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때려잡기식 법안으로는 문제를 해결 못한다. 지금 필요한 건 건강한 여론다양성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돕는 일이다.”(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의 언론개혁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보완돼야 한다.”(유승현 경희대 미디어학과 객원교수)

포털 뉴스 서비스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학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포털 개혁’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포털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편집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의겸 의원측 자료를 보면 ‘포털의 자체적인 뉴스편집(배열) 금지’를 골자로 한다. 즉, 사람이나 알고리즘이 뉴스를 추천 및 배열하는 서비스를 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대신 ‘언론의 직접 배열’을 전제로 한 구독 서비스는 허용한다. 또한 포털 뉴스서비스의 아웃링크 의무화, 위치정보 이용 지역언론 기사노출 등의 내용도 담았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현재 포털 네이버는 언론사 구독(구독판)과 자체 알고리즘 뉴스 추천 두가지 방식의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알고리즘 뉴스 추천 서비스를 강제로 종료해야 한다. 언론사 구독판은 ‘인링크’(네이버 사이트 내에서 뉴스를 보는 방식)를 ‘아웃링크’(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로 전환해야 한다.

뉴스추천 막으면 포털뉴스 개선될까

이 법안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예상되는데 우선, 법안이 목적한 바가 무엇이고 법 개정에 따라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포털 뉴스 배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해온 상황에서 이번 법안은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털 알고리즘 뉴스가 ‘저질 기사’를 적극 추천하는 문제도 지적돼왔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입법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털 뉴스가 불공정한 게 문제라면, 뉴스배열을 금지한다고 해서 공정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데, 뉴스 추천 금지를 강제해서 얻어낼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인지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 9차회의에 제출한 포털뉴스편집 금지 법안 자료에 강조표시. 사진=김의겸 의원실
▲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 9차회의에 제출한 포털뉴스편집 금지 법안 자료에 강조표시. 사진=김의겸 의원실

특히 이미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줄여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흐름을 살피면 ‘실익’은 더욱 불분명해진다. 네이버는 언론이 직접 배열하는 언론사 구독 서비스를 확대해오고 알고리즘 배열 영역의 비중은 줄여오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뉴스 월간 이용자 수(MAU) 가운데 76%가 구독을 중심으로 네이버 뉴스를 이용하고 있다. 포털의 ‘뉴스배열 금지’가 효과가 있다면, 뉴스배열을 상당 부분 줄여온 네이버의 뉴스가 ‘개선’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언론사 구독 서비스가 저질 기사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사가 구독판에 커뮤니티 받아쓰기, 정치인 따옴표 인용 기사 등 선정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일례로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20대 대선 기간 주요 언론사 포털 구독판 랭킹 기사를 분석한 결과 직접 인용취재원이 0인 기사가 82% 이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 지난해 10월 데일리안 구독판 랭킹뉴스 갈무리. 대부분 선정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나 외신발 기사들이다.
▲ 지난해 10월 데일리안 구독판 랭킹뉴스 갈무리. 대부분 선정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나 외신발 기사들이다.

 

해묵은 아웃링크 논쟁, ‘역효과’ ‘변수’ 고려해야

민주당의 법안은 ‘아웃링크’ 의무화도 담았는데, ‘뉴스추천금지’와 ‘아웃링크’가 맞물려 저질 기사가 더욱 넘쳐날 우려도 있다. 과거 네이버가 첫 화면에서 콘텐츠 제휴 언론사의 뉴스를 무작위로 배열해 아웃링크로 연결하는 방식의 뉴스캐스트를 선보인 적 있다. 당시 언론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과도하게 배열해 논란이 되자 네이버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유승현 객원교수는 “오히려 아웃링크 의무화로 인해 극소수의 언론사들이 시장을 독점하거나 이용자를 유인하기 위해 기사형광고가 범람하는 등 뉴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털 인링크 방식을 아웃링크로 바꾸게 되면 광고단가가 높은 규모가 큰 언론사가 더 높은 광고수익을 내는 등 양극화가 벌어질 수 있다. 뉴스캐스트 운영 당시 3시간 노출에 200만 원의 대가를 제공하는 기사형광고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 네이버 뉴스캐스트 갈무리. 언론이 배열하는 아웃링크 서비스로 도입하자 선정적인 기사들이 강조됐다.
▲ 네이버 뉴스캐스트 갈무리. 언론이 배열하는 아웃링크 서비스로 도입하자 선정적인 기사들이 강조됐다.

