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노동정책 관련해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노동유연화’ 등을 동시에 강조하는 등 여전히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내놓았다. 취임 초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유연화 등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하자 윤 대통령은 “보고받지 않았다”라며 반박하면서 노동정책에 대한 일관된 철학이 있느냐는 논란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17일 오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산업구조가 변했기 때문에 지금의 노동법 체계가 과거 2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법체계라면 4차산업혁명의 새로운 산업구조에서 적용할 노동법 체계로 바꿔야 한다”라며 “노동의 공급도 결국 기업과 산업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이 떨어져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이 유연하게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노동 유연화’는 실상 해고의 자유나 비정규직 고용의 자유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재계의 오랜 민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손경식 경총 회장은 △고용의 경직성 해소를 위한 파견근로 제한 완화 △노사 간 힘의 균형 회복을 위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 노조법 보완 입법 △산업현장 준법질서 확립을 위한 엄정한 법집행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재계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 기자회견에서 말한 셈이다. 하지만 사실상 정반대의 내용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노동을 하는데 같은 기업 내에서 정규직과 파견근로자라든가, 대기업과 소기업 사이에서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분절은 노동에 대한 보상의 공정성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경총에서 파견근로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노동유연화를 주장했는데 이를 말하면서 동시에 정규직과 파견근로자(비정규직)의 차별을 동시에 말한 것이다. 모순된 답변으로 볼 수 있다. 

▲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SBS 유튜브 갈무리
▲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SBS 유튜브 갈무리

혼란스러운 메시지는 더 있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 지회 파업과 화물연대 운송 거부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관행으로 반복된 산업현장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노사를 불문, 불법은 용인하지 않으며 합법적 노동운동과 자율적 대화는 보장하는 원칙을 관철했으며 앞으로 이 원칙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어서 “법과 원칙 속에서 자율적 대화와 협상을 통한 선진적 노사관계를 추구하고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이중구조 문제는 합리적 대안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사가 협상력의 차이로 자율적인 대화와 협상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이나 화물연대 등의 이슈가 발생한 것인데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말하면서 자율적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다.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이다. 

기자회견 마지막 질문이 끝나고 윤 대통령은 못다한 답변을 더 하겠다며 해당 이슈를 다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산업현장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만 가지고 어렵지 않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법과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중요하고, 아울러 분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안 마련 역시 정부가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대우조선해양) 하청 지회 파업과 같은 경우 이분들의 임금이나 노동에 대한 보상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에 대해 정부가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관점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회견이란 평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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