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와 현 여당의 ‘포털 개혁’ 정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포털 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일 포털 정책을 제시했다. 아웃링크와 뉴스 배열 측면에선 인수위가 합리적 안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규제적 관점’이 같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포털이 정치적 논란에 알고리즘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문제를 잘못 풀어내고 자발적 노력이 미흡한 점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전면 아웃링크, 편집권 박탈에 ‘시기상조’ 제동

양측이 가장 대조되는 대목은 ‘아웃링크 전면 도입’과 ‘편집권 박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포털의 뉴스배열 행위 금지 및 언론사가 직접 배열한 뉴스만 허용, 아웃링크 전면화 등을 골자로 한 당론을 채택했다. 포털의 알고리즘이 편향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알고리즘 추천 자체를 폐지하고, 포털이 아닌 언론사의 유입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반면 인수위의 안은 이 같은 내용을 모두 담으면서도 ‘단계별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수위는 검토를 통해 아웃링크 도입이 적절한지를 살피면서 도입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포털 편집권 박탈’은 아웃링크 도입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추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 네이버 뉴스캐스트 갈무리. 언론이 배열하는 아웃링크 서비스로 도입하자 선정적인 기사들이 강조됐다.
▲ 네이버 뉴스캐스트 갈무리. 언론이 배열하는 아웃링크 서비스로 도입하자 선정적인 기사들이 강조됐다.

인수위는 브리핑 자료를 통해 “전면 아웃링크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인수위안이 민주당 당론에 대응하는 성격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박성중 간사는 브리핑을 통해 “어느 정당에선 아웃링크로 하자는데 우리는 그런 입장은 아닌데, 좀 더 보고 그때도 문제 해결 안되면 아웃링크로 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포털 알고리즘 추천 중단’과 ‘아웃링크’ 강제가 과도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아웃링크의 경우 취지는 의미가 있지만 언론 상업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인수위 역시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알고리즘 검증 기구, 정부 vs 포털 내부

인수위는 포털 내 알고리즘 검증기구 설치도 약속했다. 인수위 발표를 종합하면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를 포털 내에 설치하는 안이다. 법을 통해 인적 구성, 자격 요건, 업무 등을 규정하고 뉴스의 배열과 노출 등에 대한 내용을 검증해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게 된다. 박성중 간사는 “필요하다면 중립적인 외부기관으로 만들되, 정부의 역할은 위원회를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하겠다”며 과도한 개입 우려에 답을 내놨다.

이 역시 민주당의 법안들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민주당은 당론에 ‘알고리즘 금지’를 명시하기에 앞서 잇따라 ‘알고리즘 정부 검증’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과방위원장 시절 포털사업자에 뉴스 알고리즘 정보 과기정통부 제출 의무를 강제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남국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가 포털에 알고리즘 구성요소 공개를 요구하고, 검증하고, 시정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민주당과 인수위의 포털 정책 비교. 디자인=이우림 기자
▲ 민주당과 인수위의 포털 정책 비교.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들 법안은 정부가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두게 되면 정부가 언론에 개입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며 독립기구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인수위의 안은 ‘정부 기구’를 ‘포털 내 설치’로 바꾸고 위원의 전문성과 중립성 등을 보장하면서 ‘언론 개입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민간 사업자 알고리즘 검증에 정부가 나선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과잉’이라는 문제가 있다.

양측 모두 알고리즘 검증 기구 도입을 공론화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검증 기구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독립기구’의 성격을 구체화하고, ‘영업비밀 침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책이 동시에 강구되는 등 ‘디테일’이 관건이다.

제휴평가위 투명화 vs 위원자격 법 규정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의 제휴심사를 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경우 인수위가 낸 안이 더욱 ‘과격’하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양대 포털이 제휴 심사를 위탁한 독립 기구로 15개 단체에서 추천한 위원들이 언론사 제휴를 심사한다.

