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출입이 금지된 태국 농부아람푸의 보육원 내부 현장을 촬영해 방송한 데에 현지 언론과 특파원들이 보도 윤리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태국 외신기자 클럽(FCCT)’은 8일(현지시간) 입장문을 내 “농부아람푸의 보육원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피해자가 아동인 대량 살상 사건에 대한 최근 CNN 보도에 매우 낙담한다”며 “직업적 규칙 위반이자 범죄 보도에서 심각한 저널리즘 윤리 훼손”이라고 밝혔다.

CNN는 지난 7일 태국 보육원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보도를 내보내며 사건 현장 내부를 방송했다. 앞서 6일 태국 북동부 농부아람푸 지역의 보육원에서 한 30대 남성이 영유아 24명을 포함한 36명을 총과 칼로 살해한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도에는 보육원 안에 들어간 취재진이 현장을 비추며 묘사하는 장면, 벽의 피 웅덩이와 핏방울 등 피해 흔적을 촬영한 장면이 모자이크 등 후처리 없이 담겼다. CNN은 “범죄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 받았다”고 보도에 덧붙였다. 

▲태국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보육원 내부에서 촬영한 CNN 방송 보도 캡쳐. 흐림처리=미디어오늘
▲태국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보육원 내부에서 촬영한 CNN 방송 보도 캡쳐. 흐림처리=미디어오늘

보도 뒤 싱가포르 방송사 채널뉴스아시아의 태국 특파원이 트위터를 통해 “현장은 폐쇄돼 그들이 들어갈 수 있었을 리 없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 CNN 취재진이 보육원 울타리를 올라 폴리스라인을 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SNS에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채널뉴스아시아의 또 다른 기자는 “누구도 내부에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심지어 가족들도, 언론은 특히 더. 나는 내내 현장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태국 외신기자 클럽(FCCT)이 입장문을 내 유감을 표했다. FCCT는 입장문에서 “(CNN의) 보도는 특종도 아니고 사건과 현장을 관통한 보도의 사례도 아니었다. 다른 어떤 외신·현지 언론도 이처럼 비윤리적 태도로 행동할 각오는 없었고, 또 누구라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클럽은 그러면서 “CNN은 하나의 간단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취재진 중 한 명이라도 미국에서 일어난 심각한 범죄 현장에서 이같이 행동했겠는가?”라고 물었다. CNN이 보도한 이미지를 두고도 “태국은 이 비극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었고, 내내 기성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서 공개된 부적절한 이미지들에 우려가 나왔다.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존중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고 했다.

CNN 인터내셔널은 트위터 홍보계정으로 촬영 허락을 받았으며 촬영 시작 당시 폴리스라인이 걷혀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 명의 보건당국자가 건물을 나가며 내부 촬영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며 ”떠날 때 다시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어 울타리를 넘어야 했다”고 답했다.

태국 언론 ‘리포터스’는 태국 왕립 경찰청이 CNN 취재진의 수사 현장 무단 침입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상파 채널 PPTV 소속 농나팟 팟참 기자는 SNS로 “나끌랑 지역의 경찰 당국 대리인도 (CNN의) 출입 허락을 구하는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나끌랑 지역 경찰 측은 폴리스라인은 분명히 그것이 한도 밖의 행동임을 밝히며 어떤 특별한 예외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유니세프는 지난 6일 이번 총기난사 사건을 다룬 입장문에서 “대중과 언론이 이 폭력적 사건과 관련한 이미지를 올리거나 전달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아동과 희생자의 가족과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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