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자사의 뉴스 및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은 결과 KBS와 MBC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보도를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와 MBC는 윤석열 후보와 관련한 ‘고발사주 의혹’ 보도가 TV조선보다 많았다. 

2020년 4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위원장 한상혁)는 TV조선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조건 가운데 하나로 “방송 관련 학회 등 복수의 외부기관을 선정해 시사보도프로그램 등의 공적책임, 공정성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매년 1월31일까지 방통위에 제출하고 방송사 홈페이지에도 공개할 것”을 내걸었다.

▲지난해 보도된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해 보도된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이에 TV조선은 자사 홈페이지에 학계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TV조선은 한국미디어경영학회(책임연구원 홍성철, 공동연구원 김동준·오경수)와 한국방송학회(책임연구원 노동렬, 공동연구원 조아라, 보조연구원 이경미)에 분석을 의뢰했다.

미디어경영학회 “TV조선 대장동 보도 많아, 뉴스 소재 협소”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TV조선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보도를 KBS와 MBC보다 약 2배가량 많이 했다고 분석했다.

‘기자 리포트의 아이템’을 세부적으로 살핀 결과,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이재명·윤석열 후보 관련 아이템은 TV조선이 상대적으로 3사 중 가장 많았다”며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고발사주 의혹 아이템 관련 기자 리포트는 MBC가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이재명 후보와 관련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아이템은 TV조선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평가했다. 3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기자 리포트 아이템 175건 가운데 TV조선은 89건, KBS는 47건, MBC는 44건 순으로 나타났다.

미디어경영학회는 “고발사주 의혹 관련해 MBC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도했지만, 반대로 TV조선이 적게 보도한 측면도 존재한다”며 “역으로 KBS와 MBC가 대장동 이슈를 상대적으로 적게 보도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등으로 설명했다.

미디어경영학회에 따르면 TV조선은 ‘정치’ 뉴스에 대해 뉴스 가치를 더 부여하고 더 중시하고 있다. 기자 리포트 중 ‘정치’ 관련 뉴스는 TV조선이 427건(채널 내 29.0%), KBS가 256건(채널 내 14.3%), MBC가 272건(채널 내 16.8%)이었다. ‘정치’ 관련 이슈의 기자 리포트 내용은 TV조선의 경우 특정 개인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KBS와 MBC는 특정 쟁점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많았다.

앵커브리핑은 3사가 총 45건을 했는데, TV조선이 ‘43건’으로 압도적이었다. KBS가 2건, MBC는 0건이었다. 미디어경영학회는 “정치 관련 이슈가 TV조선은 25건이었으나 KBS는 없었다. TV조선의 앵커 브리핑 아이템 성향은 중립적인 것이 18.6%였고, 야권에 (직접 및 간접) 우호적인 비율이 39.5%로 조사됐다. 이런 경향은 앵커 브리핑 내용에서도 야권에 우호적인 비중이 높은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위쪽부터 지난 4일자와 지난달 25일자 TV조선 ‘뉴스9’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보도화면 갈무리.
▲위쪽부터 지난 4일자와 지난달 25일자 TV조선 ‘뉴스9’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보도화면 갈무리.

미디어경영학회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은 각각 여당과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의혹을 다루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고발사주 의혹 보다는 지속적인 뉴스 생산 측면에서 용이하다. 다양한 사람, 기관에서 증언들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미디어경영학회는 이어 “고발사주 의혹은 문제가 제기된 뒤 수사기관으로 관련 서류가 넘어가면서 새로운 뉴스가 추가적으로 나오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었다”며 “고발사주 의혹보다 대장동 개발 이슈가 더 많이 보도됐냐고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TV조선, KBS, MBC는 물론 다른 언론사들 역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보도에 치중했다. 이는 또 대장동 개발 관계자들의 천문학적인 이익 배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았다는 점도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즉, 고발사주 의혹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동일한 기준으로 놓고 보도의 양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끝으로 미디어경영학회는 “TV조선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진보와 보수 보도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편향성은 지난해보다 상당히 개선됐다. KBS와 MBC와 비교했을 때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라면서도 “보도 내용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지난해보다 더 협소한 소재에 집중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KBS와 MBC의 보도국 인원보다 절반 이하의 인원으로 보도국을 꾸려가는 TV조선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디어경영학회의 뉴스 프로그램 분석 기간은 지난해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다. 10개월 중 모니터링 시점은 1월, 4월, 7월, 10월이었다. 분석 대상 뉴스 프로그램은 TV조선 ‘뉴스9’ ‘뉴스7’ ‘뉴스퍼레이드’와 KBS ‘뉴스9’ ‘뉴스930’, MBC ‘뉴스데스크’ ‘930MBC뉴스’ 등이다. 미디어경영학회에 따르면 뉴스 프로그램의 분석 대상 리포트 수는 총 4929건(TV조선 1514건, KBS 1794건, MBC 1621건)이었다.

