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자사의 뉴스 및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은 결과, KBS와 MBC보다 야당 우호적 보도가 많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 여러 평가 항목 중 ‘국민화합에 이바지한다’는 항목이 평균값 이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위원장 한상혁)는 TV조선 재승인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TV조선에 11개의 재승인 조건과 8개의 권고 사항을 부가했다. 재승인 기간은 3년이다. 재승인 조건 중 5번째 조건으로 방통위는 ‘방송 관련 학회 등 복수의 외부기관을 선정해 시사보도프로그램 등의 공적책임, 공정성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받고 그 결과를 매년 1월31일까지 방통위에 제출하고 방송사 홈페이지에도 공개할 것”을 걸었다.

▲TV조선 CI.
▲TV조선 CI.

TV조선은 지난달 29일 자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TV조선은 한국미디어경영학회(책임연구원 홍성철, 공동연구원 오경수·류은아, 보조연구원 윤희상)와 한국방송학회(책임연구원 김관규 공동연구원 배진한·김용환·박연진)에 분석을 의뢰했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 “TV조선 보도 야권 우호적”

먼저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TV조선 보도가 대체적으로 KBS와 MBC보다 ‘야당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경영학회는 뉴스 프로그램 분석 기간을 지난해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10개월간으로 정했고, 10개월 중 모니터링 시점은 1월, 4월, 7월, 10월이었다. 분석 대상은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TV조선 ‘뉴스9’, ‘뉴스7’이었으며 공정성 비교를 위해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를 포함했다.

미디어경영학회에 따르면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분석 대상 리포트 수는 총 2619건(TV조선 819건, KBS 886건, MBC 914건)으로 아이템 유형별로 TV조선은 사회·국내정치 등을, KBS와 MBC는 사회, 보건·질병 등을 주로 다뤘다. 

아이템 편향성 면에서 TV조선은 대체로 야당·야권에 우호적이거나 유리한 아이템 혹은 정부·여당·여권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아이템이 전체 기자 리포트 중 4.3%를 차지하고 있으나 다른 채널과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앵커멘트는 정치 관련 이슈 483건에서 취재원 중 어느 한 편의 입장이나 주장 등을 비중 있게 제시하는 경우가 TV조선 16.8%, KBS 4.6%, MBC 7.2%로 TV조선이 KBS와 MBC보다 높았다. 정치 관련 이슈의 앵커멘트 편향성에서 TV조선은 대체로 야당·야권에 우호적이거나 유리한 멘트 혹은 정부·여당·여권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멘트가 11.4%로 나타나 KBS 0.4%, MBC 0.6%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자 리포트 내용의 편향성에서는 TV조선과 MBC, KBS 등 모두 여권·야권에 동일하게 우호적이거나 유리한 멘트 혹은 분류하기 어려운 멘트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다만 정치이슈에서는 분명하게 정부·여당에 우호적이거나 유리한 멘트 혹은 분명하게 야당·야권에 비판적인 멘트가 MBC 15.0%, KBS 4.5%, TV조선 1.8%를 나타낸 반면 대체로 야당·야권에 우호적이거나 유리한 멘트 혹은 대체로 정부·여권에 비판적인 멘트가 TV조선 6.4%, KBS 0.8%, MBC 2.0%로 나타났다. 정치 관련 이슈에서는 MBC와 TV조선이 서로 다른 편향성을 보이는 것.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방송의 공정성은 방송사업자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으로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와 같은 공영방송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SBS, TV조선, JTBC, 채널A 등의 민영방송에도 같은 잣대를 요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면서 “민영방송에 공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방송 획일성을 낳아 소비자 선택을 좁힐 수도 있다. 기술 발달로 인해 방송 매체가 증가함에 따라 각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주제, 이슈, 각도를 선택해 보도하는 것이 소비자 선택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탐사보도처럼 장기간 시간과 인력 등의 자원들을 들여서 하는 공들인 보도는 물론 일상의 보도에서도 권력 감시 기능은 언론에 부여된 주요 임무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는 정부 및 집권 여당, 권력자에 대한 냉철한 비판은 필수적”이라며 “이는 보수 혹은 진보라는 매체의 정파적 입장을 떠나서 언론 본연의 임무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감시견으로서 기능을 하는 언론에 양적으로 여당과 야당의 균형 잡힌 보도는 불가능한 목표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이어 “특히 5년 단임제 대통령제 국가에서 통상적으로 집권 3년~4년차에는 권력 남용 및 권력자들 비리가 중요 이슈로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마스크 대란, 정부 방역의 미흡한 조치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접근이 많이 이뤄졌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재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황제휴가 논란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박원순·오거돈 시장 성추행 사건 등 정부 여당에 불리한 이슈들이 많이 불거졌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여당에 비판적 뉴스가 많은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한국방송학회 “‘국민화합 기여도’ 항목 평균 이하”

