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중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용지 가격이다. 저희도 타격이 크다. 지난해 10월에 오르고 9개월 만에 또 올랐다. 제지사들도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니까 이해는 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올려달라고 해 당황스럽다.” (A 중앙일간지 관계자)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랐다. 지난해 가격을 인상할 당시 적자 폭을 만회하는 수준으로까지 올리진 못했다. 신문용지를 공급하며 그동안 얻은 적자를 감내해 왔다.” (대한제지 관계자)

신문사와 제지업계가 각자 처한 상황을 강조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신문업계는 제지사가 지난해 10월 신문용지 가격을 톤당 10% 인상했는데 올해 다시 톤당 10% 인상안을 내놨다고 토로했다. 반면 제지사는 그동안 적자를 감내하면서 신문용지를 만들어왔는데 크게 올라버린 물가(폐지값, 해상운송비, 전기료, 기름값 등)에 더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다는 입장이다. 이에 신문협회 산하 경영지원협의회(협의회·회장 김명완 매일경제 총무국장)는 지난달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민원을 제기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일자 신문협회보.
▲지난 1일자 신문협회보.

지난 1일 자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재청 동아일보 발행인)보에 따르면 대한제지와 전주페이퍼, 페이퍼코리아 등 3개 제지사가 지난달 초 신문용지값을 톤당 약 10%(7만~7만5000원)를 6월부터 인상하겠다고 신문협회 회원사들에 밝혔다. 이 제지업체들은 지난해 10월 신문용지 가격을 10% 인상했다. 또한 신문잉크 등을 생산하는 광명잉크 역시 약 14~19% 정도 잉크값을 인상한다고 했다. 잉크 가격이 인상되면 28면을 제작하는 신문 기준 연간 약 5000만 원의 비용이 증가한다.

신문용지는 국내 폐지와 해외 폐지를 혼합해 만든다. 신문협회보를 보면 현재 신문용지 가격은 톤당 평균 75만 원 내외다. 용지 가격이 10% 인상될 경우 발행 부수를 1만 부, 10만 부, 50만 부, 100만 부 발행하는 언론사들은 각각 연간 3900만 원, 3억9000만 원, 19억5000만 원, 39억 원 등의 추가비용이 더 발생한다.

제지사들은 신문협회에 신문용지 가격 인상 이유로 △신문용지의 주재료인 국내외 폐지(신문지) 가격 상승 △유가 인상 및 원재료 파동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 △물류비(해외에서 폐지를 들여오는 해상운송비 등) 증가 등을 제시했다.

제지사들은 지난해 한차례 인상했을 당시 그동안의 적자를 회복할 수치만큼의 인상 수치를 지시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폐지값이 좀 떨어지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폐지값이 오히려 올라버렸다는 입장이다.

전주페이퍼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에 “신문사도 어려운 상황이라 작년에 적당한 수준에서 인상했다. 이후 저희는 폐지가격이 내려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올해는 수익이 날 거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폐지가격이 올랐다. 특히 수입 폐지가격이 많이 올랐다. 톤당 10만원의 적자가 나더라. 더는 견딜 수 없어 4월부터 협조요청을 시작했고, 5월에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대한제지 관계자도 “작년에 10%만 올린 이유는 올해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적자 폭이 너무 커지고 있다. 흑자가 나는데 인상을 했겠냐. 이러다가는 신문사들도 용지 공급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페이퍼코리아 관계자 역시 “신문용지 제조사들도 버티다 버티다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지난달 12일과 17일 두 차례 ‘신문사와 제지사의 상생을 위한 간담회’ 개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지사 측은 “개별 신문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간담회에 참석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협의회는 지난달 24일 회원사들끼리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6월말까지 인상을 유예해달라는 공문을 제지사에 보내자’는 의견을 모아, 같은달 26일 제지사 측에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제지사들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사들 당장 매출원가(신문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에 억 단위의 금액이 추가되는 걸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발행 부수와 면수를 줄이거나 구독료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신문 구독료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도 입을 모았다.

A 중앙일간지 관계자는 “폐지가격이 올라 용지 가격을 올릴 거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협상을 잘 해서 인상률을 최소화할 것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높은 퍼센트의 인상률을 제시했다”며 “신문 부수나 면수를 줄이거나, 신문값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데 신문값을 올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중앙일간지 관계자도 “원자재가 오르니 부수나 면수를 고민하게 된다. 굉장히 압박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C 중앙일간지 관계자도 “구독료를 올리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신문 시장이 녹록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논의해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 지역일간지 관계자도 “원재료값이 인상되면 조선일보라고 다르고 지역신문이라고 다르겠나. 인쇄 부수와 면수를 줄이는 방안밖에 없다”며 “물가가 6% 가까이 오르는 상황에서 구독료 올려달라는 건 쉽지 않다. 그럼 오히려 구독을 안 할 것이다. 특히나 지역사는 용지값이 억 단위로 오르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14일자 신문들이 가판에 놓여있다. 사진=미디어오늘.
▲2017년 12월14일자 신문들이 가판에 놓여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송한수 서울신문 경영기획실장은 신문협회보 기고를 통해 “변화하는 인터넷 시대에 종이의 내리막길이라는 공통 고민을 안은 제지신문사업 사이에 어려운 때일수록 상생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두 산업을 따로 떼놓고 얘기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송한수 실장은 “신문사들은 개별로 용지 가격 인상의 불가피함을 통보받았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넋을 놓고 있다”며 “따라서 신문업계는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내년부터 반영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을 국민 알권리 충족과 민주주의 함양을 위한 공공재 성격으로 보는 정부의 각종 지원방침에 따라 독자, 즉 국민들에게 부담을 돌려서는 안 되는 만큼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도 거듭 관심을 촉구한다.” 신문협회보에 따르면 협의회 회원사 대표들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모았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부수를 현실화해서 신문을 찍어야 한다. 종이를 낭비해선 안 된다. 부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광고비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매체의 영향력을 가지고 광고 액수가 평가된 지 오래됐다”며 “용지가 안정적으로 수급될 필요가 있다. 신문사가 용지를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공시가를 책정해 주는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 폐지를 다시 수집해 재활용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해야 한다. 현재는 신문업계와 제지업계 간 협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