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자율규제 심의를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 주요 언론사들에 제재가 몰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인터넷 신문 자율규제의 경우 ‘홍보성 기사’ ‘연합뉴스 등 통신사 베끼기 기사’ 등 제재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언론계에서 ‘실효성 있는 통합 언론 자율규제 기구’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미디어오늘이 기존 자율규제 현황 분석을 위해 2021년 상반기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인터넷신문위원회의 자율규제 기사 심의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조선일보, 신문윤리위 제재 1위·‘선정적 기사’ 조항 위반 다수

신문윤리위는 종이신문의 지면과 온라인 기사를 심의하는 자율규제 기구다.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최다 자율규제 심의 제재를 받은 언론은 조선일보로 나타났다. 6개월간 전체 제재 건수가 610건인데 이 가운데 43건이 조선일보에 몰렸다. 앞서 뉴스타파의 2019년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 분석 결과 조선일보가 기사형 광고 적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조선일보가 광고 자율규제에 이어 신문 자율규제에서도 가장 많이 적발된 것이다.

한국경제(32건)가 두 번째로 제재가 많았다. 다음으로 헤럴드경제·서울경제(각 27건), 서울신문(26건), 매일경제(25건), 국민일보·세계일보(각 24건), 머니투데이·중앙일보(각 23건) 순이다. 상위 10개 매체는 주요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로 이들 언론이 받은 자율규제 심의 제재 건수가 274건으로 절반 가까이 된다. 

머니투데이 주요 계열사로는 머니투데이(23건), 뉴스1(21건), 뉴시스(10건)로 합산하면 54건에 달했다. 

반면 9대 종합일간지 가운데 재재 건수가 10건 내에 그친 신문은 경향신문(9건), 한국일보(7건), 한겨레(4건) 등으로 나타나 제재 상위권을 기록한 다른 일간지와 차이를 보였다.

▲ 2021년 상반기 신문윤리위 기사 제재 건수 상위 10개 언론사.(닷컴사 통합 반영, 광고심의및 홈페이지 광고 페이지와 연계된 제재는 제외)
▲ 2021년 상반기 신문윤리위 기사 제재 건수 상위 10개 언론사.(닷컴사 통합 반영, 광고심의및 홈페이지 광고 페이지와 연계된 제재는 제외)

제재 조항별로 분석(중복 포함)해보면 ‘선정보도의 금지’ 조항 제재가 25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어린이 보호’ ‘어린이 청소년 보호’ 조항을 합한 수치가 223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기사는 대부분 정치사회 현안 혹은 연예 이슈, 외신 기사 등의 선정적인 면을 부각한 내용이다. 일례로 조선일보(조선닷컴)는 ‘[SC이슈] 박유천 前여친 황하나, 마약→자해논란…피투성이 손목 사진 게재’ 기사를 통해 자해 사건을 자극적으로 전해 ‘경고’를 받았다. 세계일보는 ‘2년간 10대 딸 86차례 성폭행한 새아빠…“딸도 좋아했다” 주장’ 기사로 ‘주의’ 제재를 받았다.

▲ 사진=Gettyimagebank
▲ 사진=Gettyimagebank

기사 표절과 관련한 조항이 적용된 기사도 적지 않았다. ‘통신기사의 출처 명시’(77건) 및 표절(73건) 등이다. 이들 기사 다수는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등 주요 통신사의 기사를 출처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베꼈다. 

‘보도자료의 검증’ 조항이 적용된 기사도 75건으로 적지 않았다. 이들 기사는 대부분 특정 기업 등을 홍보하는 내용을 담은 ‘홍보성 기사’다. 이들 기사 가운데는 ‘기사형 광고’(기사로 위장한 광고)가 있을 수도 있다.

인터넷신문위, ‘표절’ ‘홍보 기사’ 제재 많아

인터넷신문사의 온라인 기사를 심의하는 자율규제기구인 인터넷신문위원회의 제재 내역을 보면 글로벌경제신문(105건), 에너지경제(62건), 이데일리(53건), 아주경제(51건), 이투데이(46건), 청년일보(45건), 싱글리스트(41건), 데일리안(38건), 뉴스웍스(35건), 머니투데이(33건)순으로 나타났다. 일부 언론은 신문윤리위와 인터넷신문위에 모두 참여하고 있어 두 기관으로부터 심의를 받는다. 

인터넷신문의 제재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재가 기사형 광고 문제와 연관 있는 홍보성 기사에 몰렸다. 이 기간 인터넷신문위로부터 ‘광고 목적의 기사’ 조항으로 제재를 받은 기사만 996건에 달했다. 대부분 기업 상품이나 부동산, 특정 업체 등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내용이다.

▲ 2021년 상반기 인터넷신문위 기사 제재 건수 상위 10개 언론사
▲ 2021년 상반기 인터넷신문위 기사 제재 건수 상위 10개 언론사

두번째로 ‘통신기사의 출처표시’(815건)에 대한 제재 건수가 많았다. 이와 유사한 조항인 출처의 명시’(203건) ‘표절의 금지’(118건)도 각각 제재 3위와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인터넷 언론을 중심으로 기사 표절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다음으로 ‘오차범위 내 결과의 보도’ 항목의 제재가 119건을 기록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오차범위 내에 있는 후보에 대해 ‘앞선다’ ‘1위’ 등 단정적 표현을 쓴 경우다. 한국 언론의 경마식 보도에서 비롯된 순위 단정 보도 문제는 지속적으로 심의가 이뤄지지만 그치지 않고 있다. 같은 문제는 신문윤리위원회에서도 21건의 제재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부분 ‘낮은 단계’ 제재, 반복시 가중 제재 미미

이 기간 동안 신문윤리위원회의 제재는 100% ‘주의’ 또는 ‘경고’였다. 신문윤리위 제재는 ‘주의’와 ‘경고’ 외에도 ‘정정’, ‘사과’, ‘관련자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경고’ 등의 고강도 조치가 있지만 단 한 건도 이 같은 결정은 없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매일신문의 5·18 민주화운동 폄하 논란 만평이나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그대로 전한 기사, 가로세로연구소의 일방 주장을 검증 없이 전한 기사들도 ‘경고’ ‘주의’에 그쳤다. 인터넷신문위원회 역시 대다수가 ‘주의’였으며 일부 ‘경고’와 ‘권고’가 있었을 뿐 실효성 있는 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

언론 자율규제 심의 위원으로 활동한 한 관계자는 “모니터 결과를 토대로 심의를 진행하는데 심의를 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심의를 하면서 회의를 많이 느낀다”고 했다. 

▲ 한국 언론 자율규제 및 공적 규제 현황. 디자인=안혜나 기자
▲ 한국 언론 자율규제 및 공적 규제 현황. 디자인=안혜나 기자

이들 언론 자율규제기구는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 국면에서 언론 자율규제 강화가 요구되면서 일부 강화 조치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신문윤리위는 최근 제재 수위 강화 방침을 알리는 서한을 자율규제 서약에 참여한 95개 언론사 발행인에 발송했다. 신문윤리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그동안 신문윤리강령에 저촉되는 일부 온라인 기사에 대해 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제재했음에도 상당수 언론사들이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신문 전체 공신력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언론계가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 기구’를 구성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합 자율규제 기구는 기존 자율규제 기구와 유사한 방식으로 심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심의 제재를 받는 언론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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