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선을 앞둔 신문·방송사 대표들의 신년사는 ‘신뢰와 공정’이 화두였다.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공정한 보도로 매체 신뢰를 높이겠다는 다짐이 공통적이었다. 

사장에 임명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김의철 신임 KBS 사장은 3일 신년사에서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며 “진영논리와 허위정보가 넘치는 시대, 제대로 된 보도와 제작으로 KBS 신뢰성, 공공성, 독립성을 대내외에 인정받을 기회”라고 밝혔다. 선거 이벤트를 신뢰도를 높일 ‘기회의 장’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을 상대로 한 포퓰리즘 공약과 출처 불명의 가짜뉴스가 쏟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혼란기에 언론으로서 새겨야 할 가치는 바로 조선일보 사시인 정의옹호와 불편부당”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같이 우리가 수호해야 할 가치에 관해서는 단호하게 할 말”을 하자는 주장이다.

▲ 왼쪽부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의철 KBS 사장, 박성제 MBC 사장. 사진=조선일보, KBS, 연합뉴스 제공
▲ 왼쪽부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의철 KBS 사장, 박성제 MBC 사장. 사진=조선일보, KBS, 연합뉴스 제공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도 “올해는 대통령선거, 지방선거가 이어지는 선거의 해”라며 “서울신문은 지금까지 잘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엄정중립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서울신문이 가장 공정하고 신뢰받는 신문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자”고 밝혔다. 

우장균 YTN 사장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보도에서도 풍부하고 균형 잡힌 보도로 유권자들에게 부족함 없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균형’을 강조했고, 홍정도 중앙일보·JTBC 부회장 역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열리는 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JTBC는 공정과 균형을 최우선으로, 국내 최고 언론사로서의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 여론을 선도하되 치우치지 않고, 영향력을 높이되 흥분하지 않는 격조 있고 안정감 있는 보도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대선 앞두고 신뢰 보도 주문

자사가 마주한 시급한 현안의 해결을 호소·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먼저 지배구조 개선 문제다. 박성제 MBC 사장은 신년사에서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인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장기적 콘텐츠 전략을 세우고 창의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조직문화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선 국회 입법이 필요한 만큼 이번 신년사에서는 ‘콘텐츠의 공영성’을 강조하며 “더 재미있고 더 감동적인 콘텐츠가 더 공영적인 콘텐츠다. 우리는 그런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대 한겨레 사장도 2022년 집중할 과제로 △ ‘대한민국 대표 신뢰언론, 한겨레’ 길을 열 것 △디지털에서 가장 강한 한겨레를 만들 것 △알찬 수익사업을 발굴하고 키울 것 등을 꼽으면서 “직선제를 포함한 한겨레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문제도 큰 숙제로 가슴에 품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현재 사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데, 사장 선출제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성기홍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 입도 주목됐다. 지난해 기사형 광고가 적발돼 네이버·다음 포털사이트 제휴 강등이라는 난관에 직면하고 있어서다. 성 사장은 신년사에서 이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진 않았다. 다만 “연합뉴스는 지난해 복합적 위기를 교훈으로 삼아 저널리즘의 기본을 다지되, 포스트 포털 시대를 시야에 두고 디지털 전환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 무렵부터 이어져온 한국의 포털 의존 뉴스 유통 구조는 올해 변화의 분기점을 맞을 것”이라며 “연합뉴스 스스로 수용자를 획득하는 디지털 전략과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脫) 포털 전략도 염두에 둔 신년사로 해석해볼 수 있다. 

디지털 전환 강조하는 대표들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전략과 혁신 비전이 제시되기도 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회사는 2022년을 미디어 영역의 한계를 과감하게 깨고 첨단 IT 기반의 ‘메타 미디어’ ‘테크 미디어’로 나아가는 원년으로 삼겠다”며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총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는 “올 1월에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인정받는 IT 기업 베스핀글로벌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본사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촉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홍정도 중앙일보·JTBC 부회장은 “중앙일보는 새해를 디지털 콘텐트 유료화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며 “기존의 출입처 중심의 취재에서 벗어나 이슈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깊이 있는 콘텐트를 생산해야 한다. 속보보다는 심층 취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관련 조직과 인프라도 구축하길 당부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김현대 한겨레 사장,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홍정도 중앙일보·JTBC 부회장. 사진=김도연 기자, 동아일보·채널A, 중앙일보·JTBC 제공
▲왼쪽부터 김현대 한겨레 사장,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홍정도 중앙일보·JTBC 부회장. 사진=김도연 기자, 동아일보·채널A, 중앙일보·JTBC 제공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은 자사 디지털 콘텐츠 ‘환생’ 보도의 성과를 강조하며 “디지털과의 통합을 고민하고 있는 언론계에 저널리즘 혁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인정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이영성 한국일보 사장은 “뉴스룸국, 디지털혁신조직을 중심으로 독보적 콘텐츠를 위한 디테일을 준비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콘텐츠 유료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우리 뉴스의 소비 유형을 철저히 분석하고 독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독자와의 접점을 찾아서 확대 강화하는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우리 독자들의 프로파일을 체계적으로 정리, 빅데이터화하는 한편, 디지털 구독자를 획기적으로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작년 초부터 매경만의 ‘뉴스 제작 시스템 CMS’ 도입을 추진해 최근 최종 계약을 맺었으며 올 하반기부터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석종 경향신문 사장도 “2022년 CMS 도입이 이뤄진다. CMS가 적용되면 어디서든 기사 작성이 가능하고, 쉽고 편하게 텍스트의 이미지와 동영상 편집을 하게 될 것”이라며 “또 디지털 전환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나갈 것이다. 더 나아가 온라인 회원 확대, 독자 데이터 분석 강화 등을 통해 독자 기반의 수익모델을 준비하는 작업도 시작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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