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가운데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이 여당 의원들을 향해 “학회, 시청지위원회, 방송단체 관계인들이 민주노총에 장악돼 있다는 망언을 되풀이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고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에서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단체 관계인들이 이사를 추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국민의힘에서 해당 단체들이 ‘친민주당’, ‘친민주노총 언론노조’ 성향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 방송법 등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국회 과방위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사진=KBS 갈무리
▲ 방송법 등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국회 과방위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사진=KBS 갈무리

미디어오늘이 관련 입장을 묻자 최경진 KBS 시청자위원장은 방송법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작성한 글로 입장을 갈음했다.

최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께 묻습니다”라는 글에서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은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단체 관계인들이 민주노총에 장악’돼 있다며 이게 공정이냐고 강력 반발하며 퇴장했다”며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단체 관계인들이 민주노총에 장악돼 있다’는 근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묻는다”고 했다. 그는 해당 입장을 사견을 전제로 했다.

이번에 통과된 방송법 등을 보면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기 위해 공모를 거치고 21명으로 늘어난 이사들 3분의2 특별다수제로 사장을 선출하는 내용이다. 현재 이사 11명을 여야가 추천하고 결과적으로 정부여당 입맛에 맞는 공영방송 이사회와 사장이 선출돼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비판과 ‘낙하산 논란’이 반복돼 왔다. 민주당은 이를 끊어내고 시민들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해당 방송법 등을 추진했다. 이중 특별다수제 등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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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은 “시청자위원회는 그 운영규정에 따라 사회 각계의 단체들로부터 추천받아 운영규정 제8조에서 규정한 선정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15명의 사회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며 “시청자위원들은 ‘방송편성에 관한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를 할 수 있으며 아울러 ‘방송사업자의 자체심의규정 및 방송프로그램 내용에 관한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를 할 권한과 직무가 있으며 오로지 시청자권익을 위해서만 활동한다”고 KBS 시청자위원회에 대해 설명했다.

또 “선정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청자위원 선정을 위해 부사장(위원장), 편성본부장, 시청자센터장 그리고 TV, 보도, 라디오 편성위원회 책임자 각 1인 및 실무자 대표 각 1인 등 사내 각 부문의 다수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고 노조는 여기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보수진영에서는 현재 공영방송 사장이 친민주당 성향이고,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장악돼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현재 시청자위원회에 대해서도 친민주당 성향의 공영방송 사장이 임명했다며 친민주당, 친언론노조 성향이라고 주장했다. KBS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대안연대 등이 지난 8월 발표한 성명을 보면 지난 9월1일부터 활동하는 시청자위원들 가운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나 민주노총과 함께 각종 대책위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있다며 진보좌파 성향 단체 위주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교모(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미디어개혁 특위도 지난 2일 “진영방송 체제 굳히겠다는 민주당 방송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개정안에 있는 관련단체들의 최근활동을 보면 민주당과 언론노조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며 “결국 국민들로부터 공영방송이 아니라 ‘진영방송’이라고 비판받고 외면당하는 KBS, MBC, EBS에서 현재 노조 기득권 세력을 지속시키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교모는 “민주당 발 방송법 개정으로 직능, 학술 단체들이 정치에 휘둘리게 될 가능성도 높다”며 “정치권이 서로 공영방송에 필사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려 할 때, 각 단체, 협회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는 자기들 대리인을 앉히려는 정치권의 입김으로 과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최경진 KBS 시청자위원장. 사진=KBS 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 최경진 KBS 시청자위원장. 사진=KBS 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최경진 위원장은 “얼마 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때에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언론 미디어 관련 학회원들이 점수를 조작했다며 터무니없이 비난하더니 이번에도 학회를 포함해 시청자위원회, 방송단체 관계인들을 거론하며 노조에 장악되었다는 기상천외한 발언을 했다”며 “이제는 학자적 양심마저도 믿지 않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제하기 위하여 정치권 추천을 최소화하고 사회 각계 전문가들의 참여를 대폭 늘려 방송의 정치화를 막으려는 취지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이것은 우리나라 방송발전을 위한 오랜 숙원이자 염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그 어떤 정당이나 특정 이념을 위한 게 아니라 오롯이 방송을 시청자들에게 돌려드리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니 이제라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여라도 또 다시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단체 관계인들이 민주노총에 장악돼 있다’는 망언을 되풀이할 경우 그때는 결코 좌시하지 않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MBC 시청자위원장에게도 ‘친민주당’ ‘친언론노조’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해당 위원장은 지난 4일 “시청자위원장으로서 도리어 의견을 표명하기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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