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용지를 공급하는 제지업체들이 용지가격 인상 협의에 나설 수 없다고 밝힌 신문사들을 상대로 물량을 기존 공급량의 절반 정도로 줄여 공급한 일이 발생했다. 신문업계는 “협상 과정에서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은 신문사를 상대로 물량을 줄여 공급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입을 모았고, 제지업계는 “협의를 안 하겠다고 하면 당장 신문용지를 생산할 수 없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맞받았다.

신문업계와 제지업계 입장을 종합하면 지난 2일부터 신문사 3곳(A·B 종합일간지 2곳과 C 경제지 1곳)은 대한제지와 전주페이퍼 등에서 기존에 공급받던 신문용지의 절반 정도만 공급받게 됐다. 지난 4월부터 제지업체들은 신문용지 가격을 인상해달라고 신문사들에 요청했는데, 용지가격 인상을 못 한다는 강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12월14일자 신문들이 가판에 놓여있다. 사진=미디어오늘.
▲2017년 12월14일자 신문들이 가판에 놓여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제지업계가 ‘강수’를 두자 이들 신문사 3곳은 ‘지고’(신문용지를 보관하는 창고)에 있는 여분 물량으로 며칠을 버티다 결국 제지회사와 합의에 이르렀다. A종합일간지의 경우 지난 9일 창간을 맞아 창간호를 증면 발행해야 했는데, 물량을 줄여 공급받게 된 상황에 놓인 것이다.

D종합일간지 관계자는 “A, B, C 매체가 결국 인상안을 수용했다는 걸 들었다. 신문사들이 신문용지를 많이 비축할 공간이 없다. 그래서 신문용지 물량이 확 줄면 당장 제작에 차질을 빚는다”며 “저희도 인상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전주페이퍼 관계자는 14일 미디어오늘에 “저희가 (신문용지 물량을 줄여 공급한 일)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도 “(신문사들이 처음에) 아예 협의를 안 하겠다고 말했다. 가격을 전혀 안 올리겠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않냐. 신문용지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대부분의 언론사와 협상을 끝냈다고 설명했다. 대한제지 관계자도 “인상해야 하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주 금요일을 기점으로 대부분 인상안을 수용한 거로 매듭지어졌지만, 아직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문사들이 협상안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한 건 지난해 10월 이미 한 차례 톤당 10%의 신문용지 가격 인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문사들은 제지업체들이 놓인 상황(신문용지의 주재료인 국내외 폐지 가격 상승, 유가 인상, 물류비 증가 등)을 이해 못 하는 게 아니지만, 6월까지 가격 인상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제지업체 측은 지난 4월부터 이 같은 상황을 몇 차례 공유해왔다며 유예기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신문용지 인상안 협상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한국신문협회 발행인회장단은 제지회사들에 공문을 보냈다. 지난 10일 회장단은 △제지회사들이 용지가격을 공동으로 올려달라는 건 담합 행위일 수 있다는 점 △합의 과정에서 물량을 일괄적으로 감축하는 것 역시 법 위반 사항일 수 있다는 점 △일정 기간 용지가격 인상을 중단하고 상생 방안을 찾는 것을 제안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전달했다. 제지업체들은 “공문을 받아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재청 동아일보 발행인)가 발행하는 지난 1일 자 한국신문협회보에 따르면 대한제지와 전주페이퍼, 페이퍼코리아 등 3개 제지회사가 지난달 초 신문용지값을 톤당 약 10%(7만~7만5000원)를 6월부터 인상하겠다고 신문협회 회원사들에 밝혔다. 이 제지업체들은 지난해 10월 신문용지 가격을 10% 인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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