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T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이번 포럼 주제를 보면서 굉장히 슬펐다. K-OTT 성공도 아니고 ‘지속가능’이라니. 이는 곧 지속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 슬펐다. 사실이 그렇다. OTT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콘텐츠 제작 비용은 날로 늘고 있는데 각 OTT가 언제까지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을까.”

고창남 티빙 대외협력국장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주최 ‘글로벌 OTT 포럼’에서 한 말이다.

이날 포럼 가운데 ‘K-OTT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세션에서 OTT 사업자들은 포화한 플랫폼 시장에서 글로벌화에 대한 도전은 멈출 수 없고, 콘텐츠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창남 국장은 “티빙 적자는 700억 원대이고 웨이브 적자는 500억 원대”라며 “이 엄청난 경쟁 속에서 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야 하는데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 국장은 “플랫폼이 살아야 콘텐츠 산업 관계자와 이용자들도 살아남을 수 있다”며 “콘텐츠가 히트해도 엄청나게 많은 ‘해적 사이트’에선 불법 공유가 되는데, 이용자들은 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정부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OTT 로고. 왼쪽부터 왓챠, 웨이브, 티빙.
▲국내 OTT 로고. 왼쪽부터 왓챠, 웨이브, 티빙.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포럼 개회사를 통해 OTT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OTT산업은 급격한 시장 포화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OTT사업자들은 사업 영역 확장과 글로벌 콘텐츠 제휴, 해외 진출과 인수 합병 등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 방통위도 OTT플랫폼의 사업 전략 및 해외 진출 사례에 대한 전문가 진단과 전망을 공유하고자 이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주최한 ‘2022 국제OTT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진출처=방통위 제공. 
▲방통위가 주최한 ‘2022 국제OTT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진출처=방통위 제공. 

발제를 맡은 이헌율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최근 OTT 산업에서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로 대표되는 미국발 VOD끼리의 경쟁, 미국발 OTT와 로컬 OTT와의 경쟁, 광고를 타깃으로 하는 미디어와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형식의 포맷과의 경쟁까지 다양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OTT들이 자기네들끼리 합병하거나 번들링 상품(묶어팔기)을 내놓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OTT 성공은 곧 ‘독점 콘텐츠’라는 공식이 금과옥조로 여겨졌다”며 “그러나 현재는 이렇게 계속 독점 콘텐츠를 내놓는 방식이 지속가능한지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점 콘텐츠 경쟁이 심화하면서 제작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게 됐고, 특히 OTT가 많아지면서 가입자 수는 오히려 빠지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결국 자본 확충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방송발전기금 등을 확충해야 하는 과제도 갖고 있다. 구독자 부문에서는 한국 구독자를 넘어 글로벌 확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여러가지 OTT의 시작 화면.
▲여러가지 OTT의 시작 화면.

이희주 ‘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은 “현재 K-OTT들은 글로벌로 나아가야 하는 숙명이 있지만 국내에서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며 “미국발 OTT와 자본력 차이가 크고 국내 규제와 세금 등 문제, 각종 저작권료와 특허료 등 요구가 있어 아직 국내에서 자체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실장은 “이런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우선 방통위, 과기정통부, 문체부 등 가운데 어떤 정부 부처가 OTT 컨트롤타워가 될 것인지 정해져야 할 것 같다.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정하고 함께 헤쳐나가야 할 문제”라며 “콘텐츠와 연계한 정책도 촘촘해져야 한다. 해외 OTT산업 등을 이해하는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규제와 지원 정책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발 OTT로 인해 고민하는 아시아 나라들의 토종 OTT 간의 적극적 연합과 협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민진 아이유노(Iyuno·미디어 번역 전문기업) 디렉터는 “우리 회사는 OTT 수혜를 받은 회사다. OTT 콘텐츠 자막과 더빙을 제공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업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히트작 투자에는 한계가 있고 지속 가능이 어렵다. 이 때문에 하나의 콘텐츠를 빠르게, 반응이 올 수 있는 시장에 전달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K-OTT는 글로벌로 진출하지 않을 수 없고, 다행히 K-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하나의 인기 콘텐츠를 빠르게 글로벌로 확장시키는 전략이 보여준다면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더 높은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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