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다가 아니라) 장애를 앓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이석형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애를 ‘앓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말해 질타를 받았다. ‘앓다’는 질병에 걸려 고통을 겪는다는 뜻으로, ‘장애를 앓다’는 장애를 질병으로 보는 차별적 표현이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중재)위원장이 이러니까 (잘못된) 보도들이”라고 탄식하면서 언론인 교육·심의 강화를 주문했다.

김예지 의원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이석형 위원장에게 “장애를 앓다고 하는 게 맞나, 아니면 장애가 있다고 하는 게 맞나”라고 물었다. 언론중재위원장이 제대로 된 표현 방법을 알고 있는지 질문한 것. 실제 다수 언론은 보도에서 ‘장애를 앓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사진=윤수현 기자.
▲언론중재위원회. 사진=윤수현 기자.

이석형 위원장이 ‘앓다’가 맞다고 답하자 김예지 의원은 “장애는 병이나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이전에는 의학적 모형으로 판단했다면 현대 사회에선 사회적 모형으로 장애를 독자적인 특징, 성격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예지 의원은 언론중재위 시정권고소위원회가 장애 차별적 표현에 대한 심의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 시정권고소위는 장애 차별적 표현을 심의하는 조항을 갖추고 있지만 지난 5년간 단 한 건의 시정권고도 결정하지 않았다. 시정권고 결정 전 장애 차별적 표현을 모니터링한 건수는 17건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시정권고소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언론중재위가 모니터링한 보도 건수는 1만4068건에 달한다.

김예지 의원은 “시정권고 심의기준을 보면 ‘언론은 육체적·정신적 질병이나 장애 등을 이유로 편견적 또는 경멸적 표현을 삼가야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면서 “위원장도 (장애가 있다가 맞는지, 장애를 앓다가 맞는지) 모르니 (시정권고가) 당연히 없는게 맞다. 시정권고를 하는 실무진에서도 장애 당사자가 포함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언론인 대상 장애 차별적 표현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예지 의원은 “지난달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최종견해를 보면 ‘장애인의 존엄성·능력·권리에 대한 인식 제고 캠페인이 부족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언론재단이) 가이드라인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익표 문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장애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는 건) 신입기자 뿐 아니라 논설위원급이나 경력이 있는 기자들에게도 반복되는 일”이라면서 “인권감수성에 느슨한 시기가 오래됐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인데, 언론사에 권고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홍 위원장은 “기자에게 일 년에 한 차례는 인권교육을 의무적으로 해보는 방안을 기관들과 협의해봐라”고 당부했다.

▲장애 차별적 표현 모음. 사진=김예지 의원실.
▲장애 차별적 표현 모음. 사진=김예지 의원실.

이밖에 김예지 의원은 언론이 ‘깜깜이’, ‘눈먼 돈’, ‘절름발이’, ‘정신분열적 행태’ 등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장애를 특정 대상을 무시·비판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차별적 표현이다. 김 의원은 “이런 말을 못 쓰면 무슨 말을 쓰고 사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차별적 표현 앞에) 본인 이름을 넣어봐라. OOO 같은 환자, OOO 같은 행정이라는 말을 들어보면 얼마나 안 좋은 표현인지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조선일보는 지난해 1월 사설 ‘이번엔 ‘北에 원전’… 文 탈원전 끝 모를 탈선과 혼란, 손실’에서 “그래 놓고 북한에는 원전을 지어준다니 이 정신 분열적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하나”라고 썼다. 대구신문·경남일보 등 역시 올해 사설에서 ‘절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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