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후 일주일 간 신문의 사설을 보면 조선일보가 유독 튄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언론이 경찰과 함께 정부의 책임도 함께 거론하는 반면 조선일보는 ‘경찰’에만 집중적으로 책임을 묻고 ‘재난의 정치 이용’을 경계하고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설을 집중적으로 내고 있다.

정부의 책임과 거리를 두는 프레임인데 이는 정부 책임을 집중적으로 거론한 동아일보와도 대조적이다.

▲ 11월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11월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조선일보, ‘경찰’과 ‘정부’ 구분하고 ‘재난 정치이용’ 경계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한 대응과 보고 체계 문제가 드러났다. 현장에서 ‘압사할 것 같다’는 수차례 신고를 받고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문제에 이어 윤희근 경찰청장이 사고를 모른채 캠핑장 숙소에서 잠들었다 뒤늦게 보고를 확인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구축한 지자체·경찰·소방 당국 간 재난안전통신망이 이번 참사에서 작동되지 않은 사실을 실토하기도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도 논란이 됐다. 경찰의 문제가 핵심적인 건 사실이지만 정부의 대응 역시 짚을 대목이 있다.

▲ 5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 가운데 일부
▲ 5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 가운데 일부

그러나 조선일보는 연일 ‘경찰’의 책임을 강하게 물으면서 정부와 구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5일 ‘해도 너무한 경찰 간부들의 기강 해이와 태만’ 사설에서 “경찰이 이 지경이다 보니 정부 보고 체계는 거꾸로 작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46분 만에 가장 먼저 보고를 받았고, 65분 만에 행안부 장관이 상황을 파악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대형 참사를 경찰 탓으로만 돌릴 순 없지만 이번 참사로 드러난 경찰 내부의 심각한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경찰의 근본적인 체질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2일 사설을 통해 “경찰만이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 차원에서도 엄정하게 조사해 사회 전반의 안전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와 서울시를 ‘진상조사의 주체’로 놓았다.

또한 조선일보는 ‘재난의 정치이용을 경계’하는 사설을 세 차례 냈다. ‘‘세월호’ 이후 해난 사고 더 늘어, 참사 정치 이용의 결과’(11월5일),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혈안이 된 사람들’(11월2일), ‘비극적인 참사마저 정쟁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건가’(10월31일) 등이다. 조선일보는 5일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세월호 이후 해난 사고 증가’가 되풀이되고, 시스템 개선의 계기로 삼으면 재발 방지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31일에는 “세월호 사건 등 대형 참사가 있을 때면 괴담 등 혹세무민을 통해 정파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정부 책임론과 관련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정부 책임론과 관련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이태원 참사’ 위험, 우리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사설을 통해선 “이런 군중 밀집도에 대한 안전 기준을 만들고 국민 스스로도 질서 있게 행동하는 것을 체질화해야 한다”며 정부의 노력 못지 않게 시민 스스로의 노력을 당부했다.

조선일보의 지난 일주일간 사설은 ‘정부 책임론’을 비켜나간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정부와 경찰을 구분해 경찰의 대응을 질타하고,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선 ‘재난의 정치 이용’을 경계하고, 시스템 못지 않게 시민 스스로의 역할도 부각하는 식이다.

동아일보 “정부 책임회피 급급, 행정안전부도 수사해야”

조선일보의 이 같은 논조가 ‘튀는’ 이유는 다른 보수신문과도 온도 차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청장의 뒤늦은 상황파악 문제가 드러난 다음날인 5일 동아일보는 ‘그날 참사 막을 책임자들도, 시스템도 다 잠들어 있었다’사설을 통해 ‘경찰’뿐 아니라 ‘정부’의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5일 사설에서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를 맞아 정부가 안전사고의 위험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라며 “경찰과 용산구가 이를 묵살한 경위와 현장 대응이 늦어진 이유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수사 대상엔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옥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옥

조선일보는 진상규명의 주체를 정부와 서울시로 놓은 반면 동아일보는 ‘수사 대상’에 정부와 서울시를 놓았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조선일보는 이처럼 정부의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것을 ‘재난의 정치이용’으로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일 동아일보는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명백한데, 아직도 ‘제도 타령’인가’ 사설을 통해선 더욱 강하게 정부 책임을 물었다. 동아일보는 행사 이전에 우려가 나왔다는 사실을 전하며 “대형 사고의 위험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세상에 어떤 정부가 자국민이 압사 위험에 처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 법과 제도를 이유로 팔짱을 끼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모색하기보다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태원 참사 관련 용어를 ‘참사’ 대신 ‘사고’로, ‘피해자’ 대신 ‘사망자’로 통일하기로 한 것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한다고 해서 책임의 무게가 가벼워지겠나.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을 포함해 참사의 후유증만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3일 사설에서 행정안전부의 대응을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사고 직후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해 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질타 후 사과했지만 직무상 져야 할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재난안전기본법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재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재난 징후 정보를 수집·분석할 의무가 있고,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참사의 징후를 몰랐다면 무능하거나 무심한 것이고, 알고도 조치를 안 취했다면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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