한국방송학회는 일반 수용자들이 TV조선이 ‘공적 책임’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19개 항목을 구성해 설문 조사한 결과, 여러 평가 항목 중 ‘국민화합에 이바지한다’는 항목만 평균값 이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TV조선 보도의 ‘공정성’은 어떤지 11개 항목을 구성해 설문 조사한 결과 전 항목 모두 평균값이 3점대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학회는 일반 수용자 1000명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방송학회에 따르면 조사 분석 결과 응답자들은 ‘TV조선의 뉴스 프로그램은 국민화합에 이바지한다’는 항목(평균 2.98)을 제외하고는 평균값 3점 이상(5점 만점)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특히 ‘TV조선의 뉴스 프로그램은 범죄를 조장하지 않는다’, ‘TV조선의 뉴스 프로그램은 건전한 가정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는 음란·퇴폐·폭력을 조장하지 않는다’, ‘TV조선의 뉴스 프로그램은 아동·청소년 선도에 악영향을 끼치는 음란·퇴폐·폭력을 조장하지 않는다’ 등 세 항목의 평균이 3.40으로 상대적으로 긍정 평가했다. 방송학회는 “이러한 결과는 일반 수용자들이 TV조선 뉴스프로그램의 공적 책임에 대해 중립 이상의 다소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고 해석했다.

‘공정성’ 평가는 11개 항목으로 실시했는데, 모든 항목의 평균값이 3점대로 나와 TV조선 뉴스프로그램 공정성에 대해 일반 수용자들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준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세부 하위 개념별로 살펴보면 균형성과 중립성의 평가가 낮았고, 사실성이 중간 수준의 평가, 다양성과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먼저 연령대를 기준으로 보면 통계학적 유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하위집단들의 평균값은 60대>50대>40대·30대>20대의 모습을 나타냈다. 학력에 따른 차이는 19개 항목 중에 4~6개 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을 나타냈지만, 전체적 경향은 중졸과 고졸>대학원 이상>대학교 재학과 대졸 순으로 평균값이 높게 나타나는 ‘U자 곡선’을 그렸다. 

방송학회는 “대학원 이상의 초고학력자가 대졸과 대학교 재학 집단보다 평균값이 높다는 점이 특이했다. 즉, 대학원 이상의 고학력자들은 정치적 성향이 진보가 아니라 중도 혹은 보수에 가까우며 이러한 집단적 속성이 TV조선 뉴스시사 프로그램의 공적 책임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 응답자들은 TV조선 뉴스 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공적 책임에 대한 평가에서 일반 응답자들과 몇 가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먼저 일반 수용자들은 전반적으로 중간 정도의 평가를 하고 있는데 비해 전문가는 일반인보다 다소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점이다.

방송학회는 “일반 응답자들이 전문가 응답자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분석 결과에 TV조선이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일반 응답자들은 자발적으로 TV조선을 시청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TV조선에 대한 채널 충성도와 시청 만족도가 형성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일반 시청자들의 평가조차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TV조선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고 설명했다.

방송학회는 “다시 말해 일반 응답자들 역시 TV조선이 논쟁적 사안에 대해 균형성·다양성·객관성을 갖췄는가 하는 문항들에서는 다른 것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볼 때 TV조선의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이 공적 책임 수행과 공정성을 제고하는 데 배전(이전의 갑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본 조사결과가 보여준다고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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