제 사장 임기가 2월에 끝나면서 차기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임기가 끝나는 7월 이후 尹정부가 임명하는 첫 방통위원장도 MBC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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