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이 이달 열린 독자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심층보도가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면 보도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이들 신문사의 자극적 온라인 보도는 논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동아일보는 28일 지면에 독자위원회 회의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두 신문사 독자위원회의 주요 화두는 이태원 참사였다. 독자위원들은 특별히 문제 삼을만한 보도는 없었다면서도 기사에 심층성이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11월28일 중앙일보 14면 기사 갈무리.
▲11월28일 중앙일보 14면 기사 갈무리.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2일 열린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에서 “재난보도 준칙에 근거해 차분하고 분석적 보도를 이어갔다는 게 전체적 느낌”이라면서 “그러나 이태원 참사의 규모라든지, 국민적 충격, 세계적 관심 등을 고려할 때 좀 일찍 주요 이슈에서 참사를 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이태원 참사 보도를 1면에 게재했지만, 이후 비정기적으로 다뤘다.

심 교수는 중앙일보에 심층성을 주문했다. 심 교수는 “이태원 참사 한 달이 됐는데 중앙일보에서 관련 특집이나 기획기사가 나오지 않았다”며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잠재하는 여러 위험을 진단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심층 기사가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임유진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앙일보가 참사 트라우마 치유 방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전 서울대 인권센터 상담소장은 “재난과 참사의 위험에 관한 주기적인 탐사 보도와 함께, 관할 행정기관에 대한 신고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언론기관 자체 시스템 구축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이태원 참사 보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동아일보가 경찰의 보고체계가 복잡해 위급상황 발생 시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잘 지적했다고 칭찬한 후 “희생자 사연을 담은 기사는 많지 않았다. 선정적이지 않은 선에서 인간적 관심사를 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11월28일 동아일보 지면 갈무리.
▲11월28일 동아일보 지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전한 9일 자 1면 ‘野 “참사 국조 24일 본회의 처리”’보도에 대해선 위원별 관점이 달랐다.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영년직 연구원은 “과거 어떤 재난 때 국정조사를 했는지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변호사는 “제목에서부터 국정조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며 “우리나라에서 국정조사가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정책 조사를 통해 개선 방향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쟁에 이용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선동정치를 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태원 참사’ 명칭을 ‘10·29 참사’로 바꾸는 것을 제안했다. 성 교수는 “참사의 명칭에 대해 고민을 해봤으면 한다”며 “코로나19 사태도 처음에는 우한 폐렴이라고 썼다가 바꾼 것처럼 이태원이라는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명칭을 바꾸면 어떨까”라고 했다.

한국심리학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지역 혐오 방지를 위해 본 참사를 10·29 참사라 부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를 제안한 최현정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달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특정 지역명을 참사나 고통스러운 상황과 연결 지어서 단어를 선택하면 이태원 지역의 주민과 상인들이 있는데 지역 자체에 대해 고통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회복 중심의 언어를 쓰자는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BC 역시 이번 참사를 ‘10·29 참사’로 부르겠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성 교수 제안이 나온 후에도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을 고수하고 있다.

중앙일보·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지면 기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이에 이들 신문사가 작성한 자극적인 온라인 기사는 논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일 ‘"사람 죽고있다, 제발 돌아가라" 그날 목 쉬도록 외친 경찰관’ 보도를 통해 ‘토끼 머리띠’를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을 인용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30일 ‘“사람이 도미노처럼 쓰러져…제발 살려주세요” 절규’ 보도에서 수십여 명이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사진을 흐림처리 없이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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