유승현 객원교수는 “나아가 해외 플랫폼 서비스 중심의 뉴스 서비스 시장으로 빠르게 재구조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미 유튜브와 구글 웹사이트를 통한 뉴스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구글 역시 인링크와 유사한 AMP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포털만 아웃링크를 강제하게 되면 이용자 입장에선 광고가 덕지덕지 붙은 뉴스를 피해 구글 등 다른 서비스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구글은 적용할 수 없는 한계

구글도 법으로 규제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 법은 구글을 규제할 수 없다. 김의겸 의원의 안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네이버와 다음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지만 구글은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구글이 앱을 통해 첫 화면에서 뉴스 배열을 하고 있기에 법안이 통과되면 ‘역차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구글의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등록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글은 ‘국내 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등록하지 않아왔다. 2020년 구글이 문체부에 등록 신청을 했으나 국내 사업지를 명시하지 않는 등 기본 요건을 갖추지 않아 퇴짜맞은 일도 있다. 일각에선 구글의 의도된 ‘퇴짜’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와 관련 미디어오늘은 지난 3월 구글코리아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 등록하지 않는 이유와 의도적으로 등록 요건을 갖추지 않고 신청했는지 문의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심우민 경인교대 입법학센터장(사회과교육과 교수)은 “외국사업자들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모호하다. 더구나 요즘 뉴닉과 같은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가 뉴스서비스제공사업자에 해당되는지 아닌지 등도 검토해야 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는데 사전에 ‘획일성’을 설정하게 되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자 편익·기술발전 저해하는 법 정당한가

이 법안은 지난해 초안이 공개됐을 때부터 ‘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포털 뉴스 서비스 사업자의 서비스 방식을 정부가 강제한다는 점에서 포털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비판과 함께 ‘이용자 편익’과 이를 위한 ‘발전된 기술 적용’을 막는 게 적절한지도 논란 거리다.

송경재 교수는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안”이라며 “기본적으로 시대적 흐름이 있는데 기술 자체를 막는 방식의 법안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인공지능이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다. 이용자 편의를 위한 기술 발전을 규제로 막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일례로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한 확증편향, 허위정보 등 극단적 정보 유포 등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됐지만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 금지를 하는 국가를 찾아볼 수 없는 것과 같다. 

유승현 객원교수는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정보통신망법에서 뉴스서비스 사업자를 별도로 규제하고 있어 중복성과 타당성, 과잉금지 원칙 등의 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선정주의’ 지양, 영향평가 등 선행 필요

그간 여야는 ‘포털 실검 금지’ ‘댓글 실명제’ ‘포털 가짜뉴스 방치시 규제’ ‘알고리즘 의무 공개’ 등 강한 규제 입법 논의를 반복해왔지만 매번 논란을 낳았고 결국 ‘폐기’됐다. 

심우민 센터장은 “포털을 규제할 수는 있는데,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따라 규제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그런 거 없이 결과만 놓고, ‘이거 해볼래’식의 접근을 하면서 합리적인 규제도 가로막게 되는 문제가 있다”며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포털 뉴스배열에 대한 데이터들을 전제로 뉴스 배열이 실제 언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아가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영향 평가를 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우민 센터장은 알고리즘 등 분야에서 ‘영향평가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영향평가’는 연구와 여러 이해관계 당사자의 의견 수렴을 통해, 법안 도입 이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정밀한 효과 예측을 하는 것이다.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범(GDPR)도 이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다. 포털의 경우 생산적 논의를 위해선 우선 ‘포털 알고리즘의 폐해’가 어느 정도인가, ‘알고리즘 추천을 중단하면 어떤 효과가 예상되는가’ 등을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상업적인 알고리즘을 사업자의 자율적 규제 활동이 아니라 외부적으로 검증하는 건 기술적으로도 어렵다”며 “정부는 정부대로 사업자의 규범 활동에 도입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수준의 연성화된 규제를 하고 사업자는 외부의 목소리를 듣고 설명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알고리즘 뉴스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 개선 제언도 이어진 바 있다. 2020년 전국언론노조 주최 연속 토론회에서는 △포털 뉴스면 가운데 일부 영역에 인간 에디터가 탐사·심층 뉴스를 배열하는 공적 뉴스 할당제 △ 언론사별로 포털에 송출하는 기사 수를 제한하는 방법 등 제안이 나왔다. 

유승현 객원교수는 “현재 포털은 실질적으로 뉴스 추천, 배열, 편집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뉴스 이용 데이터도 일부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제한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포털이 사회적 책무를 가지는 뉴스미디어라는 공론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알고리즘 편향성과 불투명성 해결방안으로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제도화할 것인지 등의 실효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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