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 측이 자사 노동조합 위원장에 내린 정직 4개월의 중징계가 부당하다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인천지노위는 지난 28일 이창호 민주노총 인천지역일반노동조합 기호일보분회장이 기호일보를 상대로 부당정직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 부당정직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놨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기각했다.

인천·경기 종합일간지 기호일보는 지난 1월 27일 자사 사회부 기자이기도 한 이창호 분회장에 대해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기호일보 측은 기호일보분회의 대내외 활동을 주로 문제 삼았다. 이 분회장이 한창원 사장의 편집권 침해 사건에 대해 미디어스 인터뷰에 응한 점, 노조 설립 과정을 다룬 기고를 한 점, 회사의 근무평가제도 추진에 성명을 내 반발한 점 등을 징계 사유로 적용했다. 기자인 이 분회장이 자신의 칼럼을 수정한 점도 ‘데스크 승인이 없었다’는 이유로 징계 사유에 포함했다.

▲민주노총 인천일반노조 기호일보분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한창원 기호일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만드는 모습. 사진=기호일보분회 제공
▲민주노총 인천일반노조 기호일보분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한창원 기호일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만드는 모습. 사진=기호일보분회 제공

분회에 따르면 지노위 심판위원은 심문회의에서 사측을 향해 ‘기자가 자사를 비판하면 안 되느냐’고 되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칼럼 수정과 관련, 기호일보 소속 기자들이 심문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했고 ‘데스크 보고 없이 온라인 보도를 수정하는 것이 관례였다’는 취지의 사례를 적은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인천지노위는 심문 결과 이 분회장에 대한 정직 징계가 부당하다고 결론 내리는 한편, 사측의 이 같은 징계 처분과 사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인 간부를 복귀하도록 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분회 주장은 기각했다.

이 분회장은 통화에서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는 지노위 판정은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처분 뒤 4개월 지난 시점에 판정이 나온 까닭에 부당정직을 중단시키는 효과는 보지 못했지만, 명예회복을 하고 회사로 돌아가게 됐다”고 했다. 이 분회장은 정직 4개월이 끝나는 오는 6월2일 복직 예정이다.

이 분회장은 이어 “지노위는 그러나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사측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다”며 “이미 한 사장은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됐고,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호일보분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비록 함께 상정된 부당노동행위가 완전히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인천지노위의 이번 판정에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며 “회사는 이번 사건을 통해 눈엣가시였던 이창호 노조위원장을 찍어내면 끝내 노조가 와해될거라는 청사진을 그렸겠지만 이번 판정을 통해 그 저열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고 노조의 단결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분회는 사측에 “경영진은 취업 규칙에 따라 검찰 기소된 한창원 사장을 즉각 해고조치 하라”고 요구했다. 한 사장을 향해서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끝까지 추한 꼴을 보인다면 기호일보 노동조합은 또 다른 범죄행위들을 지역사회에 폭로함과 동시에 더욱 강력한 투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사장은 업무상 횡령 사건 공범인 사업국장이 수감돼 있느라 근무하지 않는데도 급여·영치금·퇴직금·전별금을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 또 기호일보분회가 2020년부터 요구해온 단체협약을 이유 없이 거절한 혐의(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일 재판에 넘겨졌다. 한 사장은 2019년엔 업무상 횡령 혐의로도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기호일보분회는 2020년 9월 기호일보 경영진 탄핵과 사내 민주화를 목표로 설립돼 한 사장 퇴진 운동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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