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나토(NATO)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 지난 6월 나토(NATO)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이 11~16일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순방 과정에서 ‘편파방송’을 이유로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한 것을 두고 군사독재시절부터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원로 언론인들이 현 상황을 우려하는 입장을 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왜곡,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새언론포럼‧자유언론실천재단 등 원로 언론인 단체는 10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아무런 일 아니라는 듯이, 심지어 국익을 위해서 MBC의 탑승을 제외시켰다니, 정말 팩트인지 확인케 하고 귀와 눈을 의심하게 만들고 종래는 황당하고 참담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고 개탄하며 “이 문제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조속히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원로 언론인들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욕설 비속어 파문 때문에 MBC를 제외시켰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참으로 ‘속 좁다’ 생각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을 비판한 뒤 “이번에 MBC를 제외시키면 다음엔 KBS나 SBS를 제외시키지 말란 법이 없다. 대통령실은 MBC 하나를 생각하고 벌인 일인지 모르나 이 사안은 대통령이 수없이 강조해온 ‘자유’의 핵심 영역인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가로막는 행위”라고 깊이 우려했다. 

원로 언론인들은 “김은혜 홍보수석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진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런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 벌어지는데 막는 참모가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라고 되물은 뒤 “백보를 양보해 정진석 국민의 힘 당 대표나 김은혜 홍보수석은 한국일보와 MBC 기자 시절이었다면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을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가 대통령실의 총체적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원로 언론인들은 현업 언론인 후배들을 향해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 상식의 문제이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전선의 사안이다. 이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하며 “이 문제는 드레퓌스 사건의 에밀 졸라가 아니라도 나치 치하의 마르틴 니묄러가 아니라도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식이다. 이런 기본권이 언론인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질 때 언론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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