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RSF)가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탄압과 언론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1월23일 성명 이후 현 정부 들어 두 번째다. 국경없는기자회는  1차 성명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공영방송 MBC 기자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향후 ‘탑승 불허’ 통보가 반복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스스로 철회 입장을 밝히고 잘못을 시인해야 언론자유 위축 우려를 덜어낼 수 있어서였다. 

윤 대통령은 11월18일 출근길 질의응답에서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국가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MBC가)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한 뒤 지금까지 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MBC기자가 던진 질문(“뭐가 악의적이에요?”)이 예의없었다는 이유로 출근길 질의응답마저 멈췄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매일 진행하던 약식 기자회견을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으나 대통령실은 역시 응답하지 않고 있다. 두번째 성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
▲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

국경없는기자회는 5일 ‘공영 미디어에 대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행보에 우려를 표한다’(RSF concerned by president’s hostile moves against public media)는 제목의 성명에서 “최근 공영방송 MBC를 향한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의 언어적 공세 및 차별적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정보에 대한 대중의 알 권리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BC에 대한 차별적 조치 철회를 촉구한다”며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MBC기자 징계 움직임까지 우려했다. 더불어 “무기한 중단된 대통령의 일일 도어스테핑에 대해서도 재개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공영방송 MBC는 9월22일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했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후 무례한 발언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영상을 방영했다. 나흘 후, 대통령실은 ‘국익에 심각한 해를 끼쳤다’며 MBC를 공식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11월9일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금지했고, 11월20일에는 기자실 앞에 벽을 세워 건물로 들어오는 사람을 기자들이 확인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밝혔으며 “11월21일에는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금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후, 취임 이래 거의 매일 진행해오던 도어스테핑 언론 브리핑도 중단했다”며 한국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집무실을 출입하던 MBC 기자는 온라인상에서 살해 위협을 받기도 해 경찰의 보호를 받아야 했다”고 우려했다.

세드릭 알비아니 국경없는기자회 동아시아국장은 “한 국가의 정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언론이 국가 정상의 활동을 보도할 수 있는지, 어떻게 보도하는지, 어떤 질문이 적합한 질문인지를 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인은 민주주의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한다고 해서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또 “국민의힘이 다수를 점한 서울시의회는 보도가 편파적이고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TBS의 공적 자금을 삭감했다”며 한국 공영방송 전반의 위축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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