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권 수준이 치솟은 걸까. 조선‧중앙 신방복합체와 윤석열 정부가 갑자기 ‘치열한 인권지킴이’로 등장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비인도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몰아친다. ‘자유대한을 찾은 탈북자를 문 정권이 판문점에서 돌려보냈다’고 울뚝밸을 부린다.

날마다 감성팔이다. 가령 조선일보 인터넷판(7월13일)을 보자. 대통령실이 지난 정부를 “반인륜적 범죄”로 몰아친 내용을 머리에 올렸다. 조선일보 편집부국장에서 권력의 대변인이 된 강인선의 발표다. “피범벅”이라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 아래엔 탈북민들이 “우리도 그렇게 될까 두려웠다”는 표제를 달았다. 사설도 ‘충격’을 전한다.

▲ 7월13일 조선일보 온라인 화면 갈무리
▲ 7월13일 조선일보 온라인 화면 갈무리

그런데 생게망게하다. 그들이 입을 모아 인권이 유린됐다고 부르대는 대상이 ‘16명 살인범’ 이다. 조선일보 제목은 물론 기사와 논평에서 16명 살인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신문만 믿는 독자라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전제를 놓치기 십상이다. 민주당이 16명 살인범임을 강조하자, 아예 그 사실조차 의심하는 기사를 거침없이 내보낸다. 정말 문재인 정부가 아무런 범죄 혐의도 없는 ‘귀순자’를 16명 살인자로 조작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오해 없기 바란다. 살인범이라고 인권을 무시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조선‧중앙 신방복합체와 윤 정부가 16명 살인범의 인권도 존중하겠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 다만 최소한의 진정성은 보여야 옳다. 정색을 하고 묻는다. 조선‧중앙 신방복합체와 국힘당은 얼마나 인권을 옹호해왔던가.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인권 유린에 모르쇠를 놓거나 오히려 가담한 사례는 책 한권으로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지도 않는 나라의 이탈 주민, 그것도 16명 살인범의 인권을 부르대며 한국 정치를 뒤흔드는 작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옳은가. 국민 대다수인 민중의 삶이 무장 힘들어가는 지금 상황에서 종북몰이로 국론을 분열시켜 지지 세력을 결집하자는 걸까.

저들이 대한민국의 인권에 모르쇠를 놓는 행태는 과거만이 아니다.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인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애면글면 싸우는 현장을 보라. 언론의 외면을 비판한 칼럼(‘속이구 정치, 맞장구 언론’ 6월21일)을 쓴 뒤 한겨레‧경향신문을 비롯해 몇몇 언론이 보도를 이어갔다. 7월18일 오후에 연세대를 다시 찾았다. 우연한 만남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총장과 나눈 이야기를 들었다. 우원식 의원은 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해결에 나서겠다는 총장의 말을 전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며 첫 대외행사로 오전에 찾아왔다는 이재명 의원이 쓴 글도 조합사무실에 붙어 있었다. 서울공공서비스지부 손승환 조직부장은 간담회에 총장은 차치하고 총장비서실에서라도 나오지 않는다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인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호소하는 펼침막. 사진=필자 제공
▲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인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호소하는 펼침막. 사진=필자 제공
▲ 조합 사무실 출입문에 붙어있는 연세대 학생들의 지지문. 사진=필자 제공
▲ 조합 사무실 출입문에 붙어있는 연세대 학생들의 지지문. 사진=필자 제공

청소‧경비노동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총장은 박근혜 정권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을 누린 서승환이다. 노천극장 아래에 있는 노조사무실 출입문에는 “노동자도 학생도 연세의 구성원이다”가 “연대하는 연대생들” 이름으로 붙어 있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구호로 내걸고 싸워야 하는 현실이 씁쓸했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책임감을 통감하면서도 희망을 발견했다.

대우해양조선 하청노동인들 투쟁은 무장 심각하다. 16명 살인범의 인권을 부르댄 언론은 ‘불법파업’을 방치할 셈이냐고 내내 선동한다. 윤석열 정부는 ‘경찰력 투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억대 연봉의 대통령, 장차관, ‘언론 귀족’들에 묻는다. 불황을 이유로 30%나 깎인 임금을 조선업이 호황을 맞았기에 원상회복해달라는 하청노동인들의 요구가 그렇게 큰 잘못인가.

오늘의 대한민국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색깔몰이와 노동탄압이 그것이다.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의 전형적 수법이다. 그 악령이 2022년 지금도 횡행하고 있다. 딴은 군부독재의 후예 정당이자 그에 부닐던 그 언론이다. 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가. 민생에 온 힘을 쏟아도 부족한 오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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