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위기다. 취임하고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렇다. 흥미롭게도 동아‧중앙일보는 물론 조선일보에도 슬금슬금 비판적 논조가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하면서다. 국정 운영에 부정적 평가는 70%에 다가섰다. 국힘당 의원총회조차 대통령실과 정부의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윤 정부 지지율 추락엔 ‘날개’가 없을까. 문제는 앞으로 4년 9개월 내내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는 사실이다. 작은 가능성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가령 국힘당 각료들과 조선일보가 ‘흉악범 북송’을 지렛대로 몰아친 색깔몰이와 파업 현장의 경찰력 투입은 자제되었다(‘16명 살인범의 인권, 하청노동인의 인권’ 참고). 대통령이 1일 ‘원청과 하청노조간 임금 이중구조’의 개선책 마련을 언급한 것도 손해배상소송으로 하청노동인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수구세력의 주문과 다소 결이 다르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이 타결된 직후 “불법행위 엄단”을 강조하며 “형사 책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대기업과 조선일보가 요구한 그대로 용춤 춘 꼴이다.

▲ 7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7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래서다. 국정을 4년 9개월 더 책임져야 할 윤석열 정부에게 ‘거국내각으로 전환’을 제안한다. 톺아보면 거국내각은 그의 정치적 선택과도 이어질 수 있다. 두 장면을 짚어보자.

먼저 대선후보 시절 발언이다. 그는 “정권을 교체해야 하고,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선뜻 내키지 않는 정당”이라고도 했다. 그 말이 진정이라면 국힘당의 길과 윤석열의 길은 달라야 한다.

또 한 장면은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다. 그는 국힘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오월항쟁 기념식에 참석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기념식사에서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며 “이를 책임 있게 계승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후손과 나라의 번영을 위한 출발”이라고 주장했다. 오월 정신으로 “우리 모두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어야”한다며 “그 누구의 자유와 인권이 침해되는 것도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통일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국힘당 의 각료들이 주도했듯이 문 정부를 ‘종북’으로 몰아갈 깜냥이라면 그의 임기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외교정책 또한 과도한 미국 편향은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민간주도 성장’ 정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도 깊이 성찰해야 옳다. 그나마 다행은 윤석열 정부도 국힘당도 어쨌든 ‘민생’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행은 그들의 ‘민생’이 실제 정책과 겉돈다는 점이다.

▲ 5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 연합뉴스
▲ 5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 정부가 역사적 평가를 받으려면 거국내각과 함께 오월의 영령 앞에 약속한 인권을 높여가야 옳다. 흔히 오해하지만 민생과 인권은 별개가 아니다. 국제인권규약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보편적 인권은 자유권과 사회권으로 나눠진다. 전자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이고 후자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이다. 자유권이 국가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에 대해 개인의 생명·재산·자유를 요구하는 소극적 권리라면, 사회권은 실질적 평등과 분배 정의를 고갱이로 하며 국가에 그 이행을 요구하는 적극적 권리다. 대한민국은 사회권 규약을 이미 1990년에 받아들였다. 규약대로 노동권과 사회보장 권리를 온전히 구현하는 과제는 한국 정치의 오랜 숙제다.

거국내각 주문이 뜬금없을 수 있다. 아직도 기대할 것이 있는지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작은 가능성이라도 살려보고 싶다. 그 정부에서 살아가는 국민 대다수인 민중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서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위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