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3사가 일제히 신문사에 접촉해 인상률과 인상 시기를 동일하게 통지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신문사에 대해 발주물량의 50%를 감량 공급한 것은 공정거래법 조항을 명백하게 위반한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 (지난 16일자 신문협회보)

신문사들이 제지3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신문용지 가격 인상에 대해 공정거래법 저촉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협의체를 구성해 가격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신문용지 가격을 톤당 10% 올린 제지3사가 지난달 신문사들에게 원재료값 상승 등의 이유로 10% 추가로 올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자, 신문협회가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9개월 만에 이뤄지는 추가 인상에 몇몇 신문사가 ‘협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신문용지 물량을 기존량의 절반으로 줄여 공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18일자 신문들이 가판대에 꽂혀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지난 18일자 신문들이 가판대에 꽂혀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신문협회보에 따르면 지난달 초 전주페이퍼는 톤당 7만원, 대한제지는 톤당 7만3000원, 페이퍼코리아는 톤당 7만5000원으로 6월1일자로 인상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신문사들에 보냈다. 지난달 초 신문협회 산하 경영지원협의회(경영지원협·회장 김명완 매일경제 총무국장)는 제지3사에 간담회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제지3사는 회신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에 경영지원협은 제지3사에 6월 말까지 인상 유예 제안을 해달라고 공문을 보냈으나, 또 다시 회신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제지3사는 신문협회 3개 회원사(종합일간지 2곳과 경제지 1곳)에 지난 2일부터 물량 50% 감량해 공급하겠다고 구두로 통보했다. 실제 지난 2일부터 해당 신문사 3곳은 감량된 신문용지 물량을 공급받았다. 이에 신문협회는 제지3사에 신문용지 가격 인상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협의체를 제안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신문협회보는 “국내 신문용지 시장에서 제지3사의 시장 점유율은 100%를 차지하는 등 3사는 시장지배적사업자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3개사가 신문사들에게 요구한 용지가격 인상률과 인상 시기는 각각 약 10%, 지난 1일자로 일치한다”며 “이로 볼 때 3개사는 사전에 용지가격 인상률과 인상시기를 결정하는 데 있어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지난 16일자 신문협회보 갈무리
▲ 지난 16일자 신문협회보 갈무리

신문협회보는 이어 “용지가격은 각사의 경영전략과 판단에 따라 경쟁을 통해 자율로 결정돼야 하는 것인데도 사전에 합의 소지가 있는 결정을 하는 것은 가격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불공정행위”라고 덧붙였다.

물량을 절반으로 줄여 공급한 행위에 대해 신문협회보는 “3사가 공동으로 가격인상 조건을 관철시킬 목적으로 공급물량을 제한한 행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자기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계속적인 거래 관계에 있는 특정사업자에게 상품의 수량을 현저하게 제한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보는 “1996년 제지3사(한솔제지, 세풍, 대한제지)는 이같은 유사한 행위를 함으로써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각 67억원 11억5000만원, 4억9000만원의 과징금 등을 부과받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협회보에 따르면 신문협회는 “신문용지 가격인상을 일정기간 유예하고, 제지3사와 신문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용지 가격 인상폭과 인상시기를 협의해 줄 것”을 제지 3사에 요구했다.

조가람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인쇄화상전공 겸임교수는 신문협회보 기고글을 통해 “제지 산업의 경우 고용노동부는 쇠퇴 산업 또는 사양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NICE 신용 평가에 따르면 제지 산업은 원재료 가격에 민감한 수익 변동성, 제품 차별화에 어려움이 따르는 가격 위주의 경쟁 구도 등 부정적 요인이 많은 산업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가장 필요한 것은 제지업계와 실수요업계의 상호 협력이 증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또 산업 육성 및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가시적으로 보여지는 상생 협의체 허브 구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 상생협력에 대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쪽으로 치우치는 이익보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며 “특히 이해타산이 없는 용지 산업의 생태계를 잘 아는 산업 관련 공공기관이나 중립적인 관련 기관이 관여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상생 협의체 허브 운영은 한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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