인수위는 “깜깜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목에 방울을 달겠다”며 △제휴평가위원 자격 법에 명시 △회의 속기록 작성 의무화 △ 포털별 별개 기구 설립 검토 등 안을 제시했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 가운데 ‘제휴평가위원 자격 법 명시’는 민간 기업이 만든 심사기구의 자격 요건을 국가가 규정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인수위는 ‘전문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이 위원 선임을 주도할 경우 오히려 정치색이 강한 인사들로 기구가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공정한 뉴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과 언론사를 선정하는 방침 등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는 방식을 골자로 한다. 이 역시 과도하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기구 위원 선임 등을 직접 통제하는 대신 논의의 투명성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합리적 안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민주당 당론안이 통과될 경우 포털 뉴스 제휴 자체가 무력화되기 때문에 사실상 제휴평가위가 폐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신중론’ 강조한 인수위, “본질은 같다”

민주당 당론 채택 이후 시민사회는 ‘반발’하고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아카이브는 3일 공동 논평을 내고 포털 아웃링크 강제화, 알고리즘 뉴스배열 금지(편집권 박탈) 등을 골자로 한 민주당 법안들이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소비자연맹도 공동 논평을 발표하고 민주당 당론에 반발했다.

오픈넷 등 단체는 “명분은 좋다. 그러나 특히 표현물·언론 규제는 사상의 자유시장, 언론시장을 왜곡하고 자유로운 소통과 여론의 흐름을 방해하여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언론개혁’, ‘나쁜 표현 엄벌’이라는 목적에만 매몰되어 정치적 남용의 위험성, 뉴스 이용자의 편익과 목소리는 고려하지 않은 채 설익은 법안들을 무리하게 발의하고 추진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수위안의 경우 우려를 반영한 신중한 태도가 눈에 띄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포털에 대한 문제인식에는 동의하는 점이 있다. 더 나은 서비스가 되도록 다양한 방식을 강구할 수는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민주당 법안은 과잉규제와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인수위안은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택한다는 점은 차이라고 생각하지만 최종적으로 취하려는 수단은 유사점이 많다”고 우려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인수위안 자체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적긴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포털에 대한 악마화를 하는 점과, 기본적인 방향성을 규제로 설정한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승현 경희대 객원교수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포털뉴스 개혁 방안이나 인수위의 정책방향은 현재의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 진단이 부족하여 잘못된 방향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의 문제는 혐오차별 등 이용자 권리를 직접 침해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이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이용자를 위한 플랫폼 생태계 조성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야 모두 포털 뉴스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제기해왔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반영된 ‘지나친 주목’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편향 논란’ 대안이 알고리즘? 포털이 잘못 꿴 단추

규제가 과잉이긴 하지만 포털 중심 뉴스 유통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벌어진 문제를 포털 스스로 교정하지 못한다는 점 역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적 압박’이 일어난 이후에야 포털이 대안을 모색해온 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의 ‘알고리즘 설명’ 측면의 대책은 ‘자율적 방치’의 한계를 드러낸다. 네이버는 2018년 처음 알고리즘 뉴스 배열 도입 당시 검토위원회를 가동한 이후 추가적인 논의가 전무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MBC ‘스트레이트’가 알고리즘 배열 문제를 공론화해 정치권이 포털 비판에 나서자 2차 알고리즘 검토위를 가동하고 알고리즘의 문제점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사진=gettyimages
▲사진=gettyimages

특히 네이버 알고리즘 뉴스 배열과 기사 조회수에 따른 광고 수익 배분제도 도입 이후 ‘선정적’ 기사가 급증한 문제가 있지만 포털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가 공개한 알고리즘 설명에 따르면 네이버 알고리즘은 기사의 ‘심층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다른 언론이 쓴 기사면 ‘중요한 기사’로 인식해 알고리즘이 상단에 띄우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가 언론이 심층 기사를 별도로 지정할 수 있게 하고, 장기적으로 알고리즘에 우대한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앞선 정치적 논란을 ‘알고리즘 뉴스 도입’으로 풀어낸 포털의 접근 방향도 잘못됐다. 포털은 자의적 편집 논란에 ‘책임 있는 편집’을 강조해야 했지만, ‘알고리즘 뉴스 배열’을 내세우며 ‘알고리즘은 객관적이고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알고리즘 역시 사람이 설계한 것이고, 다양한 역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온 것이다. 

특히 정치권이 포털을 좌우하지 않게 하면서도 공론을 수렴하는 방안이 요구됐지만 그간 포털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판이 필요하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지난해 양대 포털 뉴스 서비스 총괄자가 출석한 포털 알고리즘 공청회에서 “포털사업자는 이용자를 우선한다고 말하지만 이용자들로부터 뉴스 서비스 평가를 받아본 적은 있나”라며 “이용자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이용자위원회’ 같은 기구가 포털업계에 통합 운영되어 평가와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에 포털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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