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안전성·물량 문제 동시에 터지나”
“AZ 맞은 코로나 환자, 사망 사례 0, 美 임상서 중증 예방 효과 100%”
“고령층 돌파감염 이 때문? 아스트라 항체, 화이자의 5분의 1”

일련의 기사는 모두 한 매체에서 보도됐다. 첫 번째 보도는 올해 초 정부가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했을 때 AZ의 고령층 접종 위험성을 주장한 내용이다. AZ 백신 접종 위험성을 경고한 보도는 당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 8월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관계자가 어르신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8월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관계자가 어르신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연합뉴스

AZ 관련 보도는 올 10월 변곡점을 맞았다. 미국과 칠레, 페루에서 코로나 백신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AZ가 74%의 감염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외신이 나왔기 때문이다.

올 초 AZ 위험성을 보도했던 매체는 두 번째 보도에서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매디슨’(NEJM)에 게재된 AZ 코로나 백신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상세히 전했다.

임상시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엔 백신을, 다른 한쪽엔 식염수 위약을 접종해 비교 분석한 결과 AZ 백신 예방 효과는 74%로 나타났고, 65세 이상에서 83.5% 백신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특히 중증 예방 효과는 100%로 나타났다”며 “참가자들 중 코로나 감염 후 중증으로 진행해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사망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11월 세 번째 보도에선 “올봄부터 고령층(60~74세)이 집중적으로 접종받은 AZ 백신은 2회 접종을 끝낸 뒤 면역력이 형성되는 2주 후 중화항체(中和抗體)량이 화이자 접종자의 5분의 1, 모더나 접종자의 7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화항체는 병원체나 감염성 입자가 신체에 침투했을 때 생물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중화해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를 말하는데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코로나 백신 접종자 면역원성 분석 중간 결과에 따르면, 모더나와 화이자에 비해 AZ 백신의 중화항체량이 크게 낮고 3개월 만에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는 ‘물백신’ 논란을 가중시키면서 정부의 백신 접종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AZ 백신 위험성을 주장하다가 임상시험 안전성 결과를 강조한 보도를 내놓고 다시 AZ 백신 효용성 문제를 다룬 매체는 조선일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국면에서의 부작용 사례가 백신과 연관돼 있다면 정확한 정보(안전성·효용성)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이다. 최대한 다각적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백신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언론이 정보 제공에 얼마나 방점을 찍고 보도하는지 의문이다.

11월20일 조선일보 보도 이틀 뒤 나온 한겨레 보도를 살펴보자. 한겨레는 “AZ=물백신?…돌파감염 비율 높지만, 중화항체량≠감염예방효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화항체는 백신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여러 근거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중화항체가 5배 높다고 해서 예방 효과도 5배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전문가 소견을 상세히 전했다. 사실상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한 보도다. 독감 백신은 중화항체가 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코로나 백신의 경우 해당 기준이 없고 큰 수치의 항체가가 나온 것과 예방 효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감염 이후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사망하는 것을 막아주는 ‘세포 매개 면역 반응’이라며 코로나 백신의 중환자 예방 효과는 부인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 보도 차이는 진실에 근접하기 위해 최대 정보값을 제공하고 과학적인 정보의 해석을 독자에게 열어놨다는 점이다.

불확실성 감소 이론에 따르면, 정보 부재나 불충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불안감의 해소를 위해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한다.(뉴스 이용과 정치사회화 격차_조인숙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언론재단이 마켓링크에 의뢰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21일부터 9월4일까지 온라인으로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일상 변화’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 이후 가장 증가한 활동은 ‘미디어 이용’으로 70.3%에 달했고, 미디어 콘텐츠 가운데 ‘뉴스 이용이 증가했다’는 비율(72.2%)이 가장 높았다.

각종 뉴스 콘텐츠와 플랫폼이 범람하는 오늘, 제도권 언론의 존재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정확성에 있을 것이다. 위기는 기회를 만든다는 걸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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