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M&P가 국민일보 신문 인쇄비를 인상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지부가 “인쇄비 갑질”이라며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갑작스럽게 인쇄비를 인상하는 건 관례상 맞지 않고, 중앙일보M&P가 베를리너판 인쇄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일보M&P 측은 국민일보 인쇄량이 줄어 인쇄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인쇄비 인상은 19일 자 국민일보지부 성명을 통해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자체적으로 신문을 인쇄했으나, 2018년부터 중앙일보M&P에 대쇄를 맡기고 있다. 국민일보지부는 이번 인상을 “갑질”로 규정하고 “3년에 한 번씩 인쇄비를 협상하는 관례를 깨고 최근 일방적인 인상 통보했다. 국민일보는 비용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고 절충을 시도해 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더라’는 후문”이라고 전했다.

▲신문 윤전기 자료사진. 사진=미디어오늘 
▲신문 윤전기 자료사진. 사진=미디어오늘 

국민일보지부는 “중앙일보 측은 협상 테이블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과 환율 상승 등 올해 들어 불거진 일련의 비용 인상 요인을 거론했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쳐도 갑자기 인쇄비를 30%나 올려달라고 일방 통보한 것은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이 신문업계 일각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어 국민일보지부는 “인쇄 공장 폐쇄와 중앙일보 대쇄, 판형 선정은 전적으로 당시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2022년도 임단협을 앞둔 상황에서 불거진 비용 상승 요인을 국민일보 구성원에게 떠넘길 생각은 일절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을 두고 중앙일보M&P는 “사실과 다른 성명”이라고 반발했다. 중앙일보M&P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구체적인 인쇄비 인상률을 밝힐 수 없지만 30%에 못 미치는 한 자릿수이며, ‘3년에 한 번씩 인쇄비를 협상하는 관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앙일보M&P가 국민일보 인쇄비를 인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일보M&P 설명에 따르면 인쇄비는 윤전기 사용량, 인쇄량, 잉크·알루미늄 가격 등을 토대로 결정된다. 신문 용지는 국민일보가 직접 조달한다. 신문사가 윤전기를 점유하고 있으면 인쇄비가 올라가며, 인쇄량이 많으면 가격이 하락하는 구조다. 국민일보는 안산에 있는 베를리너판 윤전기 1대를 저녁 7시 50분부터 12시까지 사용한다.

중앙일보M&P 관계자는 “계약 기간 동안 인쇄량을 유지해야 하지만 현재 약속한 부수보다 30% 정도 줄었다”며 “부득이하게 인쇄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국민일보 경영진도 합의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원자잿값이 급등했다면서 “우리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 (국민일보지부의 성명 때문에) 중앙일보 이미지가 갑질하는 회사로 바뀌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민일보지부는 중앙일보M&P가 ‘베를리너판’ 인쇄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인쇄비 인상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일보지부는 사측에 지면을 대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중앙일보M&P에 대쇄를 맡기는 다른 신문사와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실제 중앙일보M&P가 2009년 베를리너판을 도입하자 ‘독점’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중앙일보M&P가 인쇄비 인상을 요구할 경우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안재 전 옥천신문 대표는 2011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중앙에서 대판 인쇄비에 근접한 비용으로 인쇄를 해 준다고 하는데, 이 판형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인쇄비 인상을 요구하게 되면 지역신문으로서는 꼼짝 못 하게 된다”고 했다. 조성은 국민일보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베를리너판을 인쇄하는 곳이 중앙일보M&P뿐이니 이런 리스크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M&P 관계자는 “독점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신문사가 베를리너판에서 대판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판형은 매체사 사정에 따라 바뀌는 것이고, 국민일보가 베를리너판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한 번 베를리너판을 선택하면 다른 걸 선택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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