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 편집국장이 출입처 관계자로부터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사실을 알린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판단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해당 편집국장에게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사측에 과태료 부과 통보 등을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해당 국장은 노조위원장과 노조원이 작성한 기사 300여건을 출고시키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인천부평경찰서는 우승오 기호일보 편집국장이 이창호 민주노총 인천지역일반노조 기호일보분회장(기호일보 기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지난달 31일 불송치 결정했다. 인천부평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허위사실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한 사실적시라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고 했다.

앞서 기호일보분회는 지난 6월 말 분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우 편집국장이 출입처 인천유나이티드 FC 관계자와 유흥업소에 가 접객원을 부르고 60만원 상당의 술을 얻어먹는 등 출입처 향응을 제공 받았다고 밝혔다.

이 분회장은 과거 우 국장이 해당 구단 관련 취재기사를 쓰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익명 처리한 바 있다며 “(해당 기관은) 기자들이 출입하는 출입처인데 거기 관계자와 편집국장이 이런 관계에 있다면 사실상 언론사로서 견제와 감시 같은 것은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호일보 제호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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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일보분회는 사측에 우 국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고, 회사가 응하지 않자 국민권익위에 진정했다. 당시 우 국장은 이 분회장의 문제 제기에 “처음 인사할 때 술값을 내가 계산해서 어제 A국장이 한 잔 산다기에 편하게 마셨다”고 해명했다.

우 국장은 이후 이 분회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우 국장은 고소장에서 “특정인과 술자리를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어떠한 근거도 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향응을 제공받고 기사를 무마해주는 전형적인 사이비 기자라는 취지로 호도하는 방송을 했다”며 명예 훼손을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부평경찰서는 기호일보분회의 유튜브 영상이 허위사실적시 또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는 주장 모두 인정되지 않았으며,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의 대가성을 시사하는 대목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의견 주장으로 판단했다. 

▲민주노총 인천지역일반노조 기호일보분회 등은 지난 8월17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지법은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의 시 보조금 횡령에 이은 업무상 배임, 민주노조 탄압을 엄벌에 처하라”고 요구했다. 사진=기호일보분회
▲민주노총 인천지역일반노조 기호일보분회 등은 지난 8월17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지법은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의 시 보조금 횡령에 이은 업무상 배임, 민주노조 탄압을 엄벌에 처하라”고 요구했다. 사진=기호일보분회

우승오 국장은 통화에서 불송치 결정에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술을 얻어먹고 기사를 빼준다는 얘기에 대해선 이의신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유흥업소에 가 접객원을 부르고 출입처 관계자가 값을 치렀는지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맞다. 노래방이었다”며 “100만원 미만이니 형사처벌이 아니라 과태료 처분 대상”이라고 했다.

우 국장은 해당 취재원에게 50만원어치 술을 현금으로 산 적이 있다며 “출입처 관계자와 편집국장이 술자리 하는 사이라는 이유로 견제와 감시를 못한다는 논리는 성립불가”라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는 그러나 지난 8월26일 우 국장의 금품수수 의혹을 살핀 결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 사실관계를 조사해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통보하고 징계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기호일보에 보냈다. 우 국장에 따르면 현재 기호일보 사측은 사건을 자체 조사 중이다.

▲기호일보분회가 한창원 기호일보 사장 업무상배임 횡령과 노조법 위반 판결을 촉구하며 이창호 분회장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기호일보분회
▲기호일보분회가 한창원 기호일보 사장 업무상배임 횡령과 노조법 위반 판결을 촉구하며 이창호 분회장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기호일보분회

한편 우 국장은 해당 유튜브 영상이 나간 직후인 7월 초부터 현재까지 유튜브에 출연한 이 분회장과 A 노조원이 작성한 기사 약 300건 일체를 설명 없이 출고하지 않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달 우 국장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기도 했다. 우 국장은 기사 누락 이유에 대해 묻자 “(두 기자를) 기호일보 기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기호일보는 앞서 이 분회장에 대해 정직 4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가 인천지노위가 부당정직으로 판정하자 같은 사안으로 정직 2개월 재징계를 내렸다. 인천지노위는 이 분회장의 ‘재징계’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지난달 28일 기각했다. 분회는 “적폐청산·노동환경 개선·지역언론 민주화 등을 위해 투쟁하는 노조에 사측의 무자비한 탄압과 와해공작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 준 인천지노위에 깊은 유감”이라며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은 업무상 배임과 노동조합법 위반(교섭거부·해태) 혐의로 재판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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