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대표 조성부)에서 오랜 기간 일한 여성 아나운서들이 출산 이후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연합뉴스TV는 개국 초반 입사해 8~10년 동안 일한 여성 아나운서 총 3명에 대해 출산 이후 재계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나운서 A씨와 B씨는 연합뉴스TV가 개국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일했다. 두 사람은 각각 2018년에 출산을 위해 일을 중단했고, 이후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도 방송 일을 꾸준히 하고 싶었던 A씨는 출산하러 들어가기 전부터 상사들에게 ‘저 애 낳고 돌아올게요’ ‘저 빨리 갔다 올게요’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상사들도 ‘곧 보자. 순산하고 와라’ ‘얼른 돌아와’라는 말로 응답했고, A씨는 2018년 5월 출산을 하러 들어갔다. 

출산 이후 A씨는 같은 해 10월부터 앵커팀장, 뉴스총괄부장, 보도국장 등에게 꾸준히 재계약 의사를 수시로 밝혔으나, 사측은 ‘전체적인 운영체계를 봐야 한다. 리프레쉬가 필요하다’ 등의 모호한 답변 태도를 보이며 재계약을 사실상 거절했다.

A씨는 회사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상사들도 자신의 복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췄기 때문이다. A씨는 2009년부터는 연합뉴스에서 일했고, 2011년 연합뉴스TV 개국과 동시에 1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연합에서만 무려 10년을 일했다. A씨는 “상사들은 분명 돌아오라는 말을 했었다. 그래서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 희망 고문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가 자신을 희망 고문하는 동안 시간은 2년6개월이 흘렀다. 더는 손 놓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는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 대전MBC를 상대로 여성 아나운서 성차별 진정을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소위원회는 지난해 4월28일 만장일치로 진정서 내용을 인용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는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 대전MBC를 상대로 여성 아나운서 성차별 진정을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소위원회는 지난해 4월28일 만장일치로 진정서 내용을 인용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또 다른 연합뉴스TV 아나운서 C씨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뉴스를 진행했다. C씨 역시 출산 이후 회사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C씨는 자신의 SNS에 “하루아침에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프리랜서 신분이기에 최후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던 출산이 눈앞으로 다가왔고 저는 비록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후배들이 출산 후에도 자연스럽게 돌아올 수 있는 분위기랑 방송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들 3명의 공통점은 장기간 방송사에 다녔으나 출산 이후엔 방송사로 복귀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TV, 아나운서 27명 중 25명 ‘프리랜서’ 계약

연합뉴스TV는 올해 개국 10년을 맞았다. 연합뉴스TV는 아나운서 및 기상·뉴스캐스터 대다수를 개국 이후부터 현재까지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하고 있다. 8일 기준 연합뉴스TV는 27명의 아나운서 중 남성 아나운서 2명만 정규직으로 채용한 상태다. 회사는 다른 아나운서 25명에 대해서는 ‘프리랜서’로 계약했다. 기상·뉴스캐스터 10명도 모두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 

▲연합뉴스TV 아나운서 및 기상캐스터 프리랜서 모집 공고.
▲연합뉴스TV 아나운서 및 기상캐스터 프리랜서 모집 공고.

이 같은 고용구조가 출산 후 여성 아나운서들이 갈 곳을 없애고 있다. 남성 아나운서도 예외는 아니다. 연합뉴스TV는 개편 단위로 재계약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잘 다니던 남성 아나운서도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개편 명단에 없으면 전화 한 통에 해고되기도 한다.

문제점이 많은 인력 운용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왜 없을까. 전·현직 연합뉴스TV 아나운서들은 “문제점이 공론화될 때마다 처우가 좋아지기는커녕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들을 사측이 하나하나씩 없애나가는 데 골몰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출퇴근 개념을 없애고 프로그램 시간에 맞춰 출근하라거나, 책상을 없애거나, 월급이 아닌 프로그램별로 급여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다.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합뉴스는 정부로부터 연간 약 300억원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TV는 연합뉴스의 자회사다. 공적 역할이 요구되는 보도전문채널인 만큼 ‘프리랜서’로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TV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그분들은 회사 직원이 아니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입사한 적도 없고 퇴사한 적도 없는 거다. ‘출산하면 무조건 프리랜서 안 쓴다’는 것과는 관계없다. 기본적으로 회사는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경우 업무를 맡긴다. 다른 프리랜서들도 계속 쓴다. 그러다 보면 (인력이) 계속 교체되는 거지 출산으로 인해 그런 게 아니다”면서 “아나운서들은 프리랜서라 입사나 퇴사라는 용어가 성립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왜 아나운서 대다수를 프리랜서로 뽑는지에 대해 연합뉴스TV 관계자는 “이 부분은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답변이 어렵다”면서도 “그건 회사가 판단할 문제 아닌가. 개국 이후 계속 이렇게 뽑아 왔다. 회사가 방침을 정해서 진행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는 “장기간 하나의 매체에서 여러 복합적 업무를 전속적으로 수행했다면 계약의 형식에 상관없이 종속노동자의 실질을 보아 앵커들이 근로자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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