한국방송학회 “TV조선 ‘핫라인’ 여권 우호적 아이템 1.1%” 

한국방송학회는 TV조선을 비롯한 방송사들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아이템 선정 편향성에 대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TV조선이 KBS·MBC보다 여권 비판 아이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학회는 ‘시사논평 프로그램’과 ‘시사해설 프로그램’으로 나눠 조사·분석했다. ‘시사논평 프로그램’으로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MBC ‘뉴스외전’ KBS ‘사사건건’ 등을, 시사해설 프로그램으로는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과 JTBC ‘정치부 회의’ 등을 선정해 비교·분석했다. 한국방송학회에 따르면 프로그램별 18회차씩 총 90편(총 1206개의 아이템)이 분석됐다. 시사보도 프로그램 분석 기간은 지난해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다. 10개월 중 모니터링 시점은 1월, 4월, 7월, 10월이었다.

시사논평 프로그램 아이템 선정의 편향성 분석 결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야권에 우호적이거나 정부·여권에 비판적인 아이템 선정이 48.4%를 차지했다. 반면 MBC ‘뉴스외전’과 KBS ‘사사건건’은 각각 18.9%, 25.5%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MBC와 KBS가 정부·여권에 우호적이거나 야권이 비판적인 아이템 선정이 TV조선보다 많았던 것이다.

앞서 2020년 한국방송학회가 분석한 결과와 비교했을 때 시사논평의 세 프로 모두 여권에 비판적인 아이템을 선정한 비율이 증가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방송학회는 “차이점으로는 TV조선과 KBS는 여권에 유리한 아이템 비율이 감소한 반면 MBC는 여권에 유리한 아이템 선정 비율이 증가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시사해설 프로그램 아이템 선정의 편향성 분석 결과 야권에 우호적인 아이템을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44.8%, JTBC ‘정치부 회의’는 13.7% 선정했다. 여권에 우호적인 아이템에 있어서는 ‘보도본부 핫라인’이 1.1%, ‘정치부 회의’는 9.4%를 기록했다.

진행자 태도 편향성 분석 결과 전체적으로 객관적·중립적 항목이 96.3%로 나타나 프로그램들의 진행자 태도 편향성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경우 ‘대체로 야권에 우호적이거나 여권에 비판적’ 항목에서 15.3%의 결과가 도출된 건 특이사항이라고 했다.

▲위쪽부터 지난해 6월29일 방송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방송화면 갈무리. 아래는 지난해 6월30일 방송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방송화면 갈무리.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6월29일까지 엄성섭 앵커가 진행해왔지만, 현재 앵커는 교체됐다.
▲위쪽부터 지난해 6월29일 방송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방송화면 갈무리. 아래는 지난해 6월30일 방송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방송화면 갈무리.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6월29일까지 엄성섭 앵커가 진행해왔지만, 현재 앵커는 교체됐다.

한국방송학회는 “하지만 앵커 교체 전후 상이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며 “진행자가 교체되기 이전에 앵커의 캐릭터가 프로그램에 반영되면서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도록 만들 우려가 있었던 진행이 있긴 했으나 진행자가 교체된 이후에는 시정됐다”고 밝혔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진행자인 엄성섭 앵커는 지난해 6월30일자로 교체됐다. 당시 TV조선은 방송에서 진행자 교체 사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수산업자 금품 수수 의혹으로 엄 전 앵커가 입건되자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학회는 “공정성은 방송의 목표가 아니다. 방송은 공익성과 시청자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그 목표를 이루는 방법론으로써 객관성, 중립성, 다양성, 공공성과 함께 공정성 가치가 강조되는 것”이라며 “공정성은 언론이 무언가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경우에 비판을 공정하게 또는 옹호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방송학회는 ‘공정성’의 개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방송학회는 “어떤 이슈나 사건을 보도하면서 비판이나 옹호, 진보 또는 보수의 시각을 결정하는 것은 방송사의 선택이고, 방송사는 각각의 논리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공정성이 담보되도록 하는 책무를 진다”면서 “그래서 공정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공정성이란 무엇인지 학계, 산업계, 정부 주무부처 담당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공정성 개념이 확립돼야 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 : 학계가 분석한 TV조선 보도